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에디슨, 세계여성발명대회를 석권하다


전구, 라디오, 가스레인지 등 일상생활을 편하게 만든 발명품의 원동력은 ‘왜? 이건 안될까?’란 인간의 호기심 덕분이었다. 대한민국 세계 여성 발명대회에서 4관왕을 수상한 임지선은 우리보다 겨우 1cm 예민한 호기심을 가진 주인공이었다.

글, 사진_이지담/제15기 학생 기자(서울시립대학교 컴퓨터과학부 05학번)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4관왕의 명예를 달다

임지선은 학창 시절부터 꾸준히 발명의 꿈을 가진 결과 자신의 발명품 중 실용신안 등록이 완료된 것은 50여 건에다가 특허출원만 해도 12건에 이른다. 최근엔 전 세계 40개국 5백여 명의 날고 기는 여성 발명가들이 참여한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그랑프리와 우수상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를 싹쓸이한 전력이 있다. 한 사람당 3점씩의 작품을 출품해 무료로 전시를 가능하게 해준 대회에서 그녀는 어떤 작품으로 수상한 걸까.

“전 종이컵 인출기, 책상 이젤, 좌식 의자를 전시했어요. 전부 실생활에서 불편함을 느껴 개선한 작품들로 특히 책상 이젤에 얽힌 사연이 많아요. 캔버스를 받치는 받침대인 기존의 이젤(easel)은 불편해서 책상과 이젤을 믹스시킨 이젤 책상을 고안했어요. 학창시절 시험 기간에 이젤이 망가져서 4시간 고생한 기억 때문에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던 작품이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책상 이젤은 결국 은상을 받았는데, 전시기간 동안 화가 분들이나 대학 교수님들로부터 해외 구매자들까지 관심을 비출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금상을 받은 종이컵 인출기는 정수기 옆에 흔히 붙어 있는 납작한 종이컵으로 한 장씩 효율적으로 뽑아 쓸 수 있게 해 환경과 절약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단순히 롤러 하나를 추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설계와 제작이 쉽지 않았고, 전공을 살려 박스까지 직접 여러 개를 디자인했다. 마지막 동상을 받은 좌식의자는 연세가 지긋하거나 다리가 불편한 분을 위해 좌식의자에 바퀴를 달아 앉은 채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한 작품이다. “전시 도중 노인 분들께서 자꾸 막무가내로 전시품을 사시겠다고 하는 바람에 골머리 좀 앓았다.”라며 추억이 떠오르는지 미소를 보인다.

발명의 능력은 타고난 걸까, 발전시킨 걸까

어렸을 적부터 사소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문을 트이는 그녀는 보통의 여자아이들이 바비인형을 좋아할 때 레고에 빠진 소녀일 뿐이었다. 그저 평범한 어린 아이가 발명왕으로 거듭나게끔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어릴 적부터 실용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어요. 무엇을 볼 때, ‘이것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는 없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러한 생각이 디자인으로 발전하고 지금의 공업디자인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사실 발명이 아이디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모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구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전공(공업디자인학과)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은 발명의 절차가 많이 간소화됐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녀의 떡잎을 알아봐 준 사람이 있었을까?
“중학교 때,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한 아이디어 스케치 노트를 우연히 선생님께서 보셨어요.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며 특허출원을 권하시더라고요. 결국, 선생님의 도움으로 특허를 받고 발명을 출원하게 되었어요. 작품이요? 컴퓨터를 보며 문서를 타이핑할 때, 모니터 옆에 거치해서 문서를 걸 수 있게끔 한 거였어요. 숙제를 하는 데 너무 불편해서 생각해 낸 것이죠. 지금은 비슷한 제품들이 많이 출시되었지만, 제 인생의 첫 특허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어요.”

발명? 누구나 가능한 신비의 세계

“어떻게 하면 발명을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발명이란 아이디어를 짜낸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바로 생활 속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생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이라고.
“우선 생각을 많이 하세요. 발명은 특별한 일이 아닌 ‘생활 속의 지혜’라고 봐요. 뭐 하나 불편한 점이 생기면 이것을 고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거죠. 여담이지만 비 오는 날, 물이 뚝뚝 흐르는 우산은 대중교통 이용 시 처치가 곤란하잖아요. 마침 서울 메트로에서 ‘2009 도시철도 교통환경 디자인 공모전’이 열려 좌석 아래에 우산수납을 주제로 한 작품을 출품하게 되었고 대상을 받는 영광을 얻었죠. 생활 속에서 겪은 불편함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은 좋은 기회였죠.”
이어 그녀는 발명과 좀 더 가까워지는 법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복잡하고 귀찮아 보이는 특허출원의 절차 때문에 혜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어요. 이 경우 직접 하기 어렵다면 변리사를 통한 방법도 괜찮죠. 저 같은 경우는 학생이어서 변리사를 통해 특허출원을 해도 그리 비싸진 않아요. 기간은 보통 짧으면 1년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어려운 분야가 아니니, 여러분도 꼭 도전해 보세요!”
발명은 에디슨이나 라이트 형제 등 그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이제 버려야 할 때! 보통의 여대생인 그녀가 세계적인 대회에 나가 당당히 수상을 하고 있음을 기억하고, 우리 모두 생활 속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찰하는 자세를 지녀보면 어떨까.

세계여성발명대회? 그게 뭐지?

2009 대한민국 세계여성발명대회는 세계지적 재산권 기구(WIPO)와 특허청의 후원을 받아 전 세계 40개국 5백여 명의 여성 발명가들이 참여하여 우수 발명품들을 전시하는 대회다.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었는데, ‘여성’이 주체인 만큼 여러 중소기업, 대학교 동아리, 대학생 개인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작품을 출품했으며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여러 발명품이 전시되었다. 매년 5월경에 개최되니, 여자라면 도전장을 한 번 내밀어 보길!
문의 www.kiwie.or.kr

* 이 글은 (구) 미래의 얼굴에 실린 기사로, 럽젠 편집실의 수정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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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 도중 노인 분들께서 자꾸 막무가내로 전시품을 사시겠다고 하는 바람에 골머리 좀 앓았다
    라는 말이 ㅋㅋㅋ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에요.
    주말에 자원봉사가는 그 노인시설에도 다리 불편한 할아버지,할머니들은 조금이라도
    그런 부분에 있어 약간의 자유함을(?) 누릴 수 있다면 가지고 싶어하시고 도움받고 싶어
    하시거든요.
    일반적인 좌식의자에다가 바퀴만 붙였을 뿐인데.. 왜 그런 단순한 생각을 못하고 발명을 못할까요?
    창의적인 생각은 역시 멀리있는 건 아닌가봐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본다면
    다른 발명도 가능한 거겠죠..
    그녀의 미소가 아름답네요.^^
  • 예쁘신데다가 다재다능하기까지!
    발명은 가장 가까운데서 이뤄질수 있는거라고 교수님께 침이 마르고 닳도록 들었어요~
    정말 우리 가까운 곳에서 느낄수 있는 약간의 불편한 점을 개선시키는 그 1cm만큼의 예민한 호기심!
    그게 바로 지금의 임지선씨를 만들어준게 아닌가 싶어요^.^
    2010년에도 세계여성발명대회를 했나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꼭 참석해보고싶어요^^
  • 4관왕씩이나 수상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실생활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명이 된다는게
    저로썬 정말 대단하시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앞으로도 생활속의 지혜로 더 많은 발명 하시길 바래요^^
  • 와~ 대단합니다.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4관왕!!!
    우리나라에서 여성 에디슨이 나올 것 같습니다.
    임지선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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