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25화 할거리 볼거리 많은 페루! 도둑도 많다!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도 비자를 따야 하는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일찌감치 대사관이 많이
모여 있는 미라플로레스 지역에 숙소를 정했다. 어느 나라든지 대부분의 대사관들은 고급 주택가에 모여 있다. 이곳 역시
예쁘장한 카페나 레스토랑, 화려한 인테리어 소품점들로 우리나라 청담동, 압구정동을 뺨을 치고도 남을 정도로 ‘한 고급’
한다. 아침에 버스를 타고 리마 북쪽을 내려오면서 보았던 쓰러져가던 판잣집들과 쓰레기더미를 뒤지던 사람들의 처참한 풍경이
교차되면서 마음이 씁쓸해진다. 어째서 세계의 모든 나라가 이런 모습들을 가지고 있는 걸까?
 
페루 여행 계획을 세워보니 평소 우리 속도로 간다면 잉카 트레킹 도중
산속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생겼다. 크리스마스는 성대한 파티와 함께 도시에서 보내야만 한다는 일념으로 페루에서 빡빡한
일정의 여행이 시작됐다(시간이 부족하면 몇몇 곳만 가면 되지만 할거리 볼거리 많은 페루를 그냥 넘기기 아쉬운 까닭에–;;).

리마에서 볼리비아 비자를 따자마자 찾아간 곳은 작은 갈라파고스 제도라 불리는 바제스타스 섬~. 해안을 까맣게 뒤엎는 해조들,
여기저기 널부러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물개들과 가끔씩 눈에 띄는 펭귄들이 그 주인이다. 배가 가까이 다가가도 아랑곳 않고
헤엄치며 장난치는 물개들과 귀가 따가울 정도로 울어대고 가끔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을 쪼아댄다는 해조들을 보니 여기가
바로 동물들만의 낙원이다. 동물원이 아닌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동물들의 모습. 특이한 모양의 바위와 곳곳의 동굴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바제스타스 섬은, 차마 가지 못한 갈라파고스에 대한 우리의 아쉬움을 덜어 주었다.
동물들을 맘껏 본 바라에서 이번엔 살아있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사막으로~. 어느 여행사 벽에 걸려 있던 너무나도
푸른 오아시스 사진 한 장에 끌린 우리는 와카치나라는 곳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사막에 둘러싸인 작은 오아시스 마을 와카치나에
도착해보니 그 사진은 컴퓨터로 조작한 것이 틀림없다. 결코 파랗지 않은 오아시스에서 수영은 그만두고 샌드보드(Sand
Board)나 한번 타볼까 사막을 오르는데 어찌나 걸음걸음이 모래에 미끄러지고 햇볕은 따가운지, 샌드보드를 타고 신나게
내려 오는 모습보다 힘들게 사막 등성이를 오르는 모습들이 더 눈에 들어 온다. 저 짓을 안하고 말지….
강렬한 햇볕에 일사병 증세를 보인 예현이 때문에 해가 진 후에나 움직이기도 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바람도 제법 선선해질
무렵 다시 사막을 오르기 시작. 한낮보다는 한결 오르기 쉽다. 주위에서 제일 높은 곳까지 올라서니 오로지 모래만 가득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명암이 확연히 구분되던 사막은 점점 사라지고, 빨갛게 하늘을 물들이며 지는 해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나’라는 아니 ‘인간’이란 존재가 초라하게 느껴진다. 아! 자연의 대단함이란. 모래에 누워 별을 보고 있는데
모래가 갑자기 차가워진다. 조금만 파면 아직도 따뜻한데 겉의 모래는 너무도 차갑다.


사막은 일교차가 심해서 밤이 되면 추워진다는 말이 떠올라 언덕을 내려오는데 또 다시 우리의 엽기 행각이 시작된다.
구르고 굴리기, 소리지르면서 미친 듯이 뛰어 내려가기 등등. 거기가 끝이 아니다. 상승된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고
두둥실 뜬 달과 함께 한밤 중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는 사실. 처음으로 경험한,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은 그렇게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챙기는데 은화가 복대에 있던 돈 중 90달러가 빈단다. 그럴 리가 없는데….
복대에 있는 돈을 세어보니 미국 달러와 페루 솔 모두 합쳐 155달러가 사라졌다. 이런, 우리도 당했구나! 어제 바제스타스
섬 투어를 떠나기 전, 복대를 배낭에 넣고 자물쇠로 잠그어 놓았는데 투어에서 돌아와보니 자물쇠가 풀려 있었다. ‘아까
자물쇠를 잠그지 않고 갔었나?’ 아무런 의심 없이 안의 돈을 확인도 해보지 않고 숙소 문을 나섰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그래도 다행이다. 각각 거의 500달러가 되는 돈이 있었는데 얌체같이 은화 복대에서는 90달러, 예현이 복대에서는
155달러만 쏙 빼갔으니. 복대를 지니고 다니는 것보다 숙소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겨, 여태 여행하면서 작은 돈
소매치기 당한 것 빼곤 도둑 맞아 본 적이 없었다. 너무 안이했던 것일까? 치안 안 좋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한다는
이 페루에서 도둑 맞았다는 여행자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더군다나 그 수법들도 다양하고 지능적이어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
우리가 들은 몇 가지 방법들을 일러두자면, 우선 고전적인 방법으로 머스터드나 케첩을 이용하는 것이 있다. 여행자의 배낭에
한 사람이 머스터드나 케첩을 뿌리면 다른 사람이 다가와 배낭에 무언가 묻은 것을 알려주며 도와주는 척하다가 들고 튄다.
그러나 이 방법은 여행자들 사이에서 너무 알려져서 요즘엔 잘 통하지 않는다나. 그래서 요즘에는 같은 여행자인 척하는 방법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여행자냐고 하며 말을 건네고는 시내도 같이 둘러보고 서로의 일정도 물으며 경계심을 없앤 후 같이
디스코텍에 가서 춤 추러 나간 사이에 카메라, 작은 가방과 함께 없어진다. 또 한 사람이 여행자인 척하며 길을 묻고 얘기를
건네면 경찰이 다가와 불심검문을 하는 수법도 있다. 여권과 소지품을 보여달라는 경찰복장을 한 사람의 요구에 여행자인 척
하는 사람이 아무런 저항 없이 다 보여주면 옆에 있던 여행자도 따라서 보여주게 된다. 그 순간 모두 도둑맞게 되는 것이다.
가장 위험한 경우는 작은 가방이나 큰 가방을 누군가 훔쳐서 달아날 때 뒤를 쫓는 경우다. 도둑은 일부러 여행자가 따라올
수 있을 정도의 속도로 달아나고, 여행자가 뒤를 쫓게 되면 다른 패거리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게 되거나 그 뒤를
따르던 또 다른 패거리에 의해 차에 밀어 넣어져 가지고 있던 것마저 몽땅 털린다고 한다. 한 페루인이 이렇게 도둑이 많은
까닭을 얘기해주길, 한 달을 열심히 일해 봤자 15일 먹고 살 돈 밖에 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차라리 일을 하지
않고 도둑질이나 구걸 등 다른 방법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란다. 현실은 이러하니 현지인과 대화를 나눌 때 이 사람이
도둑인지 아닌지를 항상 의심해야 한다면 정말 피곤할 거다. 버스 짐칸에 놓은 큰 배낭을 도둑맞았다는 여행자의 이야기에
야간버스에서 큰 배낭을 끌어안고 잠잘 수도 없는 일. 이 일을 어찌해야 한다는 말인지… 그러나 조직화되는 도둑들에게는
어쩔


도리가 없지만 조심하는 것만이 도둑 맞지 않는 최고의 예방책! 버스를 탈 때 작은 가방은 절대 위에 올려 놓지
말고 지갑에는 작은 돈만을 넣어 다니고 비싼 액세서리는 될 수 있는 한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 또 큰 배낭은
배낭 커버와 같은 것으로 싸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작은 가방은 항상 앞으로 매는 것 등이 도난을 방지하는 기본적인
수칙이다. 조심해서 손해 볼 건 없다.
 
  도둑맞은 우울한 일은 잊고 수수께끼의 지상 그림을 보러 가볼까. 아침 일찍 경비행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공항으로 향하는 길. 신비한 나스카 라인과 경비행기를 탄다는 것에 가슴이 설렌다. 여행사를 통해 경비행기 투어를
하는 것보다 직접 항공사에서 티켓을 끊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는 이야기에 혹해 어제 나스카 시내 사무실에서 티켓을 끊어
놓았는데 문제가 발생해 버렸다. 나스카 라인 비디오를 보고 있으라는 말에 계속 보다보니 비디오가 끝나고 한참을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 나스카 라인은 해가 비스듬히 비치는 오전 10시 전에 가장 선명하게 보인다는데.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고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항공사 사무실로 찾아갔다. 3인용 경비행기이기 때문에 한 명이 더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나.
2명이 타려면 5달러 씩 더 내란다. 이제껏 기다린 것이 아까워 표를 살 때는 그런 얘기 없었다고 버텨 봤지만 시간은
점점 10시 가까이 되어가고…. 별 수 없이 5달러 더 내고 경비행기에 올랐다. 씩씩대고 있는 사이 경비행기는 하늘을
난다. 기체가 워낙 조그매서 그런지 상당히 흔들린다. 롤러코스터 타듯 푹푹 꺼지기도 하고 그림을 향해 이리저리 돌아간다.
아침 안 먹고 타길 잘했지…. 처음에 나타난 고래 문양은 크리 선명하지 않아 조금 실망. 하지만 다음에 나타난 선명하고도
곧은 삼각형에는 입이 딱 벌어졌다. 이어 보이는 다양한 문양들은 다 특색 있고 얼기설기 있는 선들 사이에서 무늬 찾는
재미도 쏠쏠~.
열대림이 무성하게 자라기 마련인 위도에 놓여 있으면서도 타고난 자연 조건으로 지난 1만년 동안 거의 비가 오지 않은 사막
지형의 나스카 평원. 이곳에는 벌새, 고래, 원숭이, 거미, 개, 나무, 우주인, 펠리컨 등의 그림이 30개 이상, 수많은
기묘한 곡선이나 기하학 무늬들이 2백 개 이상 그려져 있다. 그림 한 개 크기가 100m에서 300m에 달할 정도로 거대하고
8km의 직선이 마치 긴 활주로처럼 뻗어 있는 것도 있다. 게다가 그림들이 그려진 면적을 모두 합치면 거의 1,300㎢.
나스카 평원의 점토성 황색 토양은 작은 돌과 화산자갈로 덮여 있는데 공기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검은색을 띤다. 그래서 돌을
살짝 걷어 내어 골을 만들면 깊지 않아도 색깔이 선명하게 구별된단다. 이렇게 만들어진 나스카 라인은 이곳 나스카 특유의
건조한 환경 때문에 오래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거대한 규모의 선을 똑바로 긋는 건 하늘은 날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고대 나스카인들은 열기구를 이용하여 하늘을 날아 오르는 실험이 성공하였다고 하지만 정말 그 방법을 사용했다는
증거는 아무 데도 없다. 이런 황량한 사막에 누가, 언제, 왜, 어떻게 그린 걸까? 별자리를 나타내는 그림이라는 둥,
이스터 섬을 만든 외계인의 활주로로 이용된 것이라는 둥 나스카 라인을 둘러싼

많은 설들은 아직도 비밀로 가득차서 더욱 신비스러울
뿐이다. 어쩌면 나스카 라인의 비밀은 영영
풀리지 않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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