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7화 게이들에게 둘러싸인 그녀들, 그 문화적 충격의…

 
   
     
 
버스에서 내려 터미널을 나서는데 여기저기에서 깃발이 펄럭이고 쿵쿵거리는 음악이 들려오고 도로를 막은 무대가 설치 되어져
있는 것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무슨일 있나 어리둥절해서 우리가 머문 호텔(다리 탈골 증세와 꼬리뼈 눌림 현상이 도통
심해서 정말 한번 잘 놀고 잘 쉬어보자는 마음에 처음으로 호텔에 갔다.) 매니저에게 물어보니 게이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고
한다.
 
 
  우연히 변경된 계획으로 몬트리얼에 오게 된 것인데 때를 맞추어도 정말 잘 맞추었다. 거리로 나가보니
손 잡고 다니는 동성커플들, 무지개 색으로 요란스럽게 치장하고 무지개 깃발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 건장한 체격에 아슬아슬
야시시한 치마를 입은 남자들이 가득하다.샌프란시스코에서 동성끼리 키스하는 장면에 놀랐던 일이 엊그제인데 이젠 그 정도는
아주 가소로운 장면이 되어버렸다. 훗훗. 이대로 넉다운 되도 될 만큼 지친 몸을 이끌고 큰 도로를 따라 나가 보니 사람들이
때를 지어서 도로 가에 서 있는 것이 퍼레이드를 할 분위기다.우리도 점심 먹을 거리를 사들고 자리를 잡고 보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젊은 커플부터 할아버지커플까지 카 퍼레이드를 하면서 자신들의 이름과 사는
곳을 적은 피켓을 당당하게 들고 지나간다.또한 입양한 아이인듯한 아이들과 함께 지나가기도 하는 모습을 보고 열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데 무언가가 안타깝다.자신들의 존재를 당당하게 알리고 즐기기 위해 이런 페스티벌을 연 것이겠지만 장장
2시간이 넘는 퍼레이드를 본 우리의 감상은 이 모든 것들이
  성적 파티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여자처럼 화장을 하고 호르몬 주사로 커진 가슴을 한껏 강조하는
옷을 입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과장 섞인 몸짓으로 성적 볼거리에 불과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게이들, 좀더 자극적이고
좀더 야한 장면에 큰 성원을 보내고 동조하는 수만 명의 관중들. 이 퍼레이드를 주최한 진정한 뜻들은 사라진 채 오로지
성적 볼거리에 즐거워하는 수만 명의 사람들에 휩싸여 있자니 머리가 아프다.
 
 
   
     
 
호텔로 다시 돌아가서 조금 쉬었다가 나오기로 하고 간만에 넓은 침대에 온몸을 있는 대로 펴고
자고 일어나니 살 것 같다. 한결 가뿐해진 몸으로 밤의 춤판에 한판 껴들기 위해 옷까지 갈아입고 신나게 달려 가보니 비트
강한 몽환적인 음악이 거리 전체에 흐르는 게 마치 홍대 앞의 테크노 클럽같다. 아싸~이런 춤판을 놓칠 우리가 아니지.
가뜩이나 알래스카에서 조쉬한테 레즈비언으로 오해받은 일도 있는데 손 잡고 춤이나 춰봐? 에라~모르겠다. 그냥 놀고 보자!!
그러나 웃통을 벗어제낀 채 서로 뒤엉켜 있는 남자 게이들 사이에서 춤을 추자니 아무리 뻔뻔한 우리라도 적응이 안된다.
곳곳에서 연출되는 쳐다보기가 민망한 장면들에 고개를 돌리면 다른 쪽에서는 더한 장면이 나타나니 도대체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다. 색깔이 틀린 동양인으로서의 적응불가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성이 이곳에서 완전히 배척되는 기분이다
  여하튼 2시간 넘게 열심히 춤 추고 열심히 구경하느라 진이 다 빠져버린 우리는 방어막이 쳐져 있는 딴 세계에서 벗어나는
기분으로 호텔로 발길을 돌렸다. 돌아오는 거리에 보이는 무지개 깃발의 화려한 색깔들이 이제는 문란한 성을 의미하는 듯이
느껴지니, 정말 정도껏 합시다!
   
 
  또한 북미의 파리라고 불리기를 자처하며 프랑스식의 전통을 고수한다. 도로의 표지판은 온통 프랑스어에 우리가 뻔히 외국인임을
알면서도 불어로 말을 건네는 사람들, 프랑스의 노트르담 성당을 그대로 축소해서 만든 성당까지 이곳 사람들은 참으로 프랑스라는
나라를 약간 지나칠 정도로 동경하는 듯 하다. 몬트리올의 구시가지에 나가면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오밀조밀한 골목들,
그리고 아기자기한 노천 까페들이 마치 내가 지금 프랑스의 한 도시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도시의 또 다른 한쪽은
신시가지로 고층빌딩에 세련되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이 만들어 내는 생기발랄한 거리풍경에 기분도 즐거워 진다. 오랜만에 알래스카에서
내려와 도시 같은 도시에 온 우리는 마치 시골에서 상경한 소녀들처럼 처음에는 적응이 안돼서 ‘우리가 예전에 서울에 있을
때 무얼하면서 놀았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다.(근데 정말 무얼 하면서 놀았는지 생각도 안 날뿐더러 별짓 한 것도 없는
것 같다. –;)
또한 날씬하고 예쁜 여자들 틈 속에서 한동안 잊고 지냈던 몸무게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면서 도시에 나왔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고전과 현대가 어울러져 멋진 조화를 이루는 도시 몬트리올에 있다 보니 우리나라의 도시들에서는
오랫동안 지켜지는 고전적인 건물을 즐기는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나마 한옥과 사이사이 골목길 정도가 남겨진 인사동이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전통적인 장소인데 그 곳조차 요즘에는 많이
변해가는 것 같다. 예전부터 느껴왔던 것들이지만 한 나라를 여행할 때 무엇보다도 그 나라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곳에 가고
싶고 그 나라만의 색깔을 체험하고 싶은 것이 자연스러운데 우리 나라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의 연출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 나라보다도 짧은 역사에 내세울 것이 많지 않은 캐나다도 잠깐 지배하에 있었던 영국과 프랑스의 문화를
마치 자신들의 문화인 것처럼 생각하며 전통으로 만들고 그것들을 표현하는 능력이 대단하다. 캐나다가 인종의 모자이크라는
표현이 새삼 이해가 되면서도 온통 동전마다 빅토리아 여왕이 찍혀 있고 프랑스어를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모습들 등 많은 것에서
정체성의 부재로 인한 문화적 혼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캐나다로 이민 온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해주고 유럽의 문화도
받아들여서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좋긴 하지만 뚜렷한 캐나다 만의 색깔 찾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토론토에
도착해서 한일이라고는 친구를 만난 것, 한국 음식 먹은 것,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작업한 일 밖에 없다. 사실 무언가
재밌는 것을 하고 싶었지만 가고 싶은 곳 이 없는 걸 어찌하리! 가끔씩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볼 때 집 떠나 여행한지
한 1년 정도 된 것처럼 세상 만사 귀찮다고 할 때가 있어서 문제다.
 
하루 왠 종일 도서관에서 작업하다가 호스텔로 돌아와서 이래선 안되겠다는 마음에
‘내일 어디갈래?’ 한참을 고민하는 둘… (먹는 거 고를 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글쎄..여기
갔다가 저기 가서 버스 디포로 가면 되겠다.’ 고개는 끄덕이며 동조하지만 상당히 얼굴색에서 내키지 않음을 표시하는
둘… 이런 상태가 극치에 달했던 토론토는 정말 우리에게 재미없는 도시로 낙인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음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도시는 뉴욕! 그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며 하루에도 몇 천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서도 폭포네~하고 그냥 지나갔던 한은화도 기대하는 도시인 만큼 볼거리, 할 거리가 무진장 다양하다.
물론 물가가 너무 비싸서 허리가 휘지만서도.. 자 뉴욕으로 잽싸게 날아가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한판 때려줘
볼까나?(바로 이 뮤지컬 하나 잘 보자고 한국에서도 잘 쓰지 않는 안경을 이고지고 가져왔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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