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 이야기적

   
   
 
  도미는 의리를 알았고 그의 아내는 미모와 부덕으로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다. 도미부인 이야기가 왕의 귀에 들어가자 여자를 믿지 않던 왕이 도미를 불러 시비를 건다. 네 아내의 정조 관념이
아무리 투철하더라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좋은 말로 꼬이면 몸을 허락할 것이다. 여자란 그런 거야… 도미가 반박했다.
남녀의 일을 어찌 다 자신하겠습니까. 하지만 제 아내만큼은 설사 죽더라도 외간남자에게 몸을 허락치 않을 것입니다…..왕은
도미 부인을 시험해보고 싶어졌다. 아니, 도미의 자신감을 꺾고 싶었다. 그는 도미를 궁궐에 있게 하고 친한 신하를 보내어
도미 부인을 꼬드기게 한다.
  나는 왕이다. 도미와 내기를 하였는데 내가 이겨 너를 궁녀로
삼기로 했으니 네 몸은 내 것이다….. 신하가 도미 부인을 그렇게 위협하나 도미 부인은 몸종을 자신인 것처럼
치장시켜 대신 침실에 들게 하고 속은 것을 안 왕이 노발대발하여 도미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두 눈알을
뽑고는 작은 배에 띄워 보낸 후 도미 부인을 궁궐로 불렀다. 과연 천하 미인이로다. 첫눈에 반한 왕이 말한다.
네 남편은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니 나와 함께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자…도미 부인은 월경을 핑계로 며칠 시간을
번 후 궁궐을 탈출하지만 강에 도착하여 길이
    막히자 통곡하고 통곡에 답하듯 빈 배 한 척이 그녀 앞에
당도했다. 배는 물결 따라 흘러 천성도에 이르렀는데 그곳에서 눈 먼 도미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은 천신만고
끝에 고구려 땅에 이르러 그곳에서 살았다.
이 설화는 사실일 가능성이 별로 없다. 무엇보다 왕과 도미 부부의 관계가 너무도 가깝다. 그렇다면, 무슨 뜻인가.
왕과 백성의 대립 구도가 너무 분명하고, 또 백성의 승리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아 백성의 원망(怨望)이 액정화된
것이겠다. 세계적으로 `여자란 다 그런 것` 주제는 그리 낯설지 않다. 세익스피어 희곡 <심벨린>이
아내의 절개를 둘러싼 남편과 사악한 사내의 내기로 시작되고 모차르트 오페라 <여자란 다 그런 것>
또한 자신의 애인을 둘러 싼 두 남자와 한 철학자의 장난스런 내기로 시작된다. 도미부인 설화에서 내기는 정치적으로
강제되고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시대적으로, 백제가 너무 굶주려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참혹의 시대를 두번이나
겪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왕과 도미의 내기는 인간-세계관의 대결에 다름 아니다. 왕은 도미에게 실상 이렇게
묻고 있다. 인육섭생을 하는 판에 정조가 무슨 소용인가….이 질문은 `통치자` 왕의 연속적인 한계 두가지를
드러낸다. 백성의 `인육섭생`은 통치자 능력 부재 때문에 빚어졌다는 점을 그는 깨닫지 못하고, 그러므로 개선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자신도 (인육섭생의) 비인간으로 전락한다. 도미의 `응답`은 두 겹 잘못에 대한 백성의
두 겹 항거다.
       
 
   
 
도미 부인의 `행동`은 두 겹 기만에 대한 아름다움의 두
겹 대응이다. 두 가지 잘못이 없다면 두가지 기만은 불필요하다. 왕이 직접 도미 부인을 유혹하고 도미 부인은
자결하거나 모욕을 감수하면 된다.
한편, 미학적으로 도미부인 설화는 왕의 비극도 형상화한다. 왕은 처음에 단순히 내기를 했을 뿐이지만 도미부인의
아름다움에 다가설수록 폭군화, 도미의 눈알을 뺐다. 왕의 `아름다움의 비극`이라 할 만 하다.
눈알을 뽑힌 도미 얼굴 또한 고구려적이다. 왕의 질문에
그는 단순 용맹으로 답했다. 도미부인=아름다움은, 다르다. 그녀는 도미보다 훨씬 더 지혜롭고 완충적이면서도
고구려 왕후 우씨의 정치적 `음모녀`로 전락하기는커녕 서민성을 통해 순결한 아름다움을 더욱 드높인다. 그렇게
`백제적` 아름다움이 탄생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정치 권력을 혐오하는 아름다움이다. 백제에서 왕과 백성=농민의
대결 구도가 가장 먼저 형성되고 가장 끈질기게 유지되지만 구도의 `미학`은 갈수록 탈(脫)정치 혹은 반(反)정치화할
것이라는 예감을 위 설화는 담고 있다.
 
   
도미 부인의 `백제적` 아름다움은 눈 알 뽑힌 도미 얼굴과
대비되며 갈등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승화된다. 이것은 민중의 고난과 슬기를 통해 성취된 숭고한 아름다움의 !
찬란! 한 광경임에 분명하지만, `정치적`은 아니다. 그 아름다움의 광채가 앞으로 정치/문화예술의 `치명적`
이분법을 강제할 것이다. 왕의 정치 권력은 갈수록 흉악해지고 거기에 맞선 농민 난(亂)을 갈수록 찬란한 비극의
광경을 낳을 뿐 `진보-정치적`에 가당치는 못할 것이다. 아니, 우리는 백제 계백 장군의 마지막 황산벌 패전을
`멸망의 위대한 예술`로 보게 될 것이다. 아니, 1894년
동학농민전쟁조차 그럴 것이다. 그래서 도미와 도미부인은 `정치적` 고구려에 정착했던가? 당시 고구려는 백제의
이상향이었을까? 그랬을 것이다. 도미와 도미부인의 `문화`은 어떤 형태로 고구려 `정치`에 이식되었을까. 역사를
지배층과 민중 두 계급 사이 대립-투쟁사로 파악하는, 오늘날 주체사상 비슷한 형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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