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 이밤수지∙맨드라미최 부부 | 우도에 책방이 산다

옛 제주의 모습을 갖고 있는 제주의 축소판인 우도. 그런 우도에 만지고 싶은 책방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가 부부와 함께 산다.


맨드라미최가 직접 그린 부부 초상화

부부는 집을 고치며 3년을 보내고, 1년 동안 책방을 구상했다. 책방의 문을 연 게 작년 7월 22일. 개점 이후 하루가 되고, 일주일이 되는 게 신기했다. 어느덧 1년도 훌쩍 넘은 이 시기, 감회가 새롭다. 오늘도 아내 이밤수지는 공간을 책으로 채우고, 남편 맨드라미최는 친절과 커피를 담당하며 그림을 그린다.



멸종 위기 생물인 산호꽃 ‘밤수지맨드라미’처럼 책도 손에서 놓이는 이 시대, ‘잊지 말자.’라는 의미로 책방 이름이 지어졌다.

우도에서 책방 운영을 맘먹은 계기가 있나요?

맨드라미최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우리랑 어울리는 것, 마을에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딱 책방이 생각났죠. 계획한 당시만 해도, 제주도에 책방이 별로 없었어요. 그저 낭만에 빠져 장사가 잘될지 여부도 고려하지 않고 결정했죠.

이밤수지 ‘사람들이 덜 오는 장사를 하면 좋겠다.’라고 남편이 늘 말했어요. 책방은 덜 붐비니, 우리가 이것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좀 여유롭지 않을까 생각했죠. 특별히 고민은 안했어요. 우리가 원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죠. 우도라는 섬 자체에 책방이 없어서 어르신께서도 신기해할 거로 생각했죠. 아직 주민들도 이곳을 잘 몰라요. 여행자에게 듣기로는, 이곳 위치를 문의한 버스 매표소에서 책방은 없다고 했대요.

넓은 제주에서도 우도를 택한 이유는요?

맨드라미최 집이 참 마음에 들었어요. 조용히 그림 작업을 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죠. 슈퍼마켓 같은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어요. ‘어디든 둘이서 사는데 나쁘겠어? 나쁘면 어때?’라고 생각했죠. 사실 여기 왔을 때 뭐가 씌웠는지 돈벌이조차 생각하지 않았어요.

이밤수지 당시 저는 서울에서 일하고, 남편이 한 달 넘게 제주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남편이 이 집을 보고 당장 계약금을 보내라고 했죠. 그땐 우도가 이렇게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인지 상상조차 못했어요. 제 첫 질문은 “우도에 영화관이 있어?”였죠. 지금 떠올리면 실소를 금치 못할 말이지만, 개인적으로 문화생활을 정말 좋아해서 걱정이 좀 되었어요.
그래도 굶어 죽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은 있었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 둘이 시골에 가서 살자는 것에 동의했고, 누구 하나가 떠밀려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었어요.


책방이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어요. 인테리어는 직접 한 건가요?

이밤수지 남편이 생각한 대로 다 만들었어요. 가구부터 시작해 세면대, 바닥까지 손수 제작한 거예요. 바다에 떠내려온 부표를 잘라 조명을 만들고, 테이블과 의자도 직접 만들었죠.

맨드라미최 원래 테이블이 이보다 더 낮았어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손님들이 불편하다고 해서 조금 높였죠. 집수리를 3년여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배운 거예요. 잘했다기보다 그저 원하는 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한 거죠.

책방 운영하면서 나름의 철학이 있는 것 같은데요.

이밤수지 우리가 좋아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운영 철학이에요. 가게를 처음 하는 것인데, 주변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았죠. 그런 건 고려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우리의 생각을 응원하는 분들이 모이고, 단골이 되셨죠. 태풍 걱정을 한다던가, 개점할 때 오신 손님이 올해 한 번 더 방문해주던가 하는 등 사람 간의 관계가 이어지는 게 굉장히 신기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바쁜 회사생활을 하면서 사람 간의 관계를 굉장히 피곤해하고 웬만하면 얽히지 않으려고 한 편이었는데, 지금은 나의 태도가 좀 달라진 걸 느껴요. 운영 역할로 따지자면, 책방을 채우는 건 제가 하고 공간의 아트 디렉팅은 남편 몫으로 하고 있죠.

이곳에 배치된 책은 어떤 기준인가요?

이밤수지 책을 고를 때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먼저 서가에 꽂아 놓았어요. 그 책의 출판사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출판사에 직접 연락 드렸죠. 감사하게도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소설을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데, 우도에 내려오면서 생태나 자연, 농사 등 방면에도 계속 관심이 갔죠. 물론 출판사에 연락했을 때 배송비가 더 나온다고 거절하는 분도 있었어요. 그 결과 처음에는 책이 별로 없었죠. 지금은 계속해서 연결되어 책을 들여오기가 한결 수월해졌어요. 확실히 개인적인 취향의 책이 많이 있는데, 손님이 원하는 책도 같이 주문해서 구성하고 있어요.
지역 주민을 위한 책 구성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한 번은 <중국어 회화 첫 단계> 책 주문을 따로 받았어요. 언젠가는 <엄마는 해녀입니다>라는 고희영 작가님의 동화책을 해녀분이 손주를 준다며 직접 골랐죠. 어르신의 책 취향은 아직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어요.

책방에 굿즈도 보이는데

마진이 많이 남는 귀여운 고스톱 아이템을 남편이 이야기하니 부인이 말했다. “책방에 이게 어울리니?” 여기 책방에는 사절이다.

이밤수지 굿즈는 거의 다 외부 작가나 업체의 작품이에요. 우리와 어우러지는 상품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인지 확인해요. 아무리 제주도의 기념품이라고 해도 쉽게 버려지는 것보다 제대로 만들어진, 롱 라이프 디자인의 가치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을 찾고 있어요. 결국, 좋은 디자인, 착한 제품이 대부분이죠. 남편이 그림을 그려서 같이 컵을 만드는 등 우도에서 작업하는 이들과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하고 있어요. 고가인 편으로, 상당히 느리게 팔리는 편이에요. 이렇게 계속 한자리에 두는 건 우리가 이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죠. 상징적인 의미가 커요. 앞으로도 이런 가치를 두고 내부 상품도 구성할 예정이에요.

맨드라미최 제주도 기념품이 제 눈엔 그리 예쁘지 않아요. 그래서 그에 반한 것을 갖다 놓고 싶었죠. ‘과연 그것을 선물 받았을 때 정말 기쁠까?’ 하는 기준에서요.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세심하게 둘이서 함께 엄청나게 고민하는 편입니다. 이익을 남기는 것보다 책과 어울리는 것을 찾아요. 2010년도 사진을 찍었던 우도 사진작가의 달력이나 재생용지로 만든 노트, 콩기름 인쇄를 한 것 등 책방에 어울리는 것이죠. 제 마스터플랜은 여기에 책이 가득한 거예요. 굿즈도 책을 팔려고 가져다 놓은 거죠. 가장 치사하지 않는(?) 방법을 쓰는 셈이에요.

지난해 MBC스페셜에서 그들의 책방을 조명한 바 있다. 오픈 직전부터 오픈 날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처음엔 촬영을 거부할까도 생각했다. 시골에 와서 그들이 하고 싶은 걸 했을 뿐이니까. 그러나 누가 예상했던가. 느리고 오래 머물 수 있는 이 공간이 누군가에겐 용기 그 자체였다.


책방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도 많겠다

이밤수지 가게를 오픈한지 얼마 안됐을 때 한 여성 손님이 왔어요. 오전 11시쯤 오셔서 책을 읽다가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죠. 이틀 일정으로 종일 책방에 있었어요. 자신이 다 읽은 책은 옆의 다른 손님께 선물하기도 해서, 특이한 친구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책방에서의 일정이 늘고 늘어서 보름을 우도에서 지냈어요.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가 우도에 머물게 한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친한 친구가 되었어요. 배송비가 나오는데도 일부러 이 먼 곳까지 책 주문을 해서 보내 달라고 해요. 휴가를 내서 일부러 오기도 하고요. 그 친구는 우도 이웃 주민들과도 상당히 친해졌답니다.

맨드라미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게 기억에 남아요. 신기하고 너무 고마운 일이었죠. 이를 보고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응원한 분도 있었어요.

이밤수지 남편은 본인 얼굴이 TV에 나온 것을 매우 신기해하면서 계속 돌려보더라고요. 무언가 새로운 것에 도전을 앞둔 분들이 이곳을 보고 힘을 얻었다는 말씀을 자주 했어요.

<밤수지맨드라미 북스토어>만의 매력을 스스로 꼽는다면요?

이밤수지 맨드라미 최의 친절이요. 하하. 제주에 부부가 운영하는 가게가 참 많은데, 들어가기가 꺼려질 때가 종종 있어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도 있어서 들어가면 방해하는 듯한 기분이 들곤 하죠. 제주가 전체적으로 좀 투박한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남편이 손님을 허물없이 친절하게 상대해요. <밤수지맨드라미>는 공간에 더해 그런 편안함이 매력을 산 것 같아요.

맨드라미최 전 찾아오는 분이 전부 물고기라고 생각해요. 산호와 물고기가 항상 같이 사는 것처럼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때 매력이 생기는 공간 같아요.

서울과 비교할 때 우도에서 행복 지수는 높아졌나요?

이밤수지 다큐멘터리 촬영 당시 마지막 질문이 ‘행복하냐?’라는 거였어요. 그때 남편이 행복한데, 그렇게 말하면 지금 힘든 사람에게 너무 미안해진다고 했죠. 저도 행복하지만, 그런 마음이 있어요. 사실 도시에서 살 때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좋아하는 일을 해서 힘들더라도 제 삶에 만족했죠. 어디에서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이 어렵지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자연에 가까워지면 마음이 좀 더 유연해지긴 하는 것 같아요. 당장 시골로 오라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대신 숲을 자주 찾으면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해요.

맨드라미최 도시에서도 행복했고, 여기에서도 행복해요.

책방과 함께 바라는 점이 있나요?

맨드라미최 2013년도 우도에 처음 왔을 때 레지던스 작가와 협업해서 전시회나 음악회, 공연 등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도 주민분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더라고요. 그때 우도에 작은 변화를 만들려면 장기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할 공간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상당히 긴 프로젝트로요. 이곳은 동네 책방인 만큼 우도에 있는 여러 연령층이 즐겨 찾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여행자가 주 손님이지만요.

이밤수지 동네 책방 운영이 쉽진 않아요. 서울에서조차 문을 닫거나 주인이 투잡을 뛰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사람이 덜 왔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실제 가게 문을 여니 달라요. 덜 오면 슬프죠. 책방이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히 여러 사람이 찾는 곳이길 바라요.



늦은 밤, 귀뚜라미 소리만 울리는 우도 책방의 하루도 저물어간다.

이밤수지의 20대에게 권하는 책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by 이네


이밤수지 _ ‘젊으니까 할 수 있어.’ 이게 아니에요. 다시 할 수 없을 수도 있어요. 지금 이게 마지막일 수 있는 거죠.

저는 40대지만, 요즘 20대를 보면서 괜히 짠해요. 제때보다 더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는 듯해서요. 고민이 많아 여행 온 분들이 많더라고요. 심지어 여행 오는 것조차 죄책감을 느끼는 분도 있고요. 그래서 응원하고 싶어요. ‘할 수 있어.’란 말이 아니라 ‘그래요, 그럴 수 있어요.’ 이 한마디밖에 할 수 없어요. 지금의 시간 자체가 너무 중요하고, 헛되이 보내는 시간이 절대 아니란 점을 알았으면 해요.
이 책의 작가 이네는 거리 위의 음악가라고 불리며, 노래하는 분이에요. 여행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인연을 만들고 또 인연이 된 사람의 장소에 가서 노래하죠. 뭔가 특별한 것을 원해서가 아니었어요. 그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변화를 책으로 엮었죠.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시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제목대로 그 어떤 것도 잘못된 것이 아니라 따뜻하다는 의미가 있는 것 같아 20대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어요.


‘이후 북스’라는 동네 책방에서 만든 ‘이후진 프레스’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기도 하다.

LG Social Challenger 168271
LG Social Challenger 김세희 순간에 심장이 두근두근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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