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9화 멕시코에서 최고의 국제적 막가파팀 결성! 다 덤벼~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멕시코 페소가 하나도 없다는 것! 버스 터미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안되는
에스파뇰로 환전소를 찾아봐도 환전소가 없다는 소리 밖에 듣지 못하고 결국 미국 달러로 치와와행 버스 티켓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어제 점심부터 하루 종일 쫄쫄 굶어서 등에 붙은 배를 부여잡고 버스티켓을 사고 남은 페소로
과자 한 봉지 손에 들고 버스에 올라 탔는데 그 과자가 칠리 나초라는 걸 알아채기까지는 불과 몇 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결국 은화는 죽어도 안갈꺼라고 버텼던 버스 뒤 화장실을 무려 3차례 들락날락 거리며 반 죽음의 상태에 이르렀다. (화장실
문이 안 열려서 한번 들락날락 할 때마다 어찌나 요란한 소리를 내던지..민망해서 죽을 뻔 했다.) 우리의 삽질이 여기서
끝이냐! 물론 아니다. 치와와 버스터미널에 도착, 시내까지 가려면 버스나 택시를 타야하는데 우리는 멕시코 페소를 갖고
있지 않아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택시 운전기사가 부르는 요금을 깎을 생각 조차 못하고 달러로 받겠다는 말에 감사하며
택시에 올라탔는데 가는 동안 어찌나 후회를 했던지…우여곡절 끝에 은행 문이 닫기 전에 도착해서 돈도 환전하고 여행자 카드에
도장도 받아내고 에어컨에 더블 침대 두 개, 케이블 TV까지 달린 호텔을 미국보다 저렴한 호스텔의 반값에 둘이서 나눠내고
나니 세상 보는 눈이 달라진다. 멕시코에 도착하고
보니 새삼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이 몸에 와 닿는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가게
안에서부터 버스에 앉아 있는 사람까지 몸을 젖혀가며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데 이런 스포트라이트를 처음 받는
우리는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또한 저렴해진
 
생활비에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는 우리에게 눈만 마주쳐도 인사를 건네거나 손을 흔들며 웃는 멕시칸들이
어찌나 친근하게 다가오던지… 금새 적응이 된 우리, 태평양 횡단 열차표를 끊으러 버스를 타야 하는데 책에 적혀있는 단어
하나 가지고 버스에 올라타더니 타고 가는 내내 어디에서 내려야 하는 지도 모르면서 열심히 버스 안에서 과자를 먹으며 룰루랄라거린다.
슬쩍 길거리 간판에 태평양이라고 에스파뇰로 적혀있는걸 재빠르게 캐치한 은화, 그때부터 손짓발짓 동원해서 정확한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후후 에스파뇰 별거 아니다. 태평양 횡단 열차 티켓을 아무 문제 없이 손에 쥐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제대로
된 밥 하나 먹을 거라고 이곳 저곳을 헤매는데
  여전히 따라다니는 시선들. 말은 안 통하지만 동양인 여자 둘에게 웃으며 인사하는
이곳 사람들로 인해 북미보다 더 마음이 편하다. 한 교회의 문 닫는 시간에 앞에서 얼쩡대는 우리를 손짓으로
들어와서 보라고 문을 다시 열어주는 사람들, 안 되는 에스파뇰로 막무가내 물어대는데도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가르쳐 주는 사람들, 우릴 쫓아 다니며 HELLO~를 외치면서 돈 달라는 꼬마들까지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곳에 대한 흥분에 마음이 들뜬다. 자! 이제 진짜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예정보다 1시간 늦게 도착한 끄레엘, 치와와 기차역에서 만난 일본인 마사시와 함께 숙소를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단돈
70페소에 아침, 저녁까지 제공하는 숙소를 55페소로 깎았다. (마사시는 침대도 없이 바닥에 허접한 매트하나 깔려 있는
50페소짜리 방을 40페소로 깎았다. 지독한 동양인들~) 깎았다는 사실에 만족해 하며 이것저것 구경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지만
정말 볼 것이 하나도 없고 근교의 유명한 곳에 가기 위해서는 숙소에서 운영하는 투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많이
실망스러웠다. 15분만에 마을을 다 둘러보고 늘 I have no plan을 외치는 마사시와 함께 멍하게 앉아 있자니
참으로 괴롭다. 과연 우리가 이곳에 하루 이상 머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면서 숙소로 돌아가는데 장대비가 쏟아진다.
온몸이 흠뻑 젖어 들어오는 같은 방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정보가 필요했던 우리는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운
좋게 어제 도착한 멕시칸 커플 4명(안토니오, 아미, 본쵸, 실비아)과 함께 내일 바사사치 폭포에 트럭을 빌려서 가기로
이야기하다가 저녁 먹고 생각하자는 결정을 내리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상당히 찝찝하다. 처음에 아침만 제공하는 줄 알고
55페소로 깎았는데 상당히 훌륭한 저녁까지 제공한다는 사실에 아직 덜 뻔뻔해진 우리의 마음이 편치가 않다. 마음이 편하고
봐야지! 내일은 70페소를 다 내자고 마음 먹고 저녁을 먹은 후 마사시와 멕시컨 커플들과 내일 일에 관한 의논을 하려
했지만 내일 일은 하나도 의논하지 않고 멕시코의 명소에 관해 열심히 받아 적기만 했다. 크크. 밤이 으슥해지는데 다른
멕시칸 3명과 함께 바에 가자고 안토니오가 제안 한다. 바? 거절할 우리가 아니다. 좋다고 따라나서서 멕시코 맥주도 맛보고
새로 사귄 무려 8명의


친구들과 떠들고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12시도 훌쩍 넘겨서 숙소로 돌아온 무리들, 아침 먹고
8시 반에 소깔로에서 만나기로 하고 ‘부에나스 노체스’를 주고 받으며 잠자리에 들었다.
 
 
 
   
나눠지고 보니 남은 무리는 같은 방을 쓰는 젊은 무리다. 한참의 작전 끝에 한 트럭을 각 180페소에
빌리기로 하고 트럭 뒤에 앉아 출발! 이렇게 모여 팀을 이룬 우리, 이날 이후부터 우리는 팀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며 최고의 막가파 팀워크을 자랑했다. 우리 팀원들을 잠시 소개하자면 본쵸, 실비아, 안토니오, 아미는 모두 대학생으로
멕시코시티와 과나후아또에서 사는데 방학을 맞아 멕시코 여기저기를 여행하는 중이란다. 마사시는 1년동안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할 생각인데 중미에서 남미로 내려가는 여정이 우리와 상당히 비슷하다.마치 끄레엘에서 만나기로 하고 세계 곳곳에서 모인
것 같다며 좋아하는 안토니오, 폭포까지 가는 5시간 동안 덜컹거리는 트럭 뒤에서 열심히 에스파뇰을 배우기도 하고 (사실
서로 각 나라의 욕을 열심히 배웠다. 우리는 ㅆ자가 들어간 모든 욕을 친구들에게 가르쳐줬다~) 각 나라의 문화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 하다 보니 어느새 폭포다. 캐년 위에서 멕시코에서 가장 크다(?)는 폭포를 바라보다가 멋진 폭포를 좀더
가까이에서 보려고 험한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려갈 때가 좋았지. 폭포 밑에서 장관을 잠시 보고 올라가는데 거의
죽을 지경이다. 거의 탈진 상태에 이르러 다시 캐년 위로 올라와서 보니 안토니오가 없다. 숙소의 저녁 식사 시간 안에
도착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하는데 골치덩어리 안토니오는 도대체 어디 있는지.. 아침에 출발하기 전부터 혼자 인터넷을 쓰는
둥 늑장을 피우더니. 여기저기 물어 본 결과 우리보다 뒤 늦게 폭포 밑으로 내려갔단다. 날은 어두워 지고 각종 뱀과 야생동물에
비까지 내린 후여서 상당히 걱정이다. 이미 도착할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안토니오가 돌아오지 않자 여자친구 아미부터 시작해서
멤버 전체가 난리가 났다. 30분만 더 기다려보고 나타나지 않으면 경찰에게 알리기로 했는데 우리와 같이 안토니오를 찾아주던
택시운전사 아저씨와 한 관광객이 올라오고 있는 안토니오를 발견, 그때부터 멤버 전체가 산이 뒤흔들릴 정도로 꿀레로~(아까
트럭 뒤에서 배웠던 나쁜 단어 중 하나로 완화시켜 나쁜 소년~ ^^;)를 외치기 시작하는데 넉살 좋은 안토니오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며 받아친다. 결국 전 무리의 기립 박수를 한 몸에 받으며 도착한 안토니오, 울고 있는 아미와 시간을 가지라고 서로
눈짓하며 쏜살같이 차 있는 곳으로 뛰어가는데 여기서도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한다.
쏟아지는 비에 우리나라 소형차보다도 더 작은 공간에 8명이 겹쳐 타고 가는 요가쇼를 벌였지만
안토니오를 찾는 동안 똘똘 뭉쳤던 마음들이 어울려서 다들 하나됨이 즐겁다. 결국 견디다 못해 남자 3명은 트럭 뒤에 앉아서
추위를 맥주의 힘으로 버텨내며 어찌나 소리를 지른던지…(키 187에 한때 운동했다는 마사시는 본쵸 얼굴에 붙은 벌레 하나
가지고 난리를 쳐서 차가 뒤집힐 뻔했다. 끌끌..)

역시나 마냐나~를 외치며 내일일정은 내일이야기 하자며 주린 배를 햄버거로 때우고 자정이 다 되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하루 이상 머물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게 새삼 스러울 정도로 이곳에서의 체류가 길어질 것 같다. 버스 패스도
없는데 급할 필요 있나! 멕시칸들과 어울려 보니 이 사람들 굉장히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느 정도 라틴 문화의 영향으로 정열적이고 친구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 이상의 모습들에 우리도
잠시 동양인임을 잊고 마음껏 어울릴 수 있었다. 무질서함과 도둑들이 들끓는다는 소문들과 달리 너무나도 편안하고
즐거운 멕시코! 거기다가 새로 만난 막가파 무리까지~지금 우리가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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