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스트리트 파이터!


꽤 화통한 무법자가 되어 맨손으로 유럽의 거리를 장악하고 왔다. 곳곳에 살아 숨쉬는 보물을 담느라 손과 다리는 쉴 틈이 없었다. 그 가슴 뛰는 이야기 보따리 어디 한 번 풀어볼까.

하펜 거리

뒤셀도르프 하펜 거리에 들어서자 활기찬 분위기가 온몸을 자극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좋은 날씨를 즐기러 테라스로 나왔고, 시청광장의 간이 식당에서 떠들썩하게 수다를 떨며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거리의 절반은 테라스가 차지한 채로 길게 이어져 있어 하늘을 천장 삼은 이들의 식사가 한창이다. 이곳의 별미는 바로 독일의 족발인 ‘슈바인 학세’. 하펜 거리에서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터줏대감 춤 쉬프첸zum schiffchen에서 그 전통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자리에 앉기 무섭게 물 잔보다는 맥주잔이 먼저 놓여지고 달인 프로그램에 소개될 만큼 능숙한 솜씨로 뒤셀도르프의 전통맥주 알트비어를 손님에게 따른다. 맥주로 입맛을 다실 때쯤 메인 메뉴인 슈바인 학세가 나오자 테이블에선 외마디 비명이 들린다. 상다리가 부러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머리만한 고기덩어리가 각자 앞에 놓여 테이블을 꽉 채운다. 슈바인 학세는 돼지다리살과 감자 그리고 시큼한 맛의 양배추가 곁들여진 요리로, 특이한 점은 돼지고기의 껍데기가 바짝 구워지면서 만들어지는 쫄깃함과 바삭함. 이 때문에 단단한 껍데기를 자르기 힘들 수 있지만 고기를 뒤집으면 나오는 살코기부터 먹는 것이 요령이다. 식사량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면 둘이 먹어도 충분한 양이다.
계속 리필되는 맥주는 가격이 책정되고 있으니 유념할 것! 이곳으로부터 큰 길가로 나가면 독일의 심장인 라인 강을 맞이할 수 있다. 이왕이면 저녁 시간에 방문해 하늘의 경허한 노을을 가슴 속에 담길.
춤 쉬프첸zum schiffchen
Location Hafen strasse 5, Altstadt, Duesseldorf
Price 15유로~20유로 내외
Info +49-(0)211-13-2421

드로셀 가세(티티새 골목)

뤼데스 하임은 독일의 아기자기함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이곳의 드로셀 가세는 참새 골목 혹은 티티새 골목으로 불리며, 두세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골목이 가지처럼 연결되어 있는 곳이다. 골목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는 듯 발길을 멈추게 하는 숍이 대부분. 행인과 어깨를 부딪히며 빚어지는 소음과 시끌벅적한 수다, 그리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경쾌한 노래와 군침도는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아티스트 마켓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에서 최고봉은 뭐니뭐니해도 아이스바인. 독일의 대문호 괴테도 이 골목을 자주 찾아 와인을 즐긴 것으로 유명세를 떨친 바 있다.
드로셀 가세에서 아이스바인을 전문적으로 파는 바인하우스 드로셀렉Weinhaus Drosseleck Drosselgasse No7은 강력 추천! 너무 맛있어서 파는 것을 잊고 마시는 탓인지, 주인 아저씨의 코도 빨갛다. 관심을 보이자 시음을 권하는데 생각보다 달콤한 맛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주인아저씨도 본인의 코가 왜 빨간지 알겠느냐는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 밖에도 1년 내내 크리스마스 용품만 판다는 숍은 여름이 한창인데도 문을 활짝 열었고, 시계만 파는 숍에선 그 잠잠한 시침 소리가 골목까지 흘러 나온다. 드로셀 가세를 벗어나기 전, 정시만 되면 시계탑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를 음미하는 것이 좋겠다.
Weinhaus Drosseleck Drosselgasse No7
Location D-65385 Rudesheim am Rhein
Price Price 20유로 내외
Info +49-(0)6722-75-0729

예술의 다리


파리 시내를 가로지르는 센 강을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면 눈으로 모두 헤아릴 수 없는 긴 건물이 나온다. 그 위치와 규모로 보아 루브르 박물관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던 중 그 앞으로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나 나오는데, 지금까지 지나온 다리와는 달리 철골 구조물이다. 그 다리의 이름은 바로 예술의 다리pont des arts. 프랑스의 다리 중 유일하게 보행자만 통과할 수 있는 이곳은 평일에는 행인이 강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햇살을 맞을 수 있는 산책로로, 주말이면 젊은이들이 모여 와인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애용된다. 다리에는 간간히 서울의 남산을 연상케 하는 자물쇠가 걸려 있었는데 누군가의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함께 있기도 하다. 이곳은 낮보단 밤이 아름답다. 해질 무렵 거리의 등불이 하나 둘 켜질 때 예상지도 못한 장관이 펼쳐진다. 만일, 여행하던 중 만난 동반자와 함께 와인 한 잔을 나누며 이곳의 경치를 감상한다면 가장 낭만적인 파리의 밤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레알 거리


출구가 복잡한 샤틀레Chatelet역에서 다른 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한 통로 찾기를 30분째. 환승을 포기하고 일단 지상으로 나오기를 마음먹고 반대편 출구로 나왔다. 그런데 지하상가라고 하기엔 왠지 규모가 큰 쇼핑몰이 연결되어 있어 행인에게 여기가 어딘지 물었다. ‘레알’. 여기가 바로 레알이라니! 쇼핑의 메카인 이곳을 우연이지만 운명처럼 맞이했다. 거대한 쇼핑몰로부터 나오면 20대의 선남선녀가 북적이는 거리가 나온다. 예쁘게 꾸민 장식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물론, 그럴 듯한 신발 한 켤레에 5유로(약 7천원) 정도하는 파격적인 세일로 ‘지름신’을 접신할 정도로 유혹한다. 그중 인테리어 소품을 파는 그라인 당테리에Graine d’interieur는 세련된 디자인과 신기한 제품이 군집해 있다. 에펠탑 모형의 근사한 장식품과 초가 컬러별로 배치되어 눈을 즐겁게 한다. 만일 출출하다면 레알 쇼핑몰 맞은편에 있는 2~5유로 정도 하는 크레페로 요기해도 좋다. 레알 거리 중심의 분수를 지나 길을 건너 15분 정도 걸으면 퐁피두센터가 나온다. 명성있는 갤러리답게 그 앞에 즐비하게 늘어선 숍도 예사롭지 않다. 그중에서도 루니베 데 레오L’univers de Leo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던 상점 중 하나다. 유명한 그림을 조각으로 표현한 모형과 영화배우나 예술가의 아트북, 기념품으로 삼으면 좋을 독특한 엽서와 메모지 등이 많다.

그라인 당테리에Graine d’interieur
Location paris 01-99 rue Rambuteau
Price 바구니 등의 리빙 용품 20~30유로
Info www.grainedinterieur.com, +33-(0)1-55-80-78-28

루니베 데 레오L’univers de Leo
Location 119 rue St-Martin
Price 엽서 1~2유로, 달력 및 아트북 10유로대
Info www.luniverserdeleo.com, +33-(0)1-44-59-35-2

마레 지구

레알 거리에서부터 시작된 걸음은 작은 숍이 모여있는 길로 유명한 마레 지구까지 계속될 수 있다.
이곳은 겉과 속이 달라 더욱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아기자기한 숍이 촘촘히 거리를 채우고 있는 이곳은 유명세에 비해 조용한 분위기를 가지고 산책을 즐기기에 좋다.
하지만, 일단 숍 안을 들어가면 반전이다. 다른 지역에서 찾기 힘든 색다른 취향의 물건이 모여있기 때문. 이곳을 걷다보면 누구라도 발길을 멈출, 줄이 길게 늘어선 빵집을 발견할 수 있다.
그저 평범한 이곳에 좁은 빵집 안에도 사람들이 가득차 있는데, 장미향 타르트나 먹음직스러운 샌드위치가 배가 아무리 불러도 맛을 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든다. 일명 ‘19금 빵’이라 불리는 빵도 있는 것을 목격한 순간, 르게이 쇽Legay choc이란 빵집 이름이 곧 게이 빵집이라 짐작했으나 주인의 성이 르게이였다. 하지만, 아예 잘못 짚은 것은 아니었다. 유태인과 게이가 많이 사는 거리인데다가 이곳만의 특이한 바게트, 거기에 주인의 이름이 양념이 버무려진 절묘한 조화의 공간이었다. 무엇보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빵맛의 절정이 손님의 발길을 끊이지 않게 하고 있다.

Legay choc
Location 45, rue ste croix de la Bretonnerie Paris 04
Price 2유로~7유로
Info www.legaychoc.fr, +33-(0)1-48-87-56-88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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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 기사 제목에 낚였네요..^^ 유럽의 길거리 싸움꾼들 이야기인줄...ㅋㅋ
  • 컥~! 리필이 공짜인줄 알고 기분 좋게 마시다가는 머나먼 타국에서 수모를 당하는 낭패를 볼 뻔 했네요. 그래도 유럽의 여느 도시보다도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 같아요. 멋진 사진과 좋은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
  • 이탈리아! 언젠간 저땅을 밟고 말리라.
    마레지구의 음식들이 이시간 저의 구미를 당기네요 ㅠㅠ
  • 블루

    오.. 쇼핑의 메카 "레알" 진짜 레알 가보고 싶네요.. ㅠㅠ
    인테리어 소품도 증말 좋아하는데...
  • 제가 원하는 곳은 마레 지구... 그곳으로 가서 먹거리 탐내볼거에요..
    19금 빵... 묵고 싶네요^^
  • 사과나무

    여행하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나네요 ㅠ 시간과 돈이 있다면 얼렁 여행가구 싶어요
    갠적으로 뤼데스하임이 너무 가보고 싶으네요.
    아기자기한 것들이 많을거 같아요. 골목이름도 티티새골목이라니..너무 귀여워요 ㅠ
  • 사진으로만 봤을 때는 독일의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나봐요~
    화창한 하늘의 사진은 볼 수 없는 거 보니까요.
    티티새 골목의 아기자기한 소품들 정말 귀엽고 앙증맞네요.
    그리고 예술의 다리에서 찍은 자물쇠 참 예쁘네요. 남산에 있는 자물쇠들은 좀 투박한데,
    이왕이면 저렇게 예쁜 색칠해서 걸어놓으면 더 눈에도 띄고 좋겠는데요.
  • 황선진

    부엉이시계도 받고 시퍼욤 'ㅁ'/♥
  • 황선진

    레알거리 가보고 시땅!♥ 재미있으셨겠어요 XD
  • 신나리

    지금봐도 웃음이 나와요ㅋㅋ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았던 거리들!
  • 으헣

    티티새 골목이 참 좋네요 ㅎㅎㅎ
  • 삼다

    오 기자님들~~ 사진 멋져용~~~~ @.@
  • 뿌리다

    트레이시와 윌리엄, 그 '간지'에 기절. 맥스는 홍석천 씨의 아우라가;
  • 한종혁

    익숙한 얼굴들이 많군요~~~ 히히
  • N

    후하,트레이시와 윌리엄이 너무 멋있어요
  • 조세퐁

    저곳에 다녀온지 한달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왜이리도 낯선느낌이 들까요? 마치 전혀 가본 적이 없었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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