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복 박사의 재미있는 한자 이야기 3







야단법석(野壇法席)은 불교 용어로 불교대사전《佛敎大辭典》에 나오는 말이다.

야단(野壇)은 실내가 아닌 야외 들판에 설치 해 놓은 단을 의미한다.
그리고 법석(法席)은 부처가 가르친 진리 또는 불법을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법회를 여는 자리를 의미한다.

예로부터 사찰에서는 연중 크고 작은 많은 법회가 열린다. 그 법회의 대부분은 법당 내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신도가 많이 모이는 법회는 법당에서 열수가 없다. 때문에 신도들이 많이 모이는 법회는 야외에서 열곤 했다. 성대한 법회를 열 때면 절에서는 야외의 넓은 장소에 단을 쌓아 놓고 수행의 경지가 높은 승려가 단 위에 올라가 설법을 했다.
그 때 사찰에서는 부처의 가르침의 위대성이나 그 장엄함 등을 강조할 목적으로 갖가지 화려한 장식을 한다. 꽃을 뿌리고 불교 음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향을 피워 올리고 승무를 비롯한 갖가지 춤을 춘다. 이때는 불교 신도들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많이 참석한다.
불교가 성행하던 고려시대에는 성대한 법회가 많이 열렸다.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는 백성들과 함께 큰 법회를 열었다. 심지어는 나라에 불길한 징조가 있을 때 왕이 직접 참석하는 법회를 열기도 했다. 그 규모가 매우 커서 야외에 단을 설치하고 법회를 열었다는 내용이 많은 문헌에 보이고 있다.

이후 조선시대 때는 팔관회나 연등회를 폐지하는 등 억불숭유 정책을 실시했으나 불교의 법회를 근본적으로 막지는 못했다.
현대와는 달리 예전에는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을에서 성대한 굿판만 벌어져도 온 동네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다못해 혼인식이 있어도 먹을거리와 볼거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곤 했다. 그러니 절에서 열리는 성대한 법회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겠나 하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문헌을 보면 석가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 무려 3백만 명이나 모여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판에 단을 차려 놓고 법회를 여는 것을 야단법석(野壇法席)이라 일컫게 되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그 의미가 완전히 변하여 ‘질서가 없이 시끌벅적하고 어수선한 상태를 비유하는 말’로 주로 쓰이고 있다.


이전투구(泥田鬪狗)도 마찬가지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원래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함경도 사람들의 강인한 성격을 표현하는 말로 쓰였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그 뜻이 전혀 다르게 변해 버렸다.

지나가는 혹자들에게 이전투구를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 와 ‘정치 싸움을 하는 정치인’ 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정치판을 논할 때 주로 이전투구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가 개의 싸움으로 표현될 정도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냉혹하게 변한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 모 정치인이 ‘정치판은 개판’이라는 발언을 하여 여·야가 정치적 공방을 벌인 바 있다. 결국 한자로 표현한다면 그것이 바로 이전투구가 될 것이다.
이렇게 단어의 뜻은 그 시대적인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와전되기도 한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정확하게 모르고 무심코 쓰는 경향이 많다.
이제부터는 야단법석과 이전투구의 본래 의미를 음미해 보고 정확하게 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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