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상상력] 서사-소설적(II)

 
 
 
 
  그는 현재 수차례의 모험 끝에 이전의 모험을 회상중이고 아직 회상할 모험이 남았다. 그리고
회상이 끝나면 곧장 고향으로 돌아가 자기 궁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모험을 치를 것이다. 그렇게 회상적 모험이 준 깨달음이
일상적 진리로 구체-형상화될 것이다. 이 충격적인 ‘일상-근본화’야말로 예술 지혜의 감동적인 종착점에 다름 아니다.
 
어쨌거나, 회상적 모험을 계속해보자.
오디세우스는 지하세계를 빠져 나온 후 사이렌들의 섬을 지나게 된다. 사이렌은 노래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전설의 새.
오디세우스는 부하 선원들의 귀를 왁스로 막고 자신은 돛대에 몸을 묶고 사이렌 섬을 무사히 지나쳤다. 아마도 나폴리의 너무도
아름다운 풍광이 이런 이야기를 낳았을 것이다. 그 다음 그가 거치는 것은 괴물 스킬라와 거대한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포세이돈이
사랑했으나 질투에 사로잡힌 그의 아내 암피트리테의 마법에 걸려 괴물로 변한 스킬라는 자기 동굴 근처를 항해하는 선원들을
잡아먹는데, 그 동굴 반대편에 카리브디스가 있다. 이것은 메시나 해협의 험한 물살을 자연-형상화한 것이다. 그 후 오디세우스는
트리나키아에 도착, 부하 선원들이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헬리오스의 신성한 소들을 도살하니 헬리오스는 오디세우스의 배와
선원들에게 벼락을 내린다. 그렇게 모험을 통해 지혜를 키우다가 오디세우스는 홀로 자기 자신과 직면하게 된다. 표류 끝에
칼립소의 섬 오기기아에 도착, 그녀의 포로가 되는 것.
이전의 모험에 대한 회상이 끝나고 이제 일상-현실적인 모험이 곧장 펼쳐진다.
오디세우스는 많은 선물과 마법의 배를 선물받고 고향에 돌아왔다. 선원들은 잠든 그를 해변에 올려놓고 떠나간다. 포세이돈이
귀환중인 마법의 배를 돌로 만들면서 다시 복수를 시도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때쯤이면 아테나는, 아테나도, 인간의 지혜를
상징할 뿐이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늙은 거지로 변장시키고 충성스런 돼지치기 에우메우스에게 데려간다. 에우메우스는 구혼자들의
횡포와 방탕 등 저간의 사정을 얘기해준다.

그런데, 그동안 그의 아내 페넬로페는 어떻게 지냈을까?
그녀는 구혼자들의 청을 뿌리치느라 꾀를 냈다. ‘시아버님의 수의를 다 짤 때까지 가디리시오…’ 그리고 하루도 빠짐 없이
수의를 짰지만 밤이면 몰래 짠 것을 다시 풀었다. 그렇게 오디세우스가 없는 19년을 버텼다. 페넬로페는 참으로 신실한
아내였다. 혹자는 구혼자들의 청을 단호하게 물리치지 않은 것 때문에 그녀를 소심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의 수의
짜기-풀기는, 텔레마코스의 ‘아버지를 찾는 여행’과 함께, 오디세우스의 현실-회상의 모험을 공히 일상화하는, 매우 적절한
매개다. 그녀에게는 일상 자체가 지리한 반복이자 모험이었던 것. 그녀의 기다림과 오디세우스의 모험이 교직되면서 남녀관계의
불확실성까지 역동-형상화한다는 점에서 페넬로페의 행위는 현대성의 강력한 매개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아테나가 스파르타에 있는 텔레마코스의 꿈에 나타나 오디세우스의 귀환과 구혼자들의 음모를 알린다. 텔레마코스는
은밀히 귀환, 에우메우스의 오두막으로 가서 오디세우스와 합류한다. 둘은 구혼자들을 도륙할 계획을 짠다. 오디세우스가
거지 차림으로 자기 왕궁에 들어가는데 늙은 개 아르고스는 19년을 기다리던 주인을 곧장 알아보고 그에게로 달려가다가
숨을 거두지만, 염소치기 멜란티우스와 구혼자 안티누스와 에우리마쿠스는 그를 업신여긴다. 다른 거지 이루스와 시비가
붙는 중에 유모 에우리클리아도 그를 알아 본다.
오디세우스는 아내에게 자기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부부관계란 정말 얼마나 위태위태한가. 페넬로페는 구혼자의 성화에
못견디고 마침내 선언한다. 내일 내 남편의 활에 화살을 장전하고 12개의 도끼머리를 관통시키는 자를 남편으로 맞이
하겠다…. 예언자 테오클리메누스는 구혼자들이 모두 도륙되는 환영을 보고, 텔레마코스는 왕궁 벽에 걸린 무기들을 모두
제거한다. 시합이 시작되자 에우메우스 등의 도움을 받아 왕궁 안으로 잠입한 오디세우스는 문을 닫아 걸고, 구혼자들
중 누구도 활을 굽히지 못하므로 거지 오디세우스가 나서고 텔레마코스는 허리에 칼을 차고 창을 든다. 논란 끝에 시합에
받아들여진 오디세우스는 화살을 날려 표적을 명중시킨 후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구혼자들을 쏘아 맞추기 시작한다. 텔레마코스,
에우메우스, 그리고 다른 충실한 신하들이 도륙에 참가, 구원자들이 모조리 피살되고 수하 여인들은 교수형에 처해진다.
클라이맥스는 끝났다.

 
이제 한 장면,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큰 한 장면이 남아있다. 페넬로페는 오디세우스를 섣불리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가 내밀한 부부 침실의 독특한 구조를 밝히고 나서야 페넬로페는 그를 남편으로 인정한다.
부부관계는 정말 얼마나 위태로운가. 그것을 극복하고 진정한 사랑을 이루는 일은 정말 얼마나 기막힌, 그리고 근본적인 모험인가.
작은 비유들이 큰 비유를 구성하고 스스로 발전한다. 그리고 비유의, 비유로서의 총체가 집약된다. 구혼자의 친척들이 공격해오지만
아테나가 중재에 나서고 이타카 왕국에 평화가 오면서 <오딧세이>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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