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파란 눈의 입맛을 사로잡는 비결

유럽에서 날고 기는 ‘노키아’, 세계적인 할인 마트 브랜드 ‘까르푸’와 ‘월마트’ 등 우리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기업의 원인은 무엇일까? 도대체 현지화 마케팅이 뭐기에, 한 곳에선 승리의 웃음을 떠벌리고, 다른 곳에선 처절한 고배를 마셔야 하는 걸까? 유럽으로 날아간 한국 브랜드, 한국에 날아온 유럽 브랜드가 말한다. 성공하는 현지화 마케팅 가라사대, 바로 이것이다.

세계 굴지의 기업 월마트. 그러나 한국에서는 빛을 보지 못한 채 8년 만에 쓸쓸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했거늘, 한국 소비자의 성향을 무시하고 미국형 소비패턴을 고수한 것이 원인. 이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현지에 발을 디딘 글로벌 기업이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현지화 전략이다. 본사의 경영방침을 원형으로 삼되, 기업 활동은 현지의 사정에 맞게 독자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현지화 전략의 핵심. 독일과 프랑스에서 한국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LG전자 법인에서 현지화 마케팅의 비법을 찾았다.

유럽인의 성향을 내 손안에 둬라

독일인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지나가던 길 바로 옆에 새로운 길이 났다면 어떻게 할까요? 프랑스나 이탈리아 사람은 80% 이상이 새로운 길로 가지만, 독일인은 그만큼 새 길에는 한걸음도 내딛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처럼 독일인은 매우 신중해서 물건을 살 때에 모든 부분을 꼼꼼하고 완벽히 파악한 후에야 구매를 결정하죠.

정욱 상무(LG전자 독일 법인, 법인장)

홈 엔터테인먼트 제품을 예로 든다면, 프랑스인은 디자인을 가장 먼저 봅니다. 이어서 화질 혹은 음질은 어떠한지 메인 기능을 따져 보고 난 다음 다른 기기와의 호환성은 어떠한지도 체크하죠. 또 인터넷으로 제품 리뷰를 읽어본 다음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요. 백색가전은 내구성을 최우선으로 하고요.

최항석 부장(LG전자 프랑스 법인)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가장 중요하면서도 당연한 일은 바로 현지의 문화와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같은 유럽 국가라 하더라도 독일인과 프랑스인의 성향은 하늘과 땅 차이. 이를 무시하고 안일한 마케팅을 펼쳤다가는 외면하는 소비자의 발걸음을 되돌릴 수 없다. 특히 독일은 광고나 디자인에 혹해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거의 없을 정도로 매사에 신중하다. 게다가 서울에 인구 대부분이 집중된 한국과는 달리 독일은 주마다 비슷한 인구밀도에 각기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별 인사이트를 파악하는 것이 현지화의 첫걸음이다.

독일에 와서 처음 한 일은 나라 곳곳을 누비는 것이었어요. 지방마다 가지고 있는 문화,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하는 등 독일 자체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지요. 예를 들면 각 지방의 가옥구조는 어떠한지 알아보면서 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하는 거죠.

박재형 차장(LG전자 독일 법인)
그들이 열광하는 배에 함께 승선하라

현지화 전략을 위해서는 그들이 열광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바로 그것 말이다. LG전자 프랑스 법인은 프랑스의 대명사이자 세계인의 축제인 ‘칸 영화제’를 공식 후원한다. 관련 시설물 곳곳에 부착된 LG의 평면 TV는 실시간으로 레드 카펫과 포토 콜, 기자회견의 소식을 전달했다. 더불어 자연스럽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LG 체험 부스를 마련해 시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독일의 경우는 어떠할까? LG전자 독일 법인은 세계 3대 스포츠에 꼽히며 축구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청자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 스포츠 F1에 주목했다. F1 최강팀인 ‘레드불 레이싱(Redbull Racing)’을 후원하면서 친화력을 높인 것. 이전에 그들은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파트너로 활동하면서 독일인의 관심사에 함께 했다. 이뿐이 아니다. LG전자의 독일 법인은 ‘마이클’이라는 가상의 독일인을 만들어 주 고객층에 가까이 다가서는 마케팅 역시 펼친 바 있다.

마이클의 프로필
가정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성공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의 남성. 현재 결혼을 한 상태이거나 여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1~2명의 자녀를 두었으며,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해한다. 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고학력자로, 정기 수입은 3,400유로 정도이다.
독심술을 펼쳐, 한 걸음 앞서라

LG전자는 특히 냉장고와 세탁기로 유럽인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여 그들이 원하는 제품을 미리 시장에 내놓는 것. 한발이라도 빨리, 정확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쟁쟁한 유럽 시장에서 성공하는 방법이다. 특히 <2010 메종 오브제>에서 친환경 대표상품으로 선정된 LG 유럽형 콤비 냉장고는 동일 사이즈 대비 용량은 50L 증가하고 전력 소비는 45% 감소하여 관심을 받고 있다. 세탁기 또한 기존의 7~8kg 사이즈, 11kg의 용량을 갖춰 반응이 뜨거운 상태. 주방이 협소해 간소한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용량이라는 단점을 해결해 준 것이 인기의 요인이다. 태양광으로 충전 가능한 초소형 스마트폰 mini 또한 주목을 받았고, 뷰티폰과 쿠키폰은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유럽에서 인기를 끌자 한국으로 역수출된 케이스다.

유럽은 소형 주택이 많은데다 주방은 특히 규모가 작아요. 따라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슬림한 제품을 선호하죠. 이런 현실을 반영해 유럽 전용 상품을 출시하기도 하는데, 기존 제품과 동일한 사이즈를 유지하면서 더 많은 용량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요. 유럽은 특히 현지 브랜드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이라 더욱더 이런 노력이 요구된답니다.

최항석 부장(LG전자 프랑스 법인)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관심을 집중시켜라

어느 날 갑자기 센 강에 나타난 70m 냉장고 배. 다음날 파리 신문은 이 기상천외한 광경을 전하기 바빴다. 대체 무슨 사연일까? 바로 새로 출시한 양문형 냉장고를 홍보하기 위한 LG전자 프랑스 법인의 프로모션이었던 것. 이처럼 LG전자 프랑스 법인은 기발한 이색 마케팅을 쉴 새 없이 선보이며 현지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년간 운영했던 ‘워시 바Wash Bar’는 와인을 즐겨 마시는 프랑스인을 위해 음료를 마시면 무료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했다. 이 프로모션은 특히 무인세탁소를 즐겨 찾는 싱글족에게 각광받았다. 또 현재는 연간 110만명 이상의 젊은이가 찾는 명소, MK2 비블리오테크 극장에서 ‘W Café를 운영 중이다.

그들의 가슴에 감동을 심어라

진부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현지화 전략의 진리는 바로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사실일 터. 고객을 위하는 마음은 기본이요, 이를 바탕으로 ‘감동’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진심을 담은 색다른 서비스도 필요하다. LG전자 프랑스 법인은 ‘고객이 바쁘다면 우리가 직접 찾아가자.’라는 모토 하에 직장으로 가정으로 직접 찾아가는 트레이닝 서비스를 한다. 물론 제품 고장 시에도 신속한 방문,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휴대폰은 수리 기간 동안 다른 제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스왑(SWAP) 서비스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 그 밖에도 고객 개개인의 취향을 파악하여 맞춤형 e-mail을 통해 원하는 정보만 제공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고객이 최우선입니다. 항상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성심껏 반응해야지요. 특히 빠르게 변하는 고객들의 관심사와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합니다. LG전자 프랑스법인은 특히 독자적인 블로그를 운영하여 1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신제품이 나올 때는 블로거 파티를 열고 제품을 미리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다방면으로 고객에게 다가서고 있죠.”

최항석 부장(LG전자 프랑스 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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