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14화 과테말라에서 무비자 불법 체류자 되다.

 
 
  우리 여행 역사상 미리 예약을 해 놓는 다던가 ,버스티켓을 미리 사놓는 다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련히 버스티켓이 있겠거니 했다. 그러나 빨렝께행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고 어쩔 수 없이 빨렝께 근처 도시인 비야에르모사까지
가서 거기에서 빨렝께로 가는 버스 편을 알아보기로 했다. 비야에르모사에 도착, 빨렝께로 가는 버스시간을 알아보니 바로
가는 버스는 또 다시 자리가 없고 다음 버스까지 4시간이 붕 뜬다. 그래서 우리가 애용하는 2등 버스 터미널로 얌전히
가서 친근한 삐끼 아저씨들과 인사도 하고 가뿐하게 바로 가는 표도 끊고~ 멕시코는 1등석과 2등석 버스터미널이 나눠져
있는데 정말 분위기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시설도 많이 차이가 나지만(1등석은 영화는 기본, 좋은 1등석은 과자랑 음료수,
땅콩같은 먹을 거리도 주고 화장실도 진짜 화장실이다. 게다가 거의 180도로 젖혀 지는 그 안락한 의자까지!) 2등석
버스터미널의 특징은 삐끼 아저씨들이 그 특유의 액센트로 목적지를 크게 외치고 있다는 것과 주변에 싼 먹을 거리가 많다는
것. 어제 저녁도 빵 쪼가리에 아침까지 건너뛴 까닭에 뭐라도 좀 먹겠다고 터미널에서 먹을 거리를 찾기 시작, 정말 싼
타코와 또르따스를 찾아냈지만 서로에게 음식 쳐다보지 말라고 하며 터미널 천장 쳐다보고 먹어야만 했다.
   
 

빨렝께에 도착하긴 했는데 아침에 먹은 말라리아 약 탓인지
아니면 갑자기 더운 지방으로 내려와 몸이 적응을 못하는
탓인지 정신이 몽롱하다. 초스피드로 숙소를 정하고
빨렝께 유적으로~ 그러나 우리는 아직 말라리아
면역이 없는 상태라 그 더운 날씨에 땀과
먼지로 범벅이 된 온몸에 모기방지
스프레이를 뿌린 다음, 긴 셔츠에
긴 바지, 거기에다가 양말까지
껴 신는 완전 무장을 해야 했다. 모기! 덤비려면 덤벼보시게나~ (그러나 역시 서양 애들은 다르다. 여자애들은 브래지어
같은 옷만 입고 있질 않나 남자애들은 웃통까지 훌러덩 벗은 애들도 있었다. 걔네들은 아프리카에서 사는 것이 틀림없다.–)
빨렝께 유적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은 이집트 문명이 건너온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이집트문명과
잉카문명은 갈대배의 재료와 모양, 거대한 신전과 피라미드를 세워 태양신을 섬기는 것, 죽은 사람을 미라로 만들고 뇌를
수술할 줄 알았다는 것, 왕족이 집안끼리 혼인하는 풍습 등 많은 점이 똑같다. 또한 이집트문명과 마야문명의 유사성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치아파스 보남빠끄의 원주민이 신성시 여기는 ‘채색된 벽화’는 신이나 종교적 대상을 그린 여태까지의 마야
벽화와 달리 고대 마야인들의 일상 생활이 채색 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어떤 서열에 의해 배치된 것이 분명한 다양한 인물들, 종교적 의미에 따라 결정되었을 다양한 의상, 의미를 알 수 없는
상형문자들… 모든 것이 다 놀랄 만한 것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이집트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가로로 서 있고 그들의 머리와 발은 완전한 옆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의 독자성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파라오의 시신을 모셔두기 위한 무덤이지만 아메리카의 피라미드는 신전을 밀림 위로
솟아 올라 좀더 장엄하게 보이도록 높게 쌓아 올린 것이라는 목적의 차이를 설명하며 부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메리카 대륙의
어떠한 유적도 무덤으로 쓰인 흔적이 없었기에 이 주장은 옳은 주장이라고 여겨지고 있었다. 그런데 1949년 빨렝께가 발견됨으로써
이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빨렝께 유적 중 8층의 피라미드를 발굴할 때 우연히 꼭대기 단 위에 세워진 신전 안에서
계단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발견되었다. 이리저리 계단을 내려가 가로막힌 수평통로의 벽을 제거하자 널찍한 장소에 이집트 피라미드의
것과 아주 비슷한 유물들이 바닥에 어지러이 널려져 있더니 곧이어 예닐곱 사람의 유골이 나타났다. 뒤쪽으로 뚫린 방으로
들어가 보니 가운데에 제단 같은 것이 있고 그 석판을 들어내자 안에 50세쯤 된 남자의 유골이 놓여 있었다. 옥 장신구,
마야 상형문자가 새겨진 귀고리, 왕관, 비취 가면, 구슬 목걸이, 열 손가락마다 끼워진 반지. 거기에 두개골 양쪽에 놓인
거대한 진주. 그 것은 바로 마야왕의 시신! 빨렝께의 피라미드는 마야왕의 무덤이었던 것이다.그리고 이 빨렝께 유적은 아메리카
대륙의 문명이 이집트 문명이 건너 온
 
    것이라는 가설을뒷받침하는 중요한 유적이 되었다. 아직도 마야문명은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만큼 빨렝께 유적은 고고학적으로나 역사학적으로 해답의
        열쇠가 될 수 있는 대단한 유적이라는
것! 그.러.나 울창한 밀림 속에 높다란
        나무와 어우러진 화려한 빨렝께 유적
감상보다 우리는 살인적인 더위에
         긴 셔츠입고 온걸 백 번 후회하며
바람불고 전망좋은
           
     그늘 찾기에 더 몰입했다는 사실–;;
 
  멕시코 시티에서 독립기념일을 보내면서 과감히 변경된 루트로 인해 내일이면 멕시코와 헤어진다. 정말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는 과테말라다! 빨렝께에서 띠깔행 버스를 타려고 보니
과테말라 비자가 없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멕시코 시티에 있는 과테말라 대사관에서 비자 따기를 시도한 우리는 돌아오는
항공권이 없으면 비자를 내줄 수 없다고 국경에 있는 대사관에서 비자를 따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국경에서 우리가 과연
비자를 바로 딸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걸 보고 띠깔행 버스를 운행하는 여행사 아저씨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우리나라
사람은 비자가 필요 없고 오로지 미국사람들만 비자가 필요하단다.(이것은 정말 사실이 아님.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한
그 아저씨의 상술임.–) 만약 문제가 생겨 다시 돌아오게 되면 버스비를 모두 돌려주겠다나? 다음날, 새벽 6시 이른
아침부터 짐을 싸 들고 버스에 오르는데 너무 졸려서 멕시코여 안녕~이고 뭐고 없다. 곯아떨어진 지 2시간 후, 아침 먹으라고
어떤 레스토랑 앞에 세워줬는데 잠이 깨고 보니 비자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여행책자를 뒤져 읽어봐도 ‘만약 비자가
필요한 사람이 비자 없이 국경에 가면 틀림없이 돌아오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만 보이고 과연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멕시코 국경에 도착, 간단한 출국 수속 후 배로 갈아탔다. (우리나라 여객선 같은 것을 상상했던 예현이는 그 배의 생김새와
크기에 당혹해 했다.) 배로 갈아타고 강을 건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건 절대로 다시 돌아갈 방법이 없는 정글
한가운데를 유유히 흐르고 있는 강이 아닌가! 드디어 배에서 내려 과테말라 땅에 발을 들여 놓았지만 돌아갈 길이 암담하고…
강 주위에 인디오 여자들이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마사시는 우리보고 비자를 못 받으면 여기에서 빨래 빨아주면서 돈 벌어서
돌아가면 되겠다며 많이 벌 수 있을 거란다. 다시 버스를 타고 십 여분 가니 드디어 과테말라 입국 심사소다. 떨리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한발자국 내려 놓자마자 보이는 입국 심사소의 생김새와 크기에도 당혹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마치 군것질거리
파는 조그만 구멍가게 같은 곳(간판도 색색깔의 페인트로 이쁘게 써 있었다.–)에서 버스에서 내린 사람들에게 스탬프를
찍어 주는 데 국적도 확인하지 않고 도장을 꽝꽝! 태연하게 슬며시 다가간 우리에게도 역시 ‘얼마나 머물거냐? 뭐하러 왔느냐?’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도 없이 90일짜리 스탬프를 찍어주시는 아주머니.(한 사람 입국 심사(?)하는 데 30초도 안 걸린다.)
비자 수수료 50달러 굳힘과 동시에 의도 하지 않은 반 불법 체류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솔직히 불법 체류고 뭐고 간에 50달러 굳혔다는 사실에 기뻐 날뛰었다. 나중에는 허가 도장도 받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큰소리 땅땅 치고 다님.) 비포장 도로를 4시간 정도 더 달린 후 도착한 플로레스. 어제 호텔에서 만난
멕시칸으로부터 띠깔 피라미드 위에서 보는 일출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멋지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역시 일출은 꼭 보리라
마음먹었다. 다만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띠깔 유적 안에서 캠핑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플로레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또 다시 띠깔행 버스를 타야만 한다는 것. 플로레스행 버스에서 만난 또 한명의 일본인 히라이는 캠핑장은 비쌀 뿐더러 모기도
엄청 많고 식사도 띠깔 유적 안에 있는 비싼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며 전혀 캠핑할 마음이 없다. 먹을 것에 약한
우리,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새벽 5시 버스를 타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여행사 아저씨의 말을 믿고 그냥
플로레스에다가 짐을 풀어 버렸다. 배가 등가죽에 달라붙어서 밥 달라고 아우성, 싼 음식점을 찾기 위해 온 플로레스를 다
뒤지고 다니는데 싸다고 느껴지는 음식점이 안 나타난다. 크게 싸질 것 같지 않은데도 두 일본인은 다리건너 산타 엘레나까지
가보잖다. 역시나 고만고만한 음식 가격에 다시 플로레스로. 강하다 강해~(일본 경제의 원동력은 이것?–) 그나마 싼
음식점을 찾아내서 배를 채우고 정신이 들어 주변을 둘러 보니 아니~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과테말라란 말인가!!

새벽 5시에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버스에 올라탔으나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이미 해가 두둥 떠있을 때 띠깔에
도착. 비록 일출은 못 봤지만 상쾌한 아침 공기가 잠시 무더위를 잊게 해 주었다. 어떻게 이런 밀림 속에 거대한 피라미드와
도시를 만들 수 있었는지 감탄사을 연발하면서 이 피라미드 저 피라미드 헥헥 거리며 다 올라가보는데 정말 피라미드 위에서
내려다 보는 풍경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몇 십 미터나 되는 나무들이 서로 뒤엉켜 이루는 밀림이 쫙 펼져져
있고 그 속에 간간히 보이는 피라미드. 감상에 젖어 있는데 괴물이 부르짖는 듯한 엄청난 소리가 들려온다. 이 밀림 속에
호랑이라도 사나? 온 밀림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거대한 동물이면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데 큰 원숭이의 울음소리란다.
실제로 띠깔 유적

 

안에는 많은 야생 동물이 살고 있어서 신기한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정글 속 띠깔 탐험을 마치고 다시 플로레스로
돌아가는 길, 이 곳 과테말라에서도 즐겁고 색다른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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