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체험]제16화 나미비아와 보츠나와 국립공원




물론 스케줄 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숙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를 제외한 유럽인들과 일본인들은 나미비아, 보츠와나 모두 무비자였다. 이 여행에 참가한 세 명의 한국인만이 여행 전에 미리 나미비아와 보츠와나 비자를 받아야만 했다. 원래 스케줄에는 지나갔던 나라로 다시 재입국한다는 말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나미비아 비자의 경우 단일 비자로 신청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일정이 변하여 바로 우리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여행 가이드는 아무 문제가 없을거라고 하면서 나미비아 측 국경 사무소에 들어갔지만 결론은 재입국 불가! 단일 비자로는 재입국할 수가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소동이 갑자기 여행일정을 바꾼 여행사 쪽의 잘못에 비롯된 것이지만 우리는 이 순간 나라의 힘, 국력의 실체를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아니 일본도 무비자인데 왜 우리만? 억울한 생각이 들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20명에 가까운 여행 동료들이 마치 우리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듯한 그 느낌 또한 정말 어찌할 수 없었다. 결국 원래 스케줄대로 나미비아로 재입국하지 않고 보츠와나 안에서 머무르기로 했지만, 숙소가 훨씬 더 멀어진 탓에 한밤중에 다들 녹초가 돼서야 숙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보츠와나 마지막 일정에 포함되어 있던 ‘Chobe Game Reserve’에서의 일이다. 사실 그 무렵에 우리는 야생동물이 활보하는 아프리카 한복판에서 텐트치고 불 지펴서 밥해먹고 한다는 사실을 거의 잊고 있을 즈음이었다. 나름대로 정해진 여행코스를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곳이 아프리카라는 사실이 특별히 인식이 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가이드들조차도 오랫동안의 노하우 덕분인지 여유만만이었고 다들 텐트 밖에서 침낭만 펴고 별보며 잠드는 일도 많았다. 나 또한 그날은 잠들기 전까지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기 위해 바깥에서 침낭을 뒤집어쓰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담이지만 그렇게 별이 쏟아질 것 같은 야생의 밤하늘에서는 수많은 별똥별들을 만날 수 있다.

나중에 잠들 무렵이 되어 텐트로 기어들었는데 한밤중이나 새벽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뭔가 부산스럽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어설프게 잠이 깼는데 밖에서 뭔가가 버석버석 소리를 내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쿵쿵거리는 것도 같았고 무슨 동물의 사나운 으르렁거림도 들렸다. 그리고 텐트가 잠시 흔들렸던 것도 같다. 워낙 비몽사몽간이라 그냥 도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고 나서야 밤새 정말 놀라운, 그리고 위험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흔히 순하다고 알고 있는 코끼리는 야생의 상태에서는 무척 위험한 동물이다. 일단 크기로 충분히 위협이 되기 때문에 코끼리가 겁을 먹든 화를 내든 주변의 생물들은 생명의 위협조차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밤 사이 코끼리가 다녀갔다고 했다.

우리 텐트와 바로 곁에 있던 텐트 근처에서 어슬렁거렸다는데 다른 동물과 다툰 듯했다고 . 바로 우리 텐트 근처에서 그런 난투가 벌어졌다니. 코끼리의 발에 밟혀 잠든 사이에 운명을 달리할 수도 있었다는 상상에 우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코끼리에 밟혀 죽는 것 따위는 해외토픽에나 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우리 코앞에서 말이다! 바로 옆에 있던 텐트 사람들은 그때 밖으로 나가 사진이라도 찍을걸 하면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지만 사실 그 사람들도 그 순간에 벌벌 떨면서 이러다 죽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 정말 두고두고 잊지 못할 어느 하루였다.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모자이크처럼 우리의 하루하루를 채워나갔다. 그리고 우리는 마지막 행선지인 잠비아로 향하고 있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