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8화 we ♥new york we ♥ broadway~

 
     
   
 

젊은 이들이 많이 모이는 예술가의 거리 소호와 가까운 곳에 머물기를 원했던 우리는 제법 가까운
호스텔을 찾아갔었지만, 그 동네의 엄한 분위기와 그 동네보다도 더 무서워 보이는 사람들이 호스텔 안에 눈이 풀린 채 죽치고
앉아있는 것을 보고는 기겁을 했다. 그렇게 무거운 배낭을 메고 호스텔을 찾아 헤매기 2시간 후 우리는 소호와도 가깝고
안전한 곳에 우리의 배낭을 떨궈놓을 수 있었다. 아무리 피곤해도 배낭에서만 벗어나면 날아다니는 우리! ‘주말을 소호에서~’를
외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호까지 날라갔다. 벽에 예술가들이 습작으로 그려놓은 그림들이 있는 건물들과 개성있는 상점들이
길을 따라 펼쳐지는데 둘 다 신났다 신났어~(스니커즈 매니아인 은화가 한 상점 앞에서 자리 깔고 앉은 것을 예현이가 간신히
달래서 데리고 다님) 그렇게 I LOVE NEW YORK을 외치며 온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다 보니 벌써 해가 져서 어둡다.
밤의 주인공인 무서운 분들이 많이 계시는 뉴욕이라 긴장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 신이 난 나머지 첫날부터
호스텔에 느지막하게 들어가버렸다. (호스텔 들어가면서도 괜찮네~껌이네~를 연발했다는 것, 여행 오래 다니다 보니 간이
배밖에 나와서 복대에 넣어 뒀다.^^;)
 
 
 
 
한국에서부터 뮤지컬 한번 잘 볼 것이라고 안경까지 가져온 우리가 아니던가! 여행시작하고 처음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할인티켓을 파는 창구에 가서 줄 서기 몇 십분 후, 두 손에 레미제라블 티켓을 각각 한 장씩 거머쥐고 만족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는 둘~ 생각보다 앞자리여서 안경이 필요 없었지만 가져온 공이 아쉬워 부득부득 안경 끼고 열심히 관람했다. 극이
시작하기 전 웅성웅성한 분위기가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막이 걷히자 일순 조용해 졌다. 그렇게 뮤지컬은
시작되었고 배우들의 노래는 정말 예술이었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노래를 부를 때 마다 우리는 같이 숨을 멎고 그
노래 소리에 빠져 들었다.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변하는 무대 세트, 바닥에 원형으로 돌아가는 장치까지 어울려 극 전개를
최상으로 끌어 올렸다. 한 막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막이 다 끝나서는 모두가 일어서서 기립 박수를
보내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뮤지컬이 끝나고도 마지막 장면의 노랫소리가 귓가에 여운으로 남아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어두웠던 사회 속에 닫혀져 버린 장발장의 마음이 사랑으로 열리면서 자신에게 냉담했던 사회에게 등을 돌리지 않고 그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시작점이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큰 감동을 받았다. 결국
아무리 암울하고 어두운 사회 속일지라도 개개인의 올바른 정신으로 그 사회는 충분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런
정신을 쉽게 가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순 없겠지만 우리가 여행을 준비할 때 찾아갔던
한 여행사의 직원이 말하기를 자기도 여행을 가고 싶지만 이미 이 사회 속에서 굳어져 버려 어쩔 수 없다고, 우리 같은
인생을 살려면 이 사회에서 또라이가 되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한 게 문득 생각이 난다. 무엇이 옳고 그른 인생이라고
단정지어 이야기 할 순 없지만 사회 속에서 굳어져 버린 머리와 가슴을 가진 채 살아간다는 건 조금 슬픈 일이다.
과연 우리가 사회 속에 굳어 버리지 않고
용감한 또라이가 될 수 있을까? (지금 현재는 또라이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분위기가 미드 타운과는 사뭇 다른 것이 상점들도 많이 문을 닫았고 큰 빌딩들이 썰렁하게
비워져 있다. 또한 높고 고급스러운 빌딩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야 할 자리가 휑한 것이 얼마나 타격이 컸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미 그 주변
건물들은 폐허가 되었거나 건물 고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파편들이 떨어질까봐 검은 그물망을 쳐놓은 빌딩들과 철조망으로
둘러쳐 버린 쌍둥이빌딩 자리의 너무나도 삭막한 풍경에 매일이 가벼운(?) 우리는 처음으로 그 자리 앞에서 웃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 그 주위에 테러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며 놓아둔 편지, 옷, 사진들을 보면서 마음이 숙연해 진다.
사고로 잃어버린 가족, 친구를 그리워하며 영원히 기억하고 사랑하겠다는 말을 남긴 쪽지를 보며 테러 사건으로 건물이 붕괴된
것 보다 그 후의 이야기들이 더 가슴 아팠다는 한 사람의 말이 절로 가슴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기
전에 단지 인간이 만들어 낸 생각에 불과한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무엇보다도 소중한 인간의 생명이 희생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붕괴된 건물의 지하부분의 앙상한 철골들만 남아서 아직도 철거 공사 중이다. 이 큰
대지에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며 뉴욕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었던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결국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줄이야.
3000명의 생명을 앗아간 그 현장에 막상 서보니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묵묵하게 돌아 볼 수 밖에 없었다.
 
 
테러 사건의 여파로 뉴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모든 코인 락커는 철거되고 각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공공기관은
들어갈 때는 소지품 검사를 엄격하게 한다.(처음에는 인종 차별하나 싶어서 발끈했는데 알고 보니 모든 사람의 소지품을 검사하는
거였다.) 또한 각 빌딩마다 입구의 경계는 삼엄하고 많은 관광객들로 가득 찼던 뉴욕 증권 거래소 역시 근처에 가지도 못하게끔
경계를 쳐 놓았다. 우리도 뉴욕에서의 마지막 날 버스 디포 락커에 가방을 두고 돌아다닐 생각이었으나 결국 뉴욕 어딜 가도
코인 락커는 찾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우스개 소리로 지나가던 여행객이 버스 안에 가방을 두고
그냥 내리면 보관해 줄꺼라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하기까지도.. (결국 근처 묵지도 않은 호스텔에 슬그머니 들어가
라면 하나 몰래 끓여 먹고 락커에 가방 두고 튀었지만~ ^^;) 솔직하게 말하자면 작년 9.11 테러사건을 보고 ‘이야~영화네,
장난 아니네, 고소하다, 갔다 박아도 기막히게 박았다’ 등등의 말을 친구들과 가볍게 했었다. 태평양 건너 먼 나라에서
일어난 일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는 게 오히려 오바 아닌가! 더군다나 오노 사건으로 반미 감정이 극에 달해 한때 그 좋아하던
패스트푸드 불매 운동에 참가까지 하던 우리인데… 역시 사람이 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금새 가벼워진 우리는 아직 심각함이
채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이야~ 공사하면서 시체 XX 많이 나왔겠다~ 무서워서 철거 하겠냐~” 은화랑
예현이 어디 가나~ 우리는 뉴욕에서도 변하지 않았다. –; (사실 우리에게 심각한 이야기 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고로 위의 글들을 쓰면서 참 힘들었다.)
 
 
     
 
 
반면 세계경제의 중심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월스트리트에는 점심시간조차 간단한 샐러드를 먹으며 바쁘게 이동하는 깔끔한
정장차림의 사람들로 가득하고 삐까번쩍한 부띠끄들이 즐비한 5번가에는 온갖 명품들로 한껏 치장한 멋쟁이들로 가득하다. 건물
자체가 예술품이거나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 미술관들이 있고 그 앞에는 예비 화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가지고 나와 거리
자체가 미술관이 된다. 해가 지면 브루클린 다리의 노란 불빛이 그림을 그리는 멋진 맨해튼의 야경, 그것을 배경으로 한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타임스퀘어에서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뮤지컬 포스터들, 밤늦도록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100년이 넘은 지하철은 냉방이 전혀 안되어서 땀이 비 오듯 하고 노란 택시들로 가득한 도로는 서울보다도
훨신 더한 교통 체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래도 이것마저 세계예술의 중심지, 세계경제의 중심지인 뉴욕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것이리라! 그래도 북미가 편했지. 이제 하루만 더 지나면 본격적으로 시작될 멕시코의 걱정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다.
속속히 들려오는 좋지 못한 소식에 바짝 긴장한 우리에게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지는 부딪혀 봐야 알 일이겠지만 싸지는
물가에 비례해 무질서한 나라 상황이 걱정이다. 자나깨나 몸 조심, 복대 조심, 가방 조심, 물 조심 하면서 초심의 마음을
잃지 않고 빨빨 거리며 돌아다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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