일러스트레이터 익킨 | “안주가 될 그림을 그려요.”


‘익킨 = 이원익 + 치킨.’ 자신의 이름과 좋아하는 음식의 합성어로 필명을 지을 만큼 엉뚱하다. 작업물은 한없이 진중하다. 포화한 SNS 콘텐츠 속에서 그는 ‘스토리’로 ‘안주 그림’을 그린다.

사진 : 이성민(홍익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 전공 11학번)


익킨 페북 게시물(https://goo.gl/0LTcx1) 중. 익킨만의 시선으로 풀어낸 ‘흙수저 이야기’

이토록 사적인, 사람 이원익

스스로 작가라고 드러내길 어색해하며, 본인을 ‘SNS 신(scene)을 기반으로 시작한, 그림 그리는 익킨(이원익)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우리에게 친근한 콘텐츠 뒤로, 익킨은 회사에 소속되어 외주로 광고 웹툰 작업도 하고, 미술학원 강사란 명패도 달고 있었다.

그림을 보면 위로가 되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그림이 많은데요. 실제로 주변 사람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인지요?
의외로 잘 안 해요. 이따금 술이 얼큰하게 취할 때야 하죠. 특히 저보다 동생인 친구에게는 술 마시다가 진지해지면 말이에요. 사실 이런 말을 평소 하기엔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좀 어색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웬만하면 상황에 맞춰 하는 편이에요.

보통 주위에서 어떤 사람이란 말을 자주 듣나요?
대학 후배에게는 남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후배의 고민 상담 같은 걸 많이 한 듯하네요. ‘익킨’이라는 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들 사이에선 내 이야기를 잘 들어줄 사람으로 여겼던 것 같아요. 선배와는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고••• 제가 여자가 많은 미대 출신이다 보니, 동기 사이에선 여자 또래와도 잘 지낸다는 이야기 정도?

작업량이 많을 것 같은데, 최근 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월, 수, 금요일마다 미술학원에 출근해요. 이날 일정은 비슷한 편이죠.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작업이 있으면 작업을 하다가 학원에 갑니다. 그리고 퇴근하면 자정 정도인데, 이때부터 해 뜰 때까지 작업해요. 다음날은 학원에 가지 않으니까 점심까지 자다가 다시 작업하죠. 그러면 하루가 끝나요. 그리고 또 자고 일어나면 학원에 가고….
그런데 이런 스케줄은 제가 주말에 쉬기 위해서 있는 거예요. 이래야 주말에 친구와 술 한 잔이든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미술학원 강사라니, 뜻밖인데요?
작가라는 본업이 있어서, 선생님이란 직업을 오래 할 순 없겠죠. 그런데 살면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경험이 쉬운 일도 아니잖아요? 제겐 너무 좋은 경험이에요. 지금 팔찌처럼 찬 이 머리끈은 학원 학생들이 제게 준 거예요. 지금 중등반 전임강사를 맡고 있는데 하나는 중등반 친구가, 다른 하나는 고등반 친구가 준 거죠. 작가 익킨으로서가 아니라 이원익으로서 소중한 물건이라고 생각해요. 선물 받은 후로 매일 차고 다니죠.


머리 묶는 단순한 용도의 머리끈이 그에겐 스타일이자 더운 마음이 되었다.

‘스토리텔러’로 불려야 할 일러스트레이터

그의 그림은 상당한 양의 글을 동반한다. 탄탄한 공감 스토리를 구성해 그림은 이를 위한 부차적인 도구라고 여겨질 정도. 덕분에 주제가 무엇이든 어느 새벽녘, 감성이 가장 풍부한 그 시점으로 우릴 데리고 간다.

일러스트레이터 익킨은 익숙할 텐데, 스토리텔러 익킨은 어떤 느낌인가요?
얼마 전부터 저도 생각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인지, 글을 쓰는 사람인지에 대해서요. 제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아이디어 노트가 있는데, 이것만 보면 그림 그리는 사람의 노트가 아니거든요. 그림이 하나도 없고, 글만 있어요. 노트를 보면서 ‘아… 난 뭘 하는 사람이지?’ 생각한 적이 있죠. 사실 전 그림을 엄청 잘 그리는 편은 아니에요. 디자인을 전공한 까닭에, 만화 전공자보다 그림을 못 그린다고 생각하죠. 대신 글이라는 콘텐츠로 채우는 것 같아요. 결국, 두 가지를 하는 사람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그림과 글의 작업 순서는 어떻게 되나요?
최근에는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요. 요즘 작업을 보면, 그림이 별 것 없어요. 제 작업을 보는 분도 좋은 그림이라는 이야기보다는 ‘좋은 글이네요.’라는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인스턴트형 콘텐츠로 가득한 SNS 속에서 그의 독보적인 스토리형 콘텐츠.


공감하거나 다시 생각해보거나. 익킨의 글+그림 콘텐츠는 마음을 훔치는 힘이 있다.

한 장 혹은 여러 장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는 데요. 한 장으로 표현하는 그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현실적으로 말하면… 카톡 프로필 사진용으로 좋잖아요? 한 장으로 표현하는 그림은 사용할 곳이 많은 것 같아요. 엽서를 만들기에도 좋고요. 형태마다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여러 장 형태는 독자가 더욱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 수 있는 반면에, 한 장 형태는 이야기를 함축하는 데에서 나오는 힘이 있죠.

스푼코믹스(www.spooncomics.com)에서 익킨의 웹툰을 ‘그림 안주’라고 표현하는데, 그림을 통한 본인의 주된 메시지는 무엇이죠?
‘그림 안주’란 것은, 제가 익킨이란 이름을 짓고 시작할 때부터 썼던 키워드였어요. 안주 삼아 이야기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술 마시면서 제 그림에 내한 내용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그만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그림이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콘텐츠 크리에이터, 그 이상의 익킨

페이스북 팔로워가 자그마치 18만명. 최근 많은 이가 꿈꾸는 인기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림을 올리고 모르는 사람이 댓글을 달아주는 일련의 활동이 재미있었을 뿐. 그는 또 다른 걸 꿈꿨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꾸밈없이, 작업만큼이나 매우 솔직하면서도 담백한 익킨.

혹시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일단 본인의 색을 찾고, 그걸 밀고 나갔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요. 요즘 콘텐츠라는 것이 정말 비슷비슷한 것이 많은데, 원인이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인 것 같아요. 자기만의 색을 찾고 이를 발전시키다 보면, 사람들이 결국엔 알아준다고 생각해요.

<익킨의 푹 익힌 무비>를 봤는데요. 앞으로 그림이 아닌 다른 플랫폼으로 활동할 계획이 있는 건가요?
제가 지금 소속된 회사가 영상 콘텐츠도 만드는 회사인데, 절 한번 영상화해보자고 제안해서 시리즈로 기획했던 거예요. 다른 일이 많아지는 바람에 현재 1화만 나온 상태죠. 다음 편은 언제가 될지 잘 모르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다른 플랫폼을 해볼 의향은 충분히 있어요. 지금 너무 바빠 그때를 정확히 기약할 순 없지만요. 그림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이 하고 싶어요.


<익킨의 푹 익힌 무비(https://www.instagram.com/p/BO17tbTFA6m> 중.

최근 여행에 관심이 커진 것도 그 때문이겠군요.
친구랑 여행 계획을 짜고 있어요. 계속 일만 하고 있어서인지, 떠나고 싶은 게 요즘 관심사가 됐죠. 여행 다니면서 그림 그리는 에세이를 낸다든지, 독자적인 스토리의 웹툰도 하고 싶네요.

웹툰을 준비 중이란 계획도 들었는데요.
지금 회사에 소속되기 전에 준비하고 있었어요. 10화까지 그린 뒤 게시하려고 생각했는데, 6화 정도 그리는 와중에 스카우트 제의가 왔죠. 회사 다니면서도 준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바빠서 현재 정지 상태입니다. 아마 퇴사하게 된다면, 그때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올해 현실적인 목표를 말하자면요?
한때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엔 그런 생각은 많이 사라졌어요. 속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올해는 돈을 좀 모으고 싶어요. 서둘러 웹툰을 준비하고 싶은데, 일을 못하는 동안 금전적인 부분이 해결되어야 하니까요. 그냥 소소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살고 싶다는 게 제 꿈이거든요. 지금은 오로지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SNS상에서 계속 익킨을 만날 순 있는 건가요?
사실 SNS를 한번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SNS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제 콘텐츠와 성격이 점점 달라지는 것 같아 다른 플랫폼으로 활동 범주를 옮기고 싶습니다. 그래서 빨리 웹툰을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나 봐요. 제가 익킨이라는 이름으로 언제까지 작업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은 익킨으로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어요.

LG Social Challenger 151264
LG Social Challenger 이승준 생각을 멈추고, 바로 행동하는 크리에이터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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