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규, 안준호┃두 남자의 끝을 모르는 민간외교 프로젝트

사진 전경미/제16기 학생기자(중앙대학교 국문학과)

똑같은 한글인데도 해외에서 만나는 한글은 유독 반갑다. 특히 자국어에 대한 자존심이 강한 프랑스에서 만나는 한글은 네잎클로버를 발견한 기분이다. 이하규와 안준호, 두 남자는 이런 네잎클로버를 아예 심는 사람이다. 프랑스 서부 6개 도시 35곳에 한국어 가이드를 제작, 배치한 그들은 인터뷰를 위해 만난 자리에서 두툼한 종이를 내밀었다. 스스로 만든 한국어 가이드와 그들이 만든 팀 ‘해바라기’를 소개하는 서류였다. 프랑스에서 한국어 가이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어필해야 했던 그들에게 자기 PR은 일종의 습관이었다.

앞뒤 재지 않고 내지르는 당찬 젊음

팀 ‘해바라기’의 프로젝트는 2007년 가을, 벨기에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여행 중이던 그들은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로 유명해진 안트워프 대성당 앞에 도요타에서 일본 관광객을 위해 세운 동상을 보고 자극을 받았던 것. 프랑스로 돌아온 그들은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했고, 일본어와 중국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전무한 한국어 가이드의 상황에 직접 부딪쳐 보기로 했다. 젊음이 유일한 무기였다.

안준호(이하 안) 처음 가이드를 제작할 당시에는 프랑스에 간 지 얼마 안 된 상태라 불어에 능숙하지 못했어요. 그런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죠. 불어도 잘 못하는데 무슨 가이드를 만드느냐, 이런 소리도 들었죠. 지금은 가이드 하나 만드는 데 일주일 정도면 되는데, 그때는 두 달이 걸렸어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프로젝트는 조금씩 진전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젠 현실적인 문제가 그들을 찾아왔다. 경제적 문제였다. 두 명의 평범한 유학생이 가이드 제작비용을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때, 안준호 씨가 일을 벌인다. 당시 대한항공에서 루브르 박물관에 한국어 가이드를 배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한항공 회장실에 직접 편지를 보낸 것.

저희가 컨택을 하면서도 안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이런 프로젝트가 기존엔 전혀 없었으니까요. 우리가 최초라 할 수 있는 건데, 실패할 확률이 크다고 생각하면서도 편지를 보냈죠.
이 내용은 비서실을 거쳐 통합커뮤니케이션 팀으로 전달되었고,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른 뒤, 해바라기 팀은 <Korean On-Air>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후원 프로그램으로 가이드 제작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좌절조차 잊게 하는 이름, 바로 ‘재미’

경제적 부담을 덜자, 한층 안정된 그들의 프로젝트는 차츰 범위를 넓혀 나갔다. 스트라스부르 외에 낭시, 브장송, 베르됭, 콜마르, 랭스를 추가로 돌며 작업했다. 하지만 그들의 프로젝트가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었다. 장소가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거절당하는 횟수도 늘어난다는 의미였다.

이하규(이하 이)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고고학 박물관이었어요. 저희가 가이드를 만들어서 예전부터 여러 번 컨택을 시도했는데 계속 연락이 안되는 거에요. 그래서 직접 들고 찾아갔죠. 그런데 그쪽에서 거절했어요. 순수한 문화적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였죠. 일본어와 중국어가 있는데, 한국어만 없다는 것은 한국인에게 문화를 알리려는 게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느끼는 한국의 열등감이라고 얘기했어요. 직접 얘기한 것도 아니었어요. 부하 직원 통해서 통보만 했죠. 그날 너무 화가 나서 밤새 울었던 기억이???(웃음)

갑자기 궁금해졌다. 이런 일을 겪어가면서까지 해바라기 프로젝트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기자에게 돌아온 대답은 ‘재미있으니까.’였다. 뭔가 거창한 대답을 기대했던 기자에겐 의외였지만, 세상에 이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또 있을까?

브레이크 없는 해바라기 프로젝트의 무한도전
애국심에서 비롯한 작은 의문, 그리고 점점 쌓이는 재미로부터 발생한 그들의 프로젝트는 이제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프랑스 전역에 한국어 가이드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정치와 경제, 교육, 건축 등 프랑스 사회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담은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으며, 르 코르동 블루를 비롯한 여러 단체와 협력하여 정보의 전문성 또한 확보했다. 그들이 이토록 프랑스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막연한 동경도 아니었고, 오지랖이 넓어서도 아니었다.

저는 서양사를 공부하러 프랑스에 왔어요. 이곳에서 지내다 보니 별천지더라고요. 저에게도 유익했을뿐더러, 우리나라 사람이 알면 좋겠다 싶은 내용이 너무 많은 거에요. 그래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죠. 요즘 블로거처럼 좋은 것이 있으면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이 프로젝트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는 그들, 대상은 아시아였다. ‘솅겐 따라잡기’(가제) 프로젝트는 유럽연합 내 당사국 간의 인적, 물적 교류에 제한을 없애는 솅겐 조약처럼 아시아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그들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준비가 되어있다.


기쁨도 함께하면 두 배가 되듯이 꿈도 함께하면 그리 될까? 타지에서 우연히 만나, 서로 믿고 의지하며, 이제는 형제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 이하규와 안준호.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며 꿈을 키워나가는 그들은 만족이란 단어를 모르는 듯했다. 끝을 모르는 두 남자의 민간외교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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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돋는 분위기였죠. 유머감각도 있으시고, 잘웃기도 하시고!
  • N

    오아, 웃음들이 정말 자연스러우세요ㅎㅎㅎㅎㅎㅎㅎㅎ평소에도 잘 웃으시나봐요*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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