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프라이스 제도, 정말 가격이 정직해질까?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아이스크림에 가격표가 없다. “얼마예요?”라고 묻자, ‘600원’이란 답변이 돌아온다. 의아하다. 어제 들른 마트에서는 분명히 1천원이었던 것 같은데? 가게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도 이상해할 것 없다. 요새는 원래 그렇다. 바로 ‘오픈 프라이스’ 제도의 시행 때문이다.

지난 7월 1일부터 전국에 확대 시행되고 있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 오픈 프라이스의 뜻은 말 그대로다. 권장 소비자가격 표시를 금지함으로써 물건을 파는 당사자인 최종 판매자가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게 가격을 오픈하는 제도인 것. 그러면 대체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가 뭘까? 소비자의 합리적인 상품 구매를 돕기 위함이다. 언뜻 듣기에는 오픈 프라이스를 시행하면 상인이 멋대로 가격을 높게 책정하여 ‘바가지’를 씌울 것 같지만, 도리어 그 반대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이 오히려 전체적으로 시장의 가격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계산 끝에 탄생했다. 소비자는 가게마다 제품의 가격을 비교한 끝에 가장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가게에서 구매하게 되고, 가게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싸게 팔기 위한 경쟁이 붙을 것이다. 그 결과 모든 가게들이 전반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 것. 제품에 가격이 표시되어 있을 때는, 업체가 애초부터 가격을 비싸게 매겨 놓은 다음에 ‘대폭 할인’을 하여 물건을 파는 경우가 많았다. 할인한다면 왠지 하나라도 더 사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서 싸게 파는 척 비싸게 파는 편법 판매전략이었던 셈이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업체의 이런 불필요한 구매유도 행위를 방지하고, 판매자끼리의 정당한 경쟁을 통한 합리적인 시장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1 한국소비자원(price.tgate.or.kr/index.jsp)에서 제공하는 가격비교 서비스 이용하기
이곳에서는 원하는 품목이 현재 내가 사는 지역의 마트에서 각각 어느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지 보여준다.

2 스마트폰의 가격비교 어플 이용하기

KT 아이폰의 EGGMON(에그몬)이나 QROOQROO(쿠루쿠루), SK T월드의 BASKET, 옵티머스의 Barcode Scanner과 같은 어플이 바로 가격비교용 어플이다. 이를 이용해 스마트폰 카메라로 제품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자동으로 제품의 가격과 정보가 뜬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가격비교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형마트가 판매하는 가격만 알려줄 뿐, 동네 슈퍼가 보통 얼마에 파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결국 일일이 발로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해보아야 한다는 이야기. 하지만 비싼 제품이 아니고서야,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같은 저가 상품을 일일이 비교하고 사기도 귀찮은 일이다. 이렇게 되고 보니 오픈 프라이스제도가 과연 실제로 가격을 저하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한국소비자원 T-price가 제공하는 제품 가격조사 현황을 보면, 오픈 프라이스제도 시행 전과 후에 가격이 줄어든 제품 군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혹 이 제도를 시행한 후에 가격이 떨어진 품목이 있어도 그 가격변화폭이 겨우 몇십원 정도에 불과하다. 오히려 가격이 오른 제품도 있다. 한 예로 ‘새우깡’은 이마트 미아점에서 6월 30일(오픈 프라이스 시행 전)에는 4백70원에 판매되었는데 7월 30일(오픈프라이스 시행 후)에는 6백2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도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근거 없는 ‘50% 세일’ 딱지를 떼지 않고 있는 가게가 부지기수다. 이 제도의 존재 이유인 ‘근거 없는 할인을 통한 불필요한 구매 유도 행위’ 역시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이론적으로 생각했을 때는 한없이 긍정적이지만, 현실에선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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