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섭 – 당신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프로입니까, …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윤호섭 교수님의 환경운동은 ‘에너지 독립선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에너지 독립선언이란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모든 에너지원으로부터의 자유선언으로, 일상의 전영역에서 선언의 실천을
   
의미한다. 교수님은 전기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식판이나 접시를 이용한다. 작업중 남은 종이 재료는 종이죽으로 만들어, 둥그런 방석으로 환생한다.

지인들의 편지는 작품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부여받으며, 탁구채를 깎고 남은 나무조각과 종이봉은 지금 집을 짓기
위해 대기중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5월부터 8월까지 인사동 거리에서, 하얀 T-Shirt에 천연염료로 환경
메시지를 즉석에서 담아 무료로 나눠주는 윤호섭 교수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황사가 부는 봄이면 어김없이 손수
제작한 방진복을 입고, 환경오염의 메시지를 전한다.
   
    “제가
하는 일에 특별한 건 없습니다. 그냥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입니다. 내가 옳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할 뿐입니다.”


교수님이 환경 사랑 실천에는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것을 실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난스럽다는 주위의
시선도 있었고, 냉장고를 없애자는 의견이 가족 사이에서 묵살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보다 옳은 일인지 알기 때문에,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단 한 사람이라도 동참하기를 바라며, 묵묵히 해나갔다. 잡상인이라고 오해를 사면서도, 인사동에서
환경 메시지를 담은 T-셔츠를 무료로 나눠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래지 않아 그의 활동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겼고,
커피와 T-셔츠 등으로 후원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얼마 전, 동경에서 열린 전시회에서 교수님은 한국과 다른 강인한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일본의 관객들도 처음에는 그의
예술 활동에 낯설음을 표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메시지임을 이해하는 순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와 함께
했고, 통역부터 행사 준비까지 모두가 ‘환경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다.
동경 전시의 마지막 순간은 감동이었다. 일본 어린이 7명과 함께 그림을 그리는 퍼포먼스를 행했는데,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렸다.


교수님의 가난하던 어린시절 사진과 오늘의 부유한 아이들의 사진을 나란히 걸어놓은 작품 앞에서, 이런 메시지
전했다.
“우리는 참 많이 배고팠습니다. 하지만, 그때 환경은 아름다웠습니다.
요즘 어린이들은 배고프지 않습니다. 반면, 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환경은 처참합니다.
과연 어느 쪽이 더 행복한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아이들이 정말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은 국내 최초로 ‘환경과 디자인’이라는 과목을 교양 필수과목으로
개설했다. 환경은 아는 차원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의식 차원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많은 갤러리 있는 작품들은 너무도 화려합니다. 하지만 풍요 속에서
너무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지요. 저는 제 작품을 액자에 넣지 않습니다. 그냥 핀으로 고정합니다. 저는 자연스러움을
통해 환경을 느끼게 하고 싶거든요. 제 작품활동을 통해 기계문명의 발전을 진보로 착각하고 사는 인류들을 일깨워주고 싶습니다.
제가 나눠 준 T-셔츠를 받고 기뻐하던 아름다운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환경 사랑은 우리와 우리의 미래를 위해 너무도 시급하고 간절한 문제이지만, 우리는 정작 중요한 문제를 무시해 왔다. 교수님의
하루는 바로 중요한 일을 철저히 해나가는 당당한 일상, 그 자체다.

“환경 사랑은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자기 기준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고 고치면 되는 것이지요. 저는 자기 의식에 충실할 것을 요청합니다.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저는 제 영역에서
솔직해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저의 일상, 전공에서 구체적인 실현을 고민합니다. 그래서 전기 자전거를 타게 되었고,
T-셔츠 배포를 합니다. 제 T-셔츠 안에 담긴 메시지가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월드컵이 한창이던 지난 6월, 인사동에서 T-셔츠에 환경 메시지를 담아 나누어주고 있는 교수님의 옆을 한 무리의 인도인들이
지나갔다. 그들에게 T-셔츠를 선물했더니, 인도인들은 답례로 즉석 무용 공연을 해 주었다 한다. 교수님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었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격려와 동참 속에서 힘을 얻는다고…
환경문제는 머리로만 이해해서는 안되며, 가슴으로 느끼고 행해야 한다는 것을 교수님은 강조한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가벼이 여기고 살아왔는지, 자신이 생각하는 당연한 일을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행하시기 바란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들꽃의 아름다움에 눈물짓는 마음… 보잘 것 없는 작은 실천이 이 지구를
구합니다.”


취재 내내 기자는 울컥 뜨거운 것을 느꼈다. 흰 머리가 성성한 학자의 모습에서, 일상에 최선을 다하는 치열한
아름다움을 보게 된 이 벅찬 감동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우리는 프로를 꿈꾼다. 프로란 무엇인가? 프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교수님은 말씀하신다. 자신의 위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영향력을 미치고, 보통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낯설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프로가 되겠습니까, 세상을 쫓아가는 포로가 되겠습니까?”

프로를 꿈꾸면서도 우리는 자꾸 포로가 되어감을 떨칠 수 없다.
자신의 신념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윤호섭 교수님은, 현대 문명의 포로가 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글_윤영덕 / 8기 학생기자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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