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20화 Under the Sea – 영원히 바닷속 세계를 사랑할 것만 같다.

    파나마의 보카스 델 토로라는 작은 섬으로 넘어가기 위해 좀 더 편한 루트를
생각한 우리는 친구들이 가 있는 코스타리카 태평양 연안의 오사 반도로의 발길을 돌려 카리브 해 연안의 카우이타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버스 티켓을 끊으러 간 창구 앞에 붙어져 있는 할로윈 파티 브러셔. 이 브러셔로 인해 목적지는 순식간에 푸에르토
비에호로 바뀌게 된다.
밤 늦게 도착한 푸에르토 비에호. 더운 날씨에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 정하기가 영 쉽지 않다. 게다가 물가가 어찌나 비싼지
허름한 도미토리 침대 하나에 US$7라는 가격에 심기가 영 편치 않다. 숙소 호객원을 따라 여기저기 헤매던중 친절한 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그녀의 집에 저렴한 가격으로 하룻밤 신세를 질 수 있었다. 신날 것이라 예상했던 할로윈 파티는 할로윈
파티의 ‘할’ 자도 구경하지 못했으니…
코스타리카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변을 가진 이곳이라지만, 아침부터 퍼부어대는 비 때문에 예쁜 바다색도 제대로 확인할
수 없었다. 여기에 어제 겪었던 숙소 찾기의 불편한 심기가 더해져 이곳을 떠나 그냥 파나마로 직행하기로 마음먹었다.(후에
푸에르토 비에호가 너무 좋아서 일주일이나 머물렀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이놈의 성격 급함을 어찌나 후회했던지…)
파나마의 보카스 델 토로로 보트를 타고 들어가면서 본 화창한 날씨와 멋진 주변 풍경에 마음이 한결 풀린다. 게다가 보카스
델 토로에서 어쩌면 좀 난이도 있는 다이빙 코스를 밟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다 위를 쌩쌩 달리는 보트 위에서 한껏 바닷바람을
맞으며 피식피식 웃지않을 수 없었다.
 
섬에 도착하자마자 다이빙 센터들을 알아보니 우틸라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나름대로 적정한 가격에
다이빙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Bocas Water Sports 다이빙 센터에서 USD$175의 가격에 advanced
diving 코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는 우리의 새로운 선생님 까를로스는 작은 체구이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힘이 묻어 나오는 다부진 성격의 호감 가는 사람이다. 30m 깊이까지 들어가는 deep diving, 바닷속
난파선을 탐험하는 wreck diving, 한밤중에 캄캄한 바닷속 세계를 손전등 하나에만 의존해서 다이빙을 하는 night
diving, 특수한 다이빙 표를 이용해서 단계별 다이빙 계획을 짜서 안전한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multilevel
diving, 바닷속에서의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나침반 사용법을 배우는 underwater navigator. 이렇게
총 5종류의 다이빙을 선택하고 또다시 두꺼운 책 한 권을 받아 들고 읽고 퀴즈 풀기 숙제를 하기 위해 숙소로 돌아오는
길. 섬에만 들어오면 이상한 책 옆구리에 끼고 어찌나 바쁜 생활을 하게 되는지…
30m deep diving을 위해 바다로 나가는 길. Deep diving을
위해 찾아간 곳은 시야 거리도 4m밖에 되지 않고 아름다운 것과는 거리가 먼 순수하게 깊기만 한 곳이다. Open water
코스를 끝낸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장비 체크 등의 여러 가지가 낯설지가 않다. 그러나 바닷속으로 뛰어들자마자 다시
시작되는 우리의 버둥거림. 오리발 처리와 부력 조절을 못해 한참 헤매니 Open water 코스 선생님인 제리한테 미안하다.
조금씩 조금씩 바다 위 부표와 연결된 사슬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일정 깊이를 지나자 한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이상한 느낌에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는데 바닷속으로 비춰지는 하얀 햇살과 올라가는 공기
방울들. 모든 것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돌아간다.
아! 이게 바로 제리와 카를로스가 몇 번이고 이야기했던 질소 과다 흡수로 인한
증세?
바다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질소 과다 흡수로 인해 잠시 이성을 잃고 바보가 된다고 한다. 한 예로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를 보고 깔깔 웃어댄다거나 자신의 무게벨트를 풀어버리거나 심지어는 자신의 입에서 산소공급호스인
레귤레이터를 빼버리기도 한다는 그 증상. 신체적으로 치명적인 현상은 아니고 조금만 올라가면 나아지는 가볍지만 무서울 수도
있는 현상이다. 이 잠깐의 묘한 기분을 감상하느라 멍하게 있는 사이 어느새 몸은 사슬 쪽으로 다가가버려서 날카로운 사슬에
손을 베고 말았다. 더 신기한 것은 빛이 바다 깊은 곳까지 들어 올 수 없는 관계로 피 색깔이 까맣게 보인다는 것. 생각해
보라. 까만 몽글몽글 이상한 액체가 손가락에서 송송 올라오고 있는 장면을.
30m 깊이의 바닥에 도착해서 카를로스의 갖가지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덧셈, 이름 거꾸로 쓰기 등. 나중에 배에 올라와서
다시 똑같은 테스트를 했는데 바닷속보다 속도가 2배 이상 빠르다는 사실이 놀랍다!
     
 
다음날 비가 오는 와중에 시작된 난파선 다이빙. 비 오는 스산한 분위기와 더 스산한 난파선이 절묘한 조화라고 천진스레
웃고 있는 우리.
폭 7m, 길이 15m, 높이 5m의 그리 크지 않은 난파선이긴 하지만 바닷속 보물선을 보러 가는 것처럼 왠지모를 설레임이
가슴을 채운다. 난파선 다이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부력 조절! 해도 해도 안 되는 우리의 치명적인 과제이기에 카를로스가
난파선을 보러 가기 전 특별 훈련에 나섰다. 간단히 부력 조절의 실패로 인한 현상에 대해 설명하자면, 나도 모르게 표면으로
떠 버려서 물 밑에 있는 동료들을 하염없이 안타깝게 쳐다보며 물 밑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버둥거리다가 선생님의 손에
이끌려 밑으로 내려가는 한가지, 부력 조절이 완벽할 경우 자연스럽게 자기 몸을 조절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원하지
않는 곳으로 몸이 저절로 이끌려서 날카로운 암석에 부딪히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자연스럽게 둥둥 떠 있어야 하는데 가라앉아
버려서 바닥에 있는 산호초들을 부숴버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한 15분 가량 연습을 해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는 우리를 보고 어쩔 수 없이 그냥 난파선을 향해 출발해버리는 카를로스.
조심조심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데 난파선 주변에만 살아 가고 있는 산호초들이 신기하기만 하다.(난파선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아무 생물체도 살지 않는 모래 벌판이었다.) 난파선 하나로 바닷속 생태계에 이렇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난파선
주변을 천천히 돌기 시작하는데 난파선 바닥 밑을 살펴보던 카를로스가 이마에 손을 얹으며 상어 지느러미 표시를 우리에게
한다. 앗 상어다!! 길이 2m의 거대한 너스 상어(nurse shark)이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 받지 않으려는 듯 조용하게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며 배 밑에 자리하고 있다. 상어라는 사실에 흥분한 우리는 겁도 없이 서로 손전등을 비춰대며 상어
보기에 여념이 없다.
난파선에 붙어 살고 있는 다양한 바다 생물과 그 생물들로 인해 또 다른 삶을 꾸려가고 있는 가지각색의 물고기들. 이 모든
바닷속 생물의 공존 관계, 난파선과 상어까지 보고 다이빙 센터로 돌아가는 길에서 점점 빠져들어가는 이 신비한 바닷속 세계를
영원히 사랑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체계적이고 안전한 다이빙의 필수 코스인 multilevel diving과 underwater navigator을 마치고
마지막 코스인 night diving만이 남았다. 아침과 오후에 각각 다이빙을 하나씩 한 상태라 몸 컨디션이 좋지 않지만,
우리가 다이빙 코스를 밟는 사이 어느새 이 곳으로 다 모여 버린 우리의 친구들과의 시간을 갖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오늘
advanced diving 코스를 끝내 버리리라, 결심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6시 30분 경. 우리와 장비를 태운 보트는 선착장을 떠나고 있었다. 다이빙을 할 바다에 도착해서
주변을 체크하고 바다로 입수하는 과정까지는 다른 다이빙과 달리 조심스럽기만 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바다에서
손전등 하나에 의존한 우리의 night diving이 시작되었다. 조심스럽게 입수해서 부력 조절을 한 후 앞장 선 카를로스를
따라 천천히 바닷속을 둘러 보기 시작하는데 이 곳 바다는 우틸라의 바다와는 전혀 다르다. 우틸라의 바다가 총 천연색의
컬러를 가진 수족관이었다면, 이곳은 우틸라보다 예쁘지는 않지만 많은 산호초로 인해 여러 종류의 다양한 바닷속 생물을 관찰할
수 있다.

햇빛이 바다 속으로 투과되면서 몇몇 색의 흡수되어버리는 낮과는 달리 손전등의 빛으로 비춰 자연 그대로의 색을 뽐내는 산호초들은
분주히 먹이 잡이를 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주로 밤에 활동하는 게, 가제, 새우들이 가득가득 우리에게 쏟아지는 듯 다가온다.
때로는 자고 있는 물고기를 우리의 손전등으로 깨우는 실례를 범하기도 했지만,(장어같이 길쭉하고 커다란 모레이라는 물고기를
신기하다고 계속 손전등으로 비춰보다가 화가 난 모레이가 우리를 쫓아오는데 정말 무서웠다. ^^;) night diving은
또 다른 경험을 우리에게 가져다 주었다.

배로 돌아가는 길목에서 카를로스가 우리에게 신호를 한다. 서로서로의 손을 잡고 손전등의 불을 모두 꺼버리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우리를 감싼다. 그 순간 초록색의 마치 반딧불같은 조그마한 플랑크톤의 불빛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마치 하늘 가득히 수 놓아진 별들 같다. 온 몸의 주변을 반짝거리는 초록색 불빛들이 감싸고 있던 그 아름다웠던 광경들을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서로서로 아무 말도 못한 채 한참을 쳐다보다 그렇게 우리의 advanced diving를 마무리 지었다. 다이빙 센터에서
수료증을 받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가슴 한가득 아까 보았던 플랑크톤의 불빛과도 같은 뿌듯함이 밀려온다. 이제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자유롭게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아마 영원히 이 바닷속 세계를 사랑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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