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루저’에게 보내는 따스한 시선

강의명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과 전작을 통한 좌담
강사명 이준익 감독
강의 일시 4월 26일
강의 장소 메가박스 코엑스점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빠르게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인 바로 그 남자, 이준익 감독.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통해 다시 한번 <왕의 남자>의 1천만 신화를 이루고자 했던 그는 특유의 이준익 표 허무주의를 선보이며 관객을 찾았다. 개봉 전 여러 차례 ‘관객과의 대화’라는 만남을 통해 관객과 직접 소통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중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렸던 한 좌담회를 통해 극중 ‘견자’역을 맡은 배우 백성현과 함께한 이준익 감독은 긴 시간 동안 관객들의 질문 하나하나에 성의껏 답변했고,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바로 그의 젊은 시절에 관한 일화였다.
여러 기사에서 알려졌다시피 이준익 감독은 21세에 아버지가 되었다. 아직 가난한 학생이던 그는 아이의 우윳값을 벌기 위해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며, 입대를 할 때도 먹여주고 재워주는 군대가 그저 고마웠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감독이 되기 전 먹고 살기 위해 막노동부터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는 그는 돈이 없어서 화가의 꿈을 접으며 대학 중퇴까지 했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루저’였기에 ‘루저’를 이해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작들에서 ‘루저’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냈던 것과 달리 이번 영화는 너무나 허무하다. 희망도 없고, 그저 답답한 현실 속에서 발버둥치는 주인공들만이 가득했다.

극 중 견자(백성현)는 양반집 서자라는 자신의 신분에 반발하며 세상을 향해 소리치지만 꿈이 없다. 이몽학(차승원)이라는 연인과 비교하며 백지(한지혜)가 견자에게 던진 ‘넌 그 사람한테 안 돼, 넌 꿈이 없잖아.’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억압된 현실에서 벗어나고는 싶지만 꿈이 없기에 그저 방황하는 지금의 우리-젊은 세대들과 너무나 닮았다.
그렇다. 이 영화 결말이 매우 허무하고 답답하다. 심지어 주인공들이 모두 죽어버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왜 그는 지금 이 시점에 이전 작품에서 보여줬던 루저들의 희망을 거둔 것일까?
<왕의 남자>의 광대들(감우성,이준기), <라디오스타>의 잊혀진 가수왕(박중훈), <즐거운 인생>의 중년 아저씨밴드까지… 모두 변두리 인생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 왔던 그였기에 더욱 더 궁금한 점이었다.

그래서 치열한 질문 경쟁을 뚫고 손을 들어 직접 물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던 것입니까.”

대답 한 번 속시원했다. 그의 이야기인즉,

“거짓 희망을 주기 싫었습니다. 사실 지금 20대는 현실도 암울하고 미래도 어둡죠.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괜히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서 직접 지금의 현실과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달을 베는 견자를 통해 그래도 조금의 희망을 느껴진 않았나요?”

그의 결론은 이것이었다. 두렵고 어려운 현실을 피하지만 말고 허공에라도 칼이라도 들고 베어보는 그 시도가 중요하다는 응원이었다.
88만원세대라 불리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을 향해 이준익 감독이 전하는 메시지는 그의 젊은 시절이 우리들의 그것과 닮아 있기에 더욱 솔직하고 가깝게 와 닿는 시간이었다. 또한 직접 관객들을 만나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해 공감해보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그의 모습은 권위적 모습을 벗어 던진 ‘관객을 아는’ 1천 만 감독다운 모습이었다. 이 영화를 보고 그저 한국영화 특유의 허무한 결말만이 느껴졌다면, 이준익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영화를 감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스크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견자의 칼부림과 울부짖음에서 나 역시 꿈 없이 그저 암울한 미래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은지, 혹은 현실이 힘들고 막막해도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하루하루 노력하고 있는지,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볼 때, 우리들의 미래도 보다 선명해질 것이다.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N

    @이주현기자 젠장 스포일러가 들어가있네요 마지막에 달을 벱니까
    에잇 안봐야겠네요
  • 문명83

    웃어라, 세상이 너와함께 웃을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것이다.
    세상의 모순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드릴 수 있는 용기. 지금의 88만원세대에게는 그것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 @이주현 기자
    스포일러와 관계없이 영화보는 스타일이라서^^
    기분 좋은 스포일러로 인해 더 재밌는 영화 관람이 될 거 같은데요~
  • 이주현

    @ cindy
    네 공갑합니다,
    아직 3학년이지만 - 혹은 어느덧 3학년이기에
    점점 다가오는 사회로의 나아감에 있어서
    현실의 무게가 점점 느껴지는 요즈음, 88만원세대를 넘어서 더욱 암울한
    우리네 현실을 볼 때, 더이상 눈가리고 아웅하는 환상을 심어주는 그 누군가들의 말보다는
    냉정하게나마 이렇게 현실을 직접 보여주고, 느껴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말이 너무나 소중한 것 같습니다
    우리만의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아니 '해피엔딩'이란 영화속에만 존재하는 우리들에게는 없을 수도 있는것인지 모르겠네요,
    그저 '해피ing'라는 지금 이 순간순간의 나만의 순간을 살아 가야 하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주현

    @ 미안해
    마지막 장면을 이미 말해드렸네요..
    [*스포일러 주의] 이런 문구라도 넣었어야 할텐데, 죄송해요ㅎ
    하지만 반전이 있다거나 전체 이야기를 모두 담지는 않았으니
    꼭 영화를 통해 이준익 감독의 메세지를 읽어 내시길 바랄께요!
    그리고 미안해님만의 의미를 찾아 볼 수 있길 바랍니다^^
  • 이주현

    @ 아카리아
    사실 이준익 감독의 저 대답을 듣기전까지는 너무나 허무했어요,
    영화를 보고나서도 약간은 찝찝한 그 기분,
    하지만 거짓희망이 아닌 진짜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을 이야기하면서
    결국은 진짜희망을 이야기하려는 이준익감독의 그 마음이 느껴져서
    저 역시 감동했습니다^^
    이렇게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직접 그 영화를 만든 감독님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
    그 시간을 통해 소통할 수 있다는게 너무나 설렜던 순간이었습니다~
  • 이주현

    @ 미래소년
    이준익 감독만의 감성으로 따스히 보다듬어줬던 이전의 작품들에 비해
    약간은 어색할수도 있는 스토리전개였지만, 그래도 여전히 루저들을 향해 '힘내' 외치고 있던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구르믈..'을 보시기전에 인터뷰기사를 읽으셨다니
    조금의 힌트&기분좋은 스포일러가 됐길 바랍니다^^
  • 현실을 직시하라는 메세지가 담긴 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영화들과 차별화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영화들은 가상으로라도 해피앤딩이고 희망적인 메세지로 끝을 맺는 경우가많은데.
    88만원세대 책에서도 봤듯이 지금 우리 세대들은 비정규직이라는 취업자리를 위해서라도
    스펙을 쌓고 노력을 하며 한편으로는 노력만으로 이루기 어려운 큰 꿈을 꾸고 있기도하죠.
    그런 점에서 이준익 감독님의 메세지는 취업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비수를 꽂는 영화인듯합니다.
  • 두렵고 어려운 현실을 피하지만 말고
    허공에라도 칼이라도 들고 베어보는
    그 시도가 중요하다는 말씀이 정말로 인상적이네요..
    아직 이번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보지 못했는데..
    감독님의 말씀처럼 의미를 상기시키며 봐야겠네요^^
  • 거짓 희망을 주기 싫었습니다.
    사실 지금 20대는 현실도 암울하고 미래도 어둡죠.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괜히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어서
    직접 지금의 현실과 만나게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달을 베는 견자를 통해 그래도 조금의 희망을 느껴진 않았나요?

    햐~ 역시 이준익 감독님입니다.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에서 제가 느꼈던 감정들이 이준익 감독님의 말씀을 접하고 나니까
    다시한번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 이준익 감독의 영화 중에 이번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빼고는 다 본 것 같네요.
    시대의 '루저'들에게 현실가능한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담아 연출하고 싶었다는 인터뷰를
    보고 나니, 정말로 '왕의 남자'에서 광대들, '라디오 스타'에서 잊혀진 가수, '즐거운 인생'에서
    중년 밴드..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네요.
    하나같이 무릎 탁~칠 만큼 인터뷰 내용과 같네요.. 영화를 다 보면서도 사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했다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작가가 누군가에 따라 책을 고르는게 아닌 것처럼 영화도 감독보고 보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요.
    이준익 감독하면 이제 '루저'에게 주는 희망이야기 라는 식의 공식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하나같이 이 영화들을 보면서 그 희망에 감동했었고 좋았었거든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은 아직 못 봤지만, 이 글을 읽고 난 뒤에 보는 영화는 더욱 제게
    특별할 것 같아요. 꼭 봐야 겠어요..^^
    이주현 기자님 수고하셨어요.

소챌 스토리 더보기

나의 라임 단골집 2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나의 라임 단골집 1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카일루아> 윤정욱 작가ㅣ디지털 노마드로 산다는 것

가성비 좋은 푸드트럭 삼만리

서울의 심야식당 3

졸업전시 – 전시 / 공연 / 쇼

집밥 “서선생” – 남은 추석 음식 활용편 –

가을이니까, 소채리가 추천하는 10월 나들이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