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 시(詩) – 음악적(下)

   
 
 
     
   
     
   
     
 
이 <구지가>와 함께 땅에 내려온 가야 시조 수로의 부인은 놀랍게도 인도 아유타국
공주다.
 
  왕과 왕후가 꿈에 상제의 명을 받는다. 공주 허황옥을 가야국 왕 김수로의
배필로 보내라….왕은 붉은 깃발을 단 배에 허황옥을 많은 시종들과 함께 실어 보내고 배는 베트남, 중국, 일본 해안을
거쳐 가야국 서남쪽에 닿는다. 그녀가 올 것을 미리 안 수로왕은 신하들을 보내 정중히 맞고 자신도 친히 궁 밖으로 마중나갔다.
둘은 해와 달처럼 잘 어울려 150년을 함께 살다가 왕비가 먼저 세상을 뜨고 왕은 내개 시름에 잠겨 있다가 10년 후
세상을 떠났다.
   
  너무 먼데서 왔기에 오래 살았던 것일까? 아니, 그 뒤로도 `수로부인`은 죽지 않는다.
6세기 신라에 멸망당하면서 가야는 신라의 길이 되고, 다시 미래로, 가야 멸망 후 약 2백 년, 통일신라 성덕왕(702∼737년)
때다.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은 절세미인.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 영물들이 나타나 납치해가는 일이 잦다. 한번은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순정공 행차가 동해안에 이르러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바다 용이 솟구쳐올라 부인을 끌고 바닷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순정공
앞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한다. 수많은 입들이 금을 녹인다 했습니다. 사람들을 많이 모아 노래를 부르며 막대기로
언덕을 치면 바다 짐승이 겁을 먹고 부인을 돌려보낼 것입니다….. 순정공이 그 말대로 하니 과연 얼마 후
용이 수로부인을 내놓았다.
이때 `수로부인`은 허황옥이다. 왜냐면 그때 불렀다는
<해가>는, 다시 놀랍게도, 위 <구지가>다. 그녀는 인도로 다시 가려고 했던 것일까?
가다가 신라 백성들 애원성을 듣고 돌아온다는 뜻? 멸망한 가야가 그만 잊혀질 즈음, 신라를 위해 다시 환기된다는
뜻? 그렇다/아니다.그녀는 시-음악의 길을 가고 있다. 그 전에, 삼국통일의
전쟁과 평화는 세계사상 희귀한 `음악=진혼곡`(탄생론)을 낳았다.
 
  문무왕이 용으로 승천한 후 신문왕은 동해 바닷가에 감은사를 짓고 금당
뜰 아래 동향으로 구멍을 하나 뚫어 용이 된 아버지가 드나들게 했다. 이듬해 신하가 달려와 신문왕에게 고한다. 동해 작은
산 하나가 바다에 떠서 감은사를 향해 조금씩 움직이고 있습니다…괴이한 일이다. 혹시 일본이 쳐들어온다는 징조 아닐까?…다행히
점술사가 상서로운 쪽으로 해석을 한다. 선왕께서 지금 해룡이 되어 삼한을 지키시며 또한 유신공도 33천의 한 아들로 내려와
대신이 되었습니다. 두 성인이 덕을 합하여 나라를 지킬 보물을 내주려 하니 왕께서 친히 바닷가로 나가시면 그것을 얻게
될 것입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고 그 달 7일 이견대로 나아가 산을 조망하며 사자를 보내 살펴보게 했다. 산은 거북
머리 형세로 그 위에 대나무가 한 그루 있는데 대나무는 낮에 둘이다가 밤이면 하나로 합쳐진다. 사자가 그 일을 아뢰니
왕은 감은사로 나아가 머물고 다음 날은 낮에 대나무가 하나로 합쳐지고 천지가 진동하고 바람과 비가 일고 7일 동안 계속
캄캄하다가 그 달 16일이 되어서야 바람이 자고 파도가 평온해진다. 왕은 배를 타고 그 산으로 들어갔다. 용이 검은 옥대를
왕에게 바친다. 이 산에 있는 대나무는 갈라지기도 하고 합치기도 하는데 무슨 연유인가? …왕이 그렇게 물으니 용이 대답했다.
한 손으로 치면 소리가 나지 않고 두 손으로 쳐야 소리가 나는 이치와 같습니다. 왕께서 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불면
천하가 화평할 것입니다….. 놀랍고 기쁜 왕은 용에게 오색 비단과 금, 옥을 주고 사자를 보내어 대나무를 베게 했다.
왕이 바다에서 나오니 산과 용은 홀연히 사라지고, 대궐을 지키던 태자가 소식을 듣고 달려와 경하하다가 검은 옥대를 찬찬히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이 옥대의 모든 눈금이 진짜 용입니다…..
네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왕이 놀라 묻자 태자가 왼편 둘째 눈금을 떼어 물에 넣었다. 눈금은 곧바로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고 그곳은 못이 되었다. 용연이다.
 
신문왕은 대나무로 만든 피리 만파식적을 월성 천존고에
보관했는데, 만파식적을 불면 적병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가물 때 비가 오고 비가 올 때 하늘이 개고, 바람은
가라앉고 물결은 평온해졌다.
 
   
  불쌍한 문무왕. 불쌍한 김유신. 문무왕이 죽어 용이 되고자 한다는 소원을 말했을 때 지의법사가
말했었다. 용은 짐승의 응보인데 어찌 용이 되려 하십니까?…문무왕이 답한다. 나는 세간의 영화를 버린 지 오래요…..
용보다는 사람을 더 위대하게 본 `불교=신라` 휴머니즘과 문무왕 애국 정신이 결합하는 대목이지만, 불쌍한 문무왕. 그는
위대한 전쟁신에서 아들에게 존대를 하는 용으로 변하고 그 (호국의) 슬픔이 평화의 음악으로 전화한 것일까? 음악은 존재-근원적
슬픔으로 비롯되어 궁국적인 신의 평화 혹은 `시간=평화`로 존재 자체를 질높게 고양한다. 합쳐져야 소리가 나므로 조화를
지향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슬픔을 예술적 힘으로 변혁시켜내기 때문에 평화롭다. 슬픔에서
태어난 음악의, 권력으로 세상을 위무하고 다스린다. 하여 진혼곡. 슬픔의 시간으로 흐르며 피비린 역사의 시간을 지고지순으로
액정화하는 음악의 권력. 아. 통일신라는 궁극적으로 음악-예술의 역사를 지향하는 것인가?
그리고 다시 성더왕
때 순정공이 부인 수로와 함께 태수 부임차 강릉으로 가다가 해변에서 점심을 먹게 된다. 아, 시간 뿐 아니라 공간도,
해변! 이 참으로 길다. 순정공이 태수 부임을 하기는 할 참인가….그리 아득하건만, 천길 아찔 벼랑 돌산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바다에 닿아 있고 그 꼭대기에 새빨간 철쭉이 흐드러졌다.수로부인이 아름다움은 끝을 모르고 솟구친다는 듯 붉은 한숨을 뱉는다.
아아, 누가 저 꽃을 꺾어주었으면….. 까마득한 이야기다. 이 여자가 도대체….사람들이
모두 난감해 하고 있는데 마침 암소를 끌고지나가던 한 노인네가 그녀 말을 듣고 직접 꽃을 꺾어서 바치며 <헌화가>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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