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학시스템이 우리나라 대학의 지향점일까?

유럽대학은 우리나라가 무조건 따라가야 할 본보기가 되는 대학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그들은 얼마나 다른 대학문화를 지니고 있을까? 유럽의 도서관도 우리나라처럼 시험 때나 되어야 붐비는 걸까? 그 모든 궁금증을 품고 유럽대학에 물었다. 한국과 그들의 다른 점, 그리고 배워야 할 점 모두를.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본 유럽 대학의 재조명은 생각만큼 흥미로웠고, 그 이상으로 충격이었다.

일반 가정의 수용치를 훨씬 웃도는 등록금과 대학 간의 서열화, 취직만을 위한 커리큘럼과 전문성 없이 획일화된 교육.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학생이 말하는 한국 대학의 문제점이다. 여기, 그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은 듯 ‘이상적이라 생각되는’ 유럽의 대학 시스템이 있다. 그렇다면 정작 현지 유럽 대학생들은 자국의 대학 시스템에 아무런 불만이 없을까?

작년 12월, 독일에서는 전국적 규모의 ‘대학생 등록금 투쟁 운동’이 있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등록금 투쟁 운동을 하는구나.’ 하는 무지한 생각도 잠시, 알고 보니 이 거국적 학생 운동은 한화 8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전면 폐지, 무상교육을 하라는 내용의 투쟁이었던 것. 국가 세금으로 충당하는 등록금, 대학 평준화,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직업 교육까지 이 사실만 봐도 유럽의 대학 시스템은 우리에게 마치 ‘유토피아’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그렇다면 유럽의 대학생도 그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불만은 없을까? 유럽의 대학생과 시민에게 직접 그들의 교육 시스템을 물었다.

독일 및 프랑스 대학 시스템 현황
  독일 프랑스
평준화 교육에서 경쟁의 원리를 철저히 배제해 온 결과, 대학 평준화를 이룩한 대표적 국가로 거론됨. 교육 개혁 이후 전국 대학에 일련번호를 붙여 평준화시키고 선발시험도 없앴다. 교수도 여러 대학에서 번갈아 강의시키는 등의 노력으로 인한 일반 대학 평준화가 이뤄짐.
직업학교 기본 교육 시스템 속에 직업 교육 과정이 큰 줄기를 차지(기본 교과 4년을 이수하면 곧바로 자신의 진로를 선택). 요리와 제과 제빵, 디자인,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적 명성을 지닌 직업 전문학교들 보유.
등록금 등록금 전면 무료에 의한 여러 가지 문제 방지 차원에서 3년 전부터 등록금 징수 개시. 우리나라 등록금의 1/4 수준. 일반적으로 수업료가 없음. 기본적인 시설 이용과 혜택에 대한 비용만 등록금 징수.
등록금의 전면 면제가 대학 시스템의 유토피아가 될까

독일과 프랑스에서는 학생에게 부과되는 등록금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을 세금에서 충당한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임마누엘의 말처럼 ‘교육받고 싶은 이가 있다면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은 절대로 기득권자, 부유층의 전리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그의 신념은 곧 유럽 대학 시스템의 기반과 일치한다.

교육은 인간의 권리잖아요. 물론 대학을 가지 않은 사람은 조금 불합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학생들이 사회의 미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임마누엘Emmanuel(24세,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물리학 전공)
유럽은 사회 전체가 대학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등록금에 관해 특별 조치를 하고 있다는 것. 사회는 교육을 뒷받침하고, 다시 교육은 사회를 뒷받침하는 유기적 관계로 발전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파리 제10대학에서 경제를 공부하고 있는 샬롯은 이런 혜택이 교육을 발전시키고 있는지는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저희 의과 대학은 1년이 지나기 전에 학생의 80%가 불합격해요. 교육 내용이 너무 어려워서가 아니라 학비를 국가에서 충당해주기 때문에 별다른 생각 없이 대학에 오는 이가 많은 거죠.

샬롯Charlotte(19세, 프랑스 파리 제10대학 경제학 전공)
유럽에서는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혜택이 많아서, ‘쉬면서 즐기기 위해’ 대학에 들어오는 이들이 많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샬롯은 ‘학생들이 너무 많아 강의실 당 1백~2백 명이 기본’이라고 말하며, 높은 접근성이 일으킨 교육의 질적 저하를 걱정했다.
직업 전문학교는 국가를 키우는 경쟁력이 될까

일반 대학에서 2년 동안 경영 공부를 하다가 그만두고 프랑스 국립 제과제빵학교 INBP에 들어오게 된 제니퍼는 ‘졸업 후 자신이 기업을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직업 전문학교의 입지는 막강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전통 기술을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사회의 전반적인 풍속과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부의 후원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 대학은 등록금 걱정이 없는 반면, 전문학교는 돈을 좀 내야 하는 곳도 있어요. 국가가 아닌 단체에서 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INBP는 제과제빵협회에서 설립했기 때문에 학비를 내야 하지만, 정부에서 몇 년간 일하면 학비도 면제받을 수 있답니다. 국가에선 여러모로 전문학교를 지원해주고 있어요.

제니퍼Jennifer(25세, 프랑스 노르망디 INBP 제과반)
이처럼 정부와 사회가 발벗고 나서 직업 전문학교의 입지를 확고화하고 있지만, INBP에서 입학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비올리넨은 아직 직업 전문 학교가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많다는 생각을 전했다.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인식이 좋은 건 아니에요. 사무직보다 기술을 쓰는 직업이 경시되는 경향이 여전히 존재하거든요. 직업 전문학교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부모님과 싸워야 할 정도예요.

전통을 고수하고 보존한 것이 유럽의 직업 전문학교 발전의 비결인 것 같다고 말한 비올리넨은 그 폐쇄성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외국 학생들을 받지 않는 전문학교도 있어요. 이런 폐쇄적 구조는 고쳐져 나가야 할 부분이죠. 학제 또한 외국의 것을 더 받아들여서 연구하면,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참 아쉬운 부분이죠.

비올리넨((Violainen Michaux(프랑스 노르망디 INBP 입학 상담관)
대학 평준화가 다수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까

방학 동안 하이델베르크 대학 도서관 정보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마렌은 독일의 대학교는 각자 특정 분야에서 조금씩 강세를 나타낼 뿐 손에 꼽을만한 명문대는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의 여러 국가는 대학의 평준화를 지향하고 있었다.

학생이 대학을 선택할 때 그 기준이 서열이 절대 아니에요. 학교를 옮기기도 쉽죠. 덕분에 학생은 본인에게 맞는 교육을 선택하기 쉽습니다. 또, 대학 입시 경쟁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학생 시절에 더 많은 것을 해볼 수 있고, 사교육으로 야기되는 ‘특정 계층의 지식 사유’도 막을 수 있죠.

마렌Maren(24세,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 도서관 정보센터)
반면 파리에서 일하고 있는 벵상(Vincent, 29)은 하향 평준화된 대학 교육 때문에 사회 내에서 대학을 졸업한 인재가 유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다.

제가 다니는 회사만 해도, 오히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을 뽑지 않습니다. 비단 우리 회사뿐 만이 아니라, 여러 회사에서 대학 졸업자를 우대하기는커녕 그들이 더 무능할 거라고 판단하는 때가 있죠.

벵상(29세, 가스 회사의 기술자)

또, 그는 실제로 파리에서는 대학을 나온 넘쳐나는 청년이 직장을 얻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등록금 투쟁 운동을 소개하는 대한민국 언론의 어조는 ‘대한민국 대학 교육 시스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일색이었다. 하지만, 정작 독일도 평준화된 대학이 불러오는 사회 문제 때문에 여러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다른 유럽의 시스템 역시 마찬가지로, 그들의 대학에 대한 유토피아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들의 교육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기에는 어렵더라도, 최소한 그들이 자체 시스템의 모자란 점을 사회와 소통하고 수정하려는 사고, 그리고 대학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높은 인식과 끊임없는 개선 의지만큼은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유럽 대학생과 시민의 교육에 대한 생각을 듣고 있자니, 혹 우리의 대학과 사회는 서로 얼마만큼 소통하며 상생하고 있는지, 도리어 큰 의문점이 생긴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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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소한 우리나라 시스템보다는 유럽대학시스템이 나아보이긴 하고 부러운
    모습을 담고 있네요. 어떤 시스템이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고 특히 학비 때문에
    너무 부담스러운 상황인데, 그게 아무래도 나아보이니까요.
    그리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
  • N

    @훔치개 저만 해도, 기업들이 학생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대학이라는 인식을 기반으로 대학에 들어왔던것 같아요. 그게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 같구요. 어렸다곤 하지만 지금에 와서 그런 Peer pressure를 아무런 자의식없이 곧이 곧대로 받아들였다는 사실이 창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을 정말 깊은 교육을 받는 산실로 인식하고 있을지 그런 생각을 하면 참 이상해요. 말로만 비판할 뿐이지, 정작 현실적으로는 우리 사회 너무 깊숙히 변해버린 대학의 본질을 인정해버리고 있는건 아닌지. 그것부터가 걱정되요...에휴ㅎㅎ
  • 훔치개

    유럽에는 등록금 문제가 논란이 되네요, 근데 확실히 좋아보이는것은 그들이 일단 공짜라는 메리트를 배제하고서,배우기 위한 열정으로 대학을 등록한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대학갈때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성적 맞춰서 가는것과는 대조적인것같습니다. 유럽의 하향 평준화에 상당부분 공감이 가는것이, 저만해도 학비가 싼 학원같은경우는 실제로 열심히 하지 않은적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급! 공감이 되네요 ㅋㅋㅋ 그래서 비단 저만이 그런생각을 가진것은 아닐거라 생각되기도하고 ㅋㅋㅋㅋ 여튼.. 진정 더 질 좋은 교육을 받고 싶은사람들이 가는곳이 대학인데 대학에서 실제로 배우는건 뭐일까 생각이 들게하는 글이었습니다.
  • 으헣

    우리가 꿈꾸던 모습의 대학 시스템은 아니지만 그들의 독특하고 합리적인 시스템이 눈에 띄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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