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 시(詩) – 음악적(上)

   
 
 
     
   
     
 
중국기록에 적힌 한국 최초의 서정시 <공무도하가>는 뜻표기. `셔블, 셔라벌,
서울’의 아름다운 한국말 `소리`는 온데간데 없지만 대신 뜻이 자세하다.
 
  중국 직례성 조선현은 고조선 때부터 한국사람들이 살면서 고유한 문화를
유지하던 곳. 강 주변에서 두 중년 남녀가 실랑이 중이다. 그것말고는 사방이 고요하고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강 주변이라
날이 더 축축하고 어둑했다. 물살이 세고 무섭게 넘실거렸다. 밀물이었다. 여보, 제발… 여자가 애원을 하며 사내에게 매달렸고,
사내는 막무가내였다. 놓아라, 놓아! 이 빌어먹을 세상!… 사내가 제 몸을 한바탕 휘둘러 세상을 내동댕이치듯 여자를 뿌리친다.
자세히 보니 사내는 머리가 허옇게 세고 술에 대취한데다 옷차림이 반 미치광이 꼴이었다. 여자는 힘든 농사일과 가난한 살림으로
검게 찌든 얼굴에 차림이 단정하지만 허름했다. 그들은 분명 오랫동안 함께 산 부부였다. 바닥에 나뒹굴던 여자가 잠시 멍하다가
허겁지겁 몸을 일으켜 사내 다리를 부여잡는다. 도대체 왜 이러우, 여보. 제발 내 말 좀…저리 비키라니까! 여편네가 사내
대장부 심정을 어찌 안다고!…사내는 미안한 시늉도 잠시, 이내 여자를 손찌검할 태세고 여자는 움찔했지만 일순 불길한 예감이
스쳐 와들들 다리가 떨리는 채로 손아귀는 악착같이 풀지 않았다. 잘못했어요, 제?! ?. 제가 잘못했어요…그런 말도 영문
모르게 불쑥 튀어나왔다. 하지만 사내는 여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옆구리에 찬 호리병 술을 한 모금 더 마시더니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어허이….. 여자가 놀라 소리친다. 어딜 간다 그래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사내는
그녀 말이 들리지 않는 듯 하고 흥얼거림이 계속될수록 얼굴에 표정이 사라지고 고요하기까지 하다. 어허이, 한 많은, 지랄
같은 세상….. 여자는 덜컥 소름이 끼쳤다. 이 양반이 정말 죽으려는 건가?… 끄윽. …도대체 왜 이러는 거유, 도대체…
하지만 사내는 반응이 없고 눈에 초점이 없다. 한참 동안 멀거니 여자를 쳐다보더니 손아귀를 푸는데 힘은 초인적이다. 아,
안, 돼, 아. 제발. 사람 살려. 사람 좀 살려주세요….다시 바닥에 내팽개쳐진 여자가 기진맥진한 채 도움을 청하는데
주이엔 아무도 없고 사내는 계속 흥얼대면서 강물 쪽으로 걸어갔다. 건너간다. 내 오늘 너를 건너간다. 개 같은 세상..…여보,
가지 마세요. 여보, 돌아와요, 제발. 사람살려요…사내가 비틀거리며 강물 속으로 들어간다. 물은 깊고 사내의 모습이 물
속으로 잠긴다. 여보….. 여자는 고! 개를 떨군 채 하염없이 울며 서 있지만 사내가 살아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모습은 아니고 그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조용히 슬픔을 삭이는 모습이었다. 아, 인생이 얼마나 고달팠으면. 한참
뒤 그녀는 악기 현을 뜯으며 애절한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마친 여인은 남편을 따라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 광경을 직접 본 곽리자고가 집에
돌아와 아내 여옥에게 이야기를 해주니 여옥은 악기 현을 뜯으며 그 노래를 옮겨 적었다. 그렇게 노래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슬픔은 얼마나 더 늘어나 있었을까? 한국 최초 서정시에서
우리는 또한 최초로, 슬픔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현장을 보고 있다.
병사 혹은 자연사가 아니라 최초의 자살
. 도대체 무슨 슬픔이기에 사내는 술 힘을 빌려 아내까지
내팽개치고 자살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래. 슬픔은 얼마만큼 발전해온 것일까. 슬퍼할 일, 분노할 일, 울분에
치떨 일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늘어난 것일까? 이것은 앞뒤가 딱 들어맞는다. 그렇다. 서정시는 음악과 달리 `사회적인`
슬픔을 개인 정서로 표현한다. 자연적 죽음에 대한 슬픔으로 태어났다면 최초의 서정시는 최초의 음악과 구분되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서정시는 자살이다. 그런데 위 이야기는
그 뿐인가? 보자. 그날 강변에 백발의 술 취한 미치광이와 그 아내가 있었다. 해가 지며 밀물이 들고 사내는
여자의 애원을 뿌리치고 강물로 들어가 익사한다…이것이 시간순으로 우리 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다. 마음 속에서가
아니라 눈 밖에서 펼쳐지는 광경. 하지만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는 어언 여인의 삶의 슬픔 `속으로’ 빨려들어,
여인의 마음을 이해할 뿐 아니라 같은 마음이 된다.
이것이 서정시의 힘이다. 개인! 정서로 표현한다 해서 서정서가 꼭 직접 느낀
감정 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곽리자고는 왜 자살 광경을 직접 보고도 말리지 않았을까? 왜 백발 미치광이를
구하지 않았을까? 이건 앞 뒤가 안 맞지 않는가. 혹시 꾸며낸 얘기 아닐까? <공무도하가>`이야기’는
<공무도하가>`시’를 그럴 듯하게 만들기 위해 꾸며낸 것 아닐까? 위 이야기는 최초의 서정시-자살에
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서정시가 탄생하는 이야기기도 하다. 여자와
여옥이 뜯은 악기가 ‘공후’였으므로.이 노래를 <공후인>이라고도 한다. 현악기리…영국에 하프가 생겨난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두 자매가 살았다. 둘은 같은 기사를 사랑했다. 내가 언니니까 나한테
양보해…언니가 동생을 윽박지른다. 싫어. 내가 더 젊고 더 예쁘니까 기사님은 나를 택할 거야…동생은 만만치
않았다. 그 말을 들으니 언니는 걱정이 되고 기사도 정말 동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는 눈치였다. 어찌한다. 이를
어찌한다….. 언니는 한참을 망설였느나 끝내 기사를 포기하지 못하고 동생을 물에 빠뜨려 죽이니 동생의 시체는
강물에 실려 한참으로 내려가다가 방앗간에 닿았다. 음악가가 그녀를 발견한다. 누가 이렇게 어여쁜 분을 죽였을꼬…..그는
가슴뼈로 몸체를 만들고 머리칼을 줄로 삼아 하프를 만들어 그녀 아버지한테 가져간다. 언니 너무해, 언니 너무해…줄을
뜯으니 하프가 소리를 내는데 마치 동생이 그렇게 우는 듯 했다.
   
  아, 사랑은 또 사회적으로 얼마만큼 복잡해지고 괴로워졌을까? 물은 죽음인 동시에 씻음.
사람은 여기까지오면서 어느정도 자의식과 죄의식을 갖게된 걸까? <공무도하가>는
한자가 한국에 전해지던 시기에 쓰여졌다. <대동강곡> <서경곡>도 그렇다. <공무도하가>는
한국 최초의 민중시이기도 하다. 백수광부와 그 아내는 곽리자 혹은 여옥과 달리 인생이 고달픈 일반 백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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