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프로그래머

사진 : 전경미/제16기 학생 기자(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4학번)
오늘 오후에는 외국 영화사에 연락해서 계약 먼저 마무리하자.”, “오늘은 밤새 영화 보고 내일 좀 늦게 출근해야겠다.” “다음 주에는 캐나다 국제영화제 출장이잖아.”
칸을 비롯해 부산, 전주 국제영화제 등 전 세계 영화가 한곳에 모이는 축제를 두 손 주무르듯 하는 또 한 명의 감독, 영화제 프로그래머. 사랑하는 영화를 향한 열정만으로, 일반 회사원과는 전혀 다른 삶을 오늘도 걷고 있다.

취미인 영화와 직업이 조우하다

국제영화제의 역사는 1932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개최된 것이 효시다. 국내에서는 1996년 부산 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전주, 부천, 광주 국제영화제가 4대 영화제가 주목받고 있다. 영화제는 다수 영화를 한 자리에 모아 상영함으로써 영화무역의 장을 제공하는 성격을 지니며, 영화인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이런 영화제라는 만남의 장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영화제 프로그래머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일상업무는 예상대로 ‘영화 보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관람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제 성격에 맞게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에 맞게 섹션을 설정하고서 각 섹션에 맞는 게 영화를 선정하는 일을 한다. 영화를 보면, 영화에 대한 글을 쓴다. 또 국외 신작 영화를 위해서 해외 영화사와 접촉을 하고 영화제에 출품시키기 위해서 계약을 한다. 해외의 유명 국제영화제가 있으면 직접 출장 서 영화제에 참석하고 영화를 본다. 해외 영화가 미번역 작이면 번역도 다. 또 영화제 즈음에는 영화 스케줄을 짜고 관계자를 접대하며 사회도 보고 영화 감독과 관객과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많은 일 중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영화 감상이다.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
영화 감상
영화 칼럼 작성
해외 국제영화제 참석
영화제 프로그램 진행
영화제 프로그램 기획
해외 영화 계약
해외 영화 번역
프로그래머가 되기까지, 현장에서 한 단계씩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되는 길이 넓지 않다. 영화제에 관심을 두고 일단 현장에 뛰어드는 것이 키 포인트! 조지훈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현장에서 어깨너머로 배우는 살아있는 수업이 가장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자원봉사자든 스텝이든 영화제 관련 일을 시작할 것. 이후 자연스럽게 영화제 관련 일을 점차 늘려간다.
현재 영화제라는 소규모의 조직을 가진 법인체의 기준으로 구조적인 단계를 말하자면 이렇다. 영화제는 일반 회사와 마찬가지로 기획과 운영, 회계, 홍보 파트가 있고, 그 핵심인 영화 담당 부서가 있다. 보통 영화제를 총괄하며 방향성을 제시하는 수석 프로그래머와 2~4명의 프로그래머가 함께 연합하며 일한다.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첫걸음은 이런 프로그램 팀의 일원으로 시작해 경력을 쌓고서 섹션 담당자가 되고 그다음은 팀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된다.

보기 싫은 영화도 봐야 하는 고문 아닌 고문

영화감상이 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주 업무라고 쉽게 볼 일은 아니다. 취미가 일이 된 순간 그들만의 고충은 시작된다. 영화는 정해진 시간 동안 그것만 봐야 하는 제한이 있기 마련. 다른 업무는 열심히 협력해서 일하면 시간이 단축되어 큰 효율을 낼 수도 있지만, 영화 감상은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해서 봐야만 한다. 시간이 단축될 수도, 협력해도 되지 않는 일. 그뿐이랴. 취향은 누구에게나 있건만, 보기 싫은 영화도 봐야 하고 보기 싫은 그 순간까지 영화와 함께 해야 한다.
영화를 집중해서 보기 위해 한적한 밤이나 새벽 시간을 이용하다 보니, 남들이 잠든 시간 이들은 눈은 활짝 떠있는 경우가 부지기수.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일반적인 삶의 규칙을 깨버리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환상만 갖고 덤비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 오기와 끈기가 필요하다.

Mini interview : 전주국제영화제 조지훈의 영화제 프로그래머 탐구

그저 영화에 대한 민들레 사랑으로 물 흐르듯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된 조지훈. 이 땅의 손꼽히는 이색 인재가 된 그의 현재는 바로 좋아하는 것에 몸을 아끼지 않은, 또 다른 이름의 ‘도전’이었다.

럽젠Q : 공대출신이라고요?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데 어떻게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나요?

그냥 항상 영화가 좋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영화에만 미친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그저 흥미로웠죠. 휴학 중에 전주 국제영화제 첫 회에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어요. 그냥 체험하면 재밌을 것 같은 생각에 졸업도 안 하고 그냥 지원했죠. 그러다 덜컥 붙어버렸지 뭐예요? 처음에는 홍보팀 막내로 들어갔는데 프로그램 팀에 자리가 비어서 이동했죠. 열정을 갖고 일하게 되어서 계속 하고 싶더라고요. 결국, 일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졸업하고서 시간이 흘러 팀장이 되고 또 운이 좋게도 프로그래머가 되었네요.

럽젠Q : 직업으로서의 영화,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말해주세요.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은 가장 큰 장점이 되겠죠. 좋아하는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행복한 것 같아요. 하지만, 직업으로 영화를 대하는 것은 생각보다 빡센(?) 일입니다. (웃음) 자기가 편할 때, 보고 싶은 영화를 보는 것은 여가가 되고 놀이가 되지만 때로는 보기 싫은(?) 영화를 봐야 할 때도 있고 영화감상이 편하지 않을 때도 영화를 봐야 하니, 짜증 날 때도 있죠.

럽젠Q : 해외 영화제 때문에 출장을 겸해 여행하는 것이 즐겁지 않으세요?

출장을 가는 것은 주로 해외 영화제에 참석하여서 영화를 보는 것입니다. 친구들은 놀러 간다고 부럽다고 말하지만 거의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영화를 보는 것이 업무예요. 쉬운 일은 아니겠죠? 해외 영화제에 참석하면 영화관 찍고 숙소를 들렸다가 식당에만 왔다갔다할 때가 잦아요.

럽젠Q : 지금 영화제 프로그래머에 도전하는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영화제 관련된 일을 목표를 삼으세요. 일단 현장에서 어떤 파트든지 일해보세요. 뭐든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기회는 생길 거예요. 젊었을 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다면 영화제에 와서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영화제에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에 열정과 꿈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영어를 쓸 일이 많으니깐 의사소통을 위한 영어공부는 필요해요. 어학성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얼마나 의사소통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죠.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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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
    그렇죠? ㅎㅎ 저도 엄청 인상적이었답니다. ㅎㅎ
  • 으헣

    @뿌꾸뿌꾸
    네^^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 으헣

    @아카리아
    부산국제영화제를 프로그래밍하신 것은 아니고 전주국제영화제예요 ^^
    진짜 상상력과 영화에 대한 내공이 필요한 것 같네요 ㅎㅎ
  • 으헣

    @미래소년
    그만큼 영화를 좋아하고 기회를 찾아다니다 보니깐 기회가 온 거겠죠 ㅎㅎ
    진짜 딴 일도 못하고 영화만 본다면 정말 아까울 것 같아요 ㅋㅋ
    그래도 일로 외국에 간다면 좋겠네요 ㅎㅎ
  • 으헣

    @cindy
    그렇죠? 영화보러 출장간다니 진짜 부럽워요ㅋㅋ
    그래도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하는 거랑 일이랑은 다르니깐요 진짜 열정이 필요하겠죠 ^^
  • 영화제프로게이머 저에겐 상당히 생소한 직업이네요.
    그러면서도 상당히 인상적이고 좋은 직업이란생각이드네요.
    특히나 영화를 좋아하는 제겐 더 그런것 같네요..^^
  • 영화보는게 일이라는 사람들..정말 부럽네요!
    영화제 프로그래머라는 생소한 직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준 기사 고마워요^^
  • 영화제 프로그래머...참 생소한 직업입니다.
    그런데 단어를 풀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멋진 직업같아요.
    우리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프로그래밍을 담당하셨다니..
    더욱더 반갑습니다.
    영화제를 어떻게 기획하고 홍보하느냐..
    그리고 영화제라는 축제를 더욱 더 신나고 즐길수있게 프로그래밍한다는것은
    참 많은 지식과 상상력이 동원되야 할것같아요.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 영화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사람이 있겠다라는 생각은 했지요. 그렇게 큰 행사를 기획하고 또 진행해나가는
    사람도 없이 국제적인 행사를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저도 자원봉사자로 한번 해봤는데, 정말 몸은 힘들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보니 사람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참 좋더라구요.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되는 방법도 사실 운도 따라줘야 하고, 연계성이 있어야 하는데,
    참 신기한게 공대출신인 조지훈씨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거에요.
    그 만큼 노력도 하셨겠지요^^; 무엇보다 영화에 관심을 가지고,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하셨겠지만요.. 뭘하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열심을 한다면 되는 거 같아요.
    영화 보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만 보기 싫은 영화.. 다 봐야 한다는 것... 정말 고문 아닌 고문 맞아요.^^
    특히 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영화들 보면 난해한 영화 꽤 되잖아요.
    운 나쁘게(?) 재미도 없고 내용도 도대체 이해하기 힘든 영화만나면... 급격한 스트레스가 쌓이는
    기분이 들기도 하구요..ㅠㅠ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영화만 보고 오셔야 한다니 너무 안타깝네요..
    저라면 잠시 짬내더라도 관광을 해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 출장으로 영화보러 해외간다는 점은 정말 ㅜㅜ 부러워요 ㅋㅋ
    일하러가는거다보니 근처 명소도 못가보고 일만 해야할지도모르니 힘드시겠지만..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제 친구에게 영화제프로그래머란 직업을 소개해줘야겠어요!
    특히나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어야지만 더욱 더 열정을 쏟아 효과를 볼 수 있는 직업이라서 자기가 좋아하는 열정. 바로 그 열정이 이 직업에서 가장 중요한 key point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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