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4화 산으로, 로키와 기막힌 동거는 시작되고

 
 
   
이젠 버스를 타는 건 껌 됐다. 기절해서 일어나니 Banff다 와~ 여기는 공기부터 다른데! 마을 주변을 병풍처럼
둘러친 멋진 산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오른 봉우리의 만년설과 빙하, 산에 정갈하게 심어져 있는 울창한 푸른 나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들이 잘 나온 멋진 풍경 사진인지 진짜인지 구분조차 잘 가지 않는다. Banff는 정말 작고
아담한 마을이다. 스위스 풍의 집들이 오밀조밀 늘어져서(대부분 gift shop이다.) 있는 것이 너무나도 조화롭고 평온하다.
무작정 밴프까지 오기는 왔는데 이 거대한 로키 산을 어떻게 다닐지.. 평온한 풍경들과는 너무 상반되게 걱정이 태산이다.
예현이는 운전면허가 있긴 있는데 장롱 면허고(한국에서 들고 온 보험이 상당한 효능을 발휘할지도..^^) 은화는 아예 운전면허
조차 없으니 여기서 다닐 방법은 히칭 아니면 투어를 이용하는 건데 결국 우리의 선택은 생활 신조 2를 제대로 지키기 위해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발만 동동 구르는 우리에게 오늘 출발한 투어에 합류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친절한 언니가 얘기하는데 귀가 솔깃하다. 밴프
주변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하루가 빠지는 만큼 좀더 싸질 것 같다는 기대에 깍아 달라고 박박 우기는 은화,
전화상이어서 특유의 화려한 미소를 자랑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 결국 남대문표 깍기에 성공!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럽게
투어에 합류하게 되었다.
 
저녁쯤에 우리 팀과 만날 수 있었는데 가이드 캐나다인 캐런을 포함해서 모두 12명으로
중국*독일인 부부 싱유, 이반과 딸 쉬링,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온 피오나, 제이슨, 데이빗, 메어리, 드넬라,
잉글랜드에서 온 지미, 거기다가 한국에서 온 우리 둘까지 합치니 참으로 재밌다.
 
  이렇게 우리의 로키 대탐험은 시작되었는데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완벽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우리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아서 플러그를 꽂을 곳이 없고 수도마저 없어서 샤워를 할 수도 없다. 아니,
세수라도 제대로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물 한 컵으로 세수를 비롯 많은 것을 해야 했다.–;;) 우리는 팀원들과
함께 로키의 대자연을 느끼며 하이킹도 하고,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으며 좋은 시간을 나누었다. 특히,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항상 함께 행동한 중국*독일인 가족과는 정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10살의 쉬링은 지금까지 열 네 나라를 여행 다녔다고 한다.

패키지 여행이 아닌 인터넷을 뒤져 자신의 여행 계획을 세우고 많은 것을 보기 보다는 하나를 제대로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여기며 자신의 삶에 여유가 묻어나는 그들을 보면서, 돈을 모아서 집을 사고 차를
사고 즐기는 여유로움 없이 전전긍긍 살아가는 많은 한국인의 현실이 더욱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조금 더 고개를 들면 넓고
다양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웃고 즐기며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고 싶다.
 
 
  지친 몸을 이끌고 오늘 묵을 호스텔에 도착해서 보니 여기가 진정한 산골 소녀 놀이의 무대가
될 것 같다. 전기도 없고 물론 수도도 없다. 샤워를무진장 하고 싶은데 꾹 참으며 가스등 켜놓고 꼬마 쉬링이랑 열심히
카드 놀이를 하는데 캐런이랑 피오나가 사우나를 할꺼라며 같이 하겠냐고 묻는다.

수영복을 입고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사우나 후 들어갈 찬물이 빙하가 녹아 거세게
구비 쳐 흐르는 계곡물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는데 쉬링이랑 이반 아저씨까지 합세한단다.슬그머니
호기심 발동~ 슬쩍 사우나를 하는 오두막에 가서 구경하니 그 모습이 흥미 진진하다.
 

그래! 까짓 것 빙하 녹은 물에 얼어 죽지 뭐~ 용감하게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오두막으로 폴짝폴짝 뛰어가서 자리 잡고
사우나 시작! 난로 비슷한 곳에 장작을 때우고 그 위에 돌들을 올려 놓아 적당히 달구어 지면 물을 끼얹어 스팀효과를 얻는
옛날 방식이다. 한국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쉴 만큼 뜨거운 사우나도 가볍게 해온 우리이기에 이 정도는 아~주 가벼운데 다들
뜨거워서 죽겠다는 표정이다. 서로 담소를 나누며 몸이 뜨거워 지기를 기다리는데 꼬마 쉬링이 자꾸 계곡으로 가자고 재촉한다.
허허..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단 말이다!! 모두의 등쌀에 못 이겨 폴짝 폴짝 계곡으로 직행, 풍덩풍덩 잘도 뛰어드는
캐런과 피오나를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하다가 전투에 임하는 비장한 각오로 숨조차 멈춘 채 계곡물에 뛰어드는데 으악~ 이가
다 떨어져 나갈 것만 같다. 후다닥 뛰쳐 나와 오두막으로 바로 직행에서 숨을 돌리는데 따라 들어온 사람들이 어땠냐고 묻는다.
어땠냐고? 얼마나 차가웠는 지 머리 속이 하얘져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이런 우리를 보고 꼬마 쉬링은 이렇게 하면 덜
춥다며 강연까지 한다.

  두 번, 세 번 들어가니 그 얼음물에서 물장난까지 할 경지에 올라 버렸다. 이반 아저씨는
아예 발 조차 담그지 못하고 물가에서 서성이는 걸 노려서 있는 데로 집중공격!! 도망가는 이반 아저씨의 모습이 우스워
죽겠다. 점점 어두워져 가는 하늘에 서로가 조금 더 가까워졌음을 느끼며 사우나를 접고 숙소로 돌아갔는데 진풍경들이 펼쳐진다.

다들 옷을 갈아 있는데 남녀가 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속옷까지 훌렁훌렁 잘도 벗는다. 자 우리도 옷으로 갈아 입어야 하는데
22년째 되는 동양적 사고 방식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못하겠다. 서로서로
담요로 몸을 가리고 겨우 옷을 갈아 입는데 이런 우리를 보고 다들 이상한지 웃는다. 그래, 그래 다른 건 다 할 수 있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다른 사람들은 사람 키만한 바퀴 달린 스노우 코치를 타고 편하게 올라가는 곳을 완전 중무장에 발에 이상한 톱니 같은
것까지 끼고 올라가려 하니 한 걸음 떼기조차 힘들다.
 
어느 정도 걷는 것에 익숙해져서 용감하게 여기저기를 걸어 다니는데 앞장선 가이드 말로는 예전에
사고가 있었단다. 얼음 갈라진 틈으로 한 부자가 건너 뛰는데 아빠는 뛰어 넘고 아들이 뛰어 넘지 못해서 그
틈 사이로 빠졌는데 어린아이의 몸이 부드러운 까닭에
 
  그 틈 사이에 끼여 얼어 죽었다는 섬뜩한 얘기를 하는데 이제는
쉽사리 맘대로 대열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겠다. 빙하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바람이 드세지고 굉장히 추워진다. 이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나시티를 입고 다니는데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를 이끄는 멋진 가이드 오빠가 빙하 생성 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는데 눈이 쌓이고 그 눈이 녹으면서 밀착되어지고 또 다시 눈이 쌓이고 그 전에 밀착되어졌던 눈과 함께 얼음이
되는 것을 반복하면서 빙하가 만들어진단다. 그렇게 생성된 빙하 하나의 깊이가 300m라고 하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우리가
빙하 걷기를 한 이 곳에 대해 조금 설명하자면, s이 로키 산맥 위에 Los Angeles, Chicago 등 대도시로
통하는 도시들이 들어가고도 남을 만한 크기의 Columbia ice field가 있다.(Columbia ice field가
북미의 모든 강이 시작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지금 우리는 그 ice field에서 산맥 아래로 흐른 여러
개의 빙하 중에 한 빙하 위를 걷고 있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빙하가 흘러내리는 데에도 커다란 바위들이 그 빙하를 타고
내려온다. 그러다가 그 바위들은 빙하 한 가운데에 놓이기도 하고 빙하 주위로 옮겨지기도 한다. 로키 산맥의 호수들 중에는
그렇게 빙하가 옮긴 큰 바위들이 물의 흐름을 가로막아서 이루어 진 호수들도 있으니 그 바위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빙하가 녹은 물들은 빙하 속에서 틈을 만들며 그 흐름들이 모이는 곳에 물들이
소용돌이 치는 하나의 hole이 만들어진다. 그 hole의 깊이는 빙하의 깊이만큼이나 깊은데 그런 hole 위에 살짝
눈이 덮여져 있기도 해서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 hole로 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데 hole 속의 얼음들은
반짝반짝 에메랄드 빛을 내며 점점 진해지는 층을 이룬다.
 
이것이야말로 때묻지 않은 자연의 신비구나. 3시간씩이나 얼음 위를 걸었는데도
빙하의 반 정도 밖에 못 올라왔다. 이 빙하를 따라가다 로키 산맥의 드넓은 설원을 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나
그 전에 얼음 위를 걷는 게 얼마나 힘든지 우리가 쓰러지겠다. 3시간의 빙하걷기를 끝내고 돌아오는 우리는 정말
기진맥진,무거운 톱니(?)와 등산화를 벗고 우리의 운동화로 갈아 신으니 날라갈 것 같다.

로키 산맥은 하나하나가 예술이다. 거친 산줄기가 그대로
비춰지는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보면 저절로 ‘우와~’소리가 나왔고 요란한 굉음을 내며 굽이굽이 흐르는 흐름대로
만들어진 협곡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정말 자연 앞에서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것. 또한 자연은 소리 없는 무서운 존재라는 것, 로키라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자연히 고개가
숙여진다.

길다면 길었고 짧다면 짧은 6일간의 일정으로 한가지 골치거리는 해결이 됐는데 이제 알래스카만 남았다. 그곳에
가기 위해 대략 1380마일을 히칭 해야 할 것 같은데 과연 우리가 며칠 만에 알래스카에 도착할 수 있을지
눈물 없이는 도저히 듣지 못할 얘기들이 잔뜩 쌓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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