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12화 멕시칸을 아십니까?

 
 
     
클랙션도 없고 차문도 다 고장난 굴러다니는 게 신기할 따름인 동생의 차는 세금을 내지 않아 우리가 시내에 나갔던 두
번 모두 경찰에게 걸렸다. 1년에 USD $100이라는 세금을 1998년 이후로 내지 않아 첫날은 오토바이 타고 가던
경찰 한 명에게 70페소를, 다음날은 경찰차에게 걸려 320페소나 되는 뇌물을 쥐어줬다는 것! 정말 신기한 것은 하나같이
경찰들이 돈을 달라고 직접적으로 얘기한다는 사실이었고 또한 많은 멕시컨들이 하나같이 차 세금을 내지 않고 이런 생활을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가벼운 친구 안토니오는 이런 상황에서도 천하태평으로 웃으면서 자기 동생은 진짜 멕시컨이라고
첨삭까지 달아준다.–;) 평소에는 한번도 걸린 적이 없다는 데 친구들이 와서 돌아다니기만 하면 걸린다는 벤자민의 말에
우리는 왠지 미안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래도 이런 생활을 하느니 세금을 내고 말지…
하루 24시간 우리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만 하며 푹 쉬었던 방갈로.
 

(이 곳에 오기 전 여기 머물면서 주변 도시를 둘러보겠다는 우리의 휘황찬 꿈은 어디로??) 현실을 직시하고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멕시코 시티로 떠나자고 마음을 먹고 3일간 꿈같았던 생활을 접어 버렸다. 멕시코 시티로
같이 가기로 했던 안토니오는 하루 밤 자고 일어나더니 나중에 가겠다는 말을 하며 멕시코 시티에서 보자며 신나게
손 흔든다. 역시 답다 다워!
 
 
 
 

시코 시티에 도착하면 바로 만나질 줄
알았던 본쵸와 실비아는 우리가 2일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고 나서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멕시컨 만나는 일이라는 사실을 과나후아또에 이어 또다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만나긴 만나서 축구장으로 출발~ 본쵸가 공짜표를 구해 놓았다고 해서 멕시코 시티로 오기
전부터 기대 만빵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30분 늦게 도착해 버렸다. 그 바람에 야속하게도 표를 주기로 한 본쵸의 친구는
그새를 못 참고 표를 단 1장 남기고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단다. 자기 응원팀 티셔츠를 입고 스타디움으로 가던 차 안 내내
응원가를 열심히 외쳐대던 본쵸는 정말 아쉬워한다. 마음이 아파 우리는 대학교를 둘러 볼 테니 1장 남은 표로 들어가서
보라고 몇 번이나 부추겼지만 또다시 우리는 팀이라는 말과 함께 단체 행동을 해야 한다며 눈물을 머금고 의연하게 돌아서는
우리의 본쵸상!! 금새 대학교를 둘러보고는 다시 축구장으로 돌아와 사람들과 함성으로 가득 차 있는 스타디움을 보고 또
보고 또 본 후에야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간신히 돌릴 수가 있었다. 정말 마음 같아서는 70페소라는 표를 사서 들어가고
싶지만 가난한 우리에게 하루 숙박비와 맞먹는 이 돈이 클 따름이었다. 자자 우울한 기분 떨쳐 내고 배타러 소치밀꼬로~
1시간동안 호젓이 배 타면서 안에서 먹을 음식 준비에 바쁘다.
 
    타코스를 만들어 먹기 위해 또르띠야부터 속 안 재료 이것저것 가득 사고 마무리로 차가운 맥주까지 곁들이니 아~ 세상
부러울 게 없다. 1시간 동안 또르띠야에 이것 저것 싸먹는 라고 고개 한번 제대로 안드는 우리들! 멕시코 음식들은 어찌나
입에 딱 맞아 떨어지는지 북미에 있을 때 느끼한 속을 안고 한국음식 먹고 싶다고 부르짖던 우리가 이곳에 와서 그 소리가
쏙 들어갔다. 멕시코 음식의 기본이 되는 것은 또르띠야와 살사! 또르띠야에 치즈와 함께 각종 야채나 고기를 넣어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으로 굽거나 튀긴 것이 께사디야, 또르띠야 두장 겹쳐 그 안에 감자부터 시작해서 닭고기, 야채, 치즈 팍팍
넣어 마무리로 위에 살사 살짝 뿌려 주면 고르다스, 조그만 또르띠야 두장 위에 즉석으로 불에서 구워 잘라낸 고기를 얹고
양파 얹고 아보가드로와 살사 섞은 소스와 토마토와 살사 섞은 소스 고루 고루 뿌려 준 게 그 유명한 타코스, 두껍고 바삭하게
또르띠야 튀겨서 그 위에 팥 발라주고 각종 고기, 야채 올리고 치즈 뿌려주면 소페스, 또르띠야 대신 빵에다가 각종 재료
넣어 만든 멕시코식 햄버거 또르따스, 저렴한 가격에 소파(수프), 밥 또는 파스타, 메인 요리, 디저트까지 차례로 나오는
꼬미다 꼬리다. 이게 끝이냐. 당근 아니다. 길거리를 돌아 다니다보면 옥수수 껍질에 싸서 쪄낸 다양한 색깔과 맛이 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빵, 불에 구워 라임즙과 살사 뿌려진 큼직한 옥수수, 푹 삶아 마요네즈 바르고 치즈 팍팍 뿌리고 마지막에
살사 뿌린 옥수수, 달콤 짭짜름한 각종 땅콩들,
   

불에 달달 볶아 소금 뿌린 호박씨, 우리나라 강정 같은 각종 과자, 사탕들, 먹기 좋게 잘라서 역시 리몬과
살사를 곁들인 각종 과일들(여기 사람들 과일을 요리해서 먹는 다는 사실, 어찌나 많은 양념을 쳐서 먹는지…),
각종 과일들이 듬뿍 들어간 시원한 아구아까지 여기가 천국이다~~!! 먹기 좋아하는 둘, 멕시코 와서 이것 저것
새로운 먹을 거리가 보이면 맛보느라 정신 없다. 아~행복한 인생이여!
     
 

비아와 본쵸를 만난 이후로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정신 없다. 멕시코 시티 빠삭하게 뚫고 자 근교로 나가볼까? 기원전 2세기경에 건축된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도시였던 떼오띠와깐에 도착한 후 처음으로 유적다운 유적을 본
  둘의 입은 다물어지지가 않는다. 그.러.나. 유적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따라붙는 각종 기념품 장사꾼들의 장물에 심취한
본쵸와 실비아. 피라미드가 저 멀리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데 전혀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장사꾼 아저씨들의 강의에 질문까지
해대며 기념품들에 감탄을 마지 않는다. 결국엔 장사꾼 아저씨들과 어울려 길에서 오래된 돌 찾기까지 강행하는 둘. 멕시코에서
멕시칸 되어버린 은화는 유적 돌담 위에 올라 점심에 먹을 꺼라고 싸가지고 간 빵 먹으며 유유자적히 드러누워 있고 아직
한국에서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예현이는 피라미드나 다 올라가고 쉴 것이지 라며 끊임없이 궁시렁대며 은화에게 먼저 가버리자고
재촉한다. 은화는 결국 기념품 아저씨들과 작별하고 우리에게 눈길을 돌린 본쵸와 실비아에게 빵 권하며 동석하기를 권하고
피라미드에 올라서기 전에 아니 유적군에 발 들여 놓기도 전에 다 둘러본 사람들처럼 놀고 있는 이 이상한 무리들. 빵 다
먹은 후에 여전히 따라붙는 장사꾼들에게 슬슬 질문해가면서 피라미드에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계단 참이 얼마나 높은 지 계단에
붙어서 기어올라가는 수준이다.
   

헥헥 거리며 정상에 올라서서 사진 한방 찍고. 시원한 바람과 함께 좋아하는 모서리에서 또다시 드러누워 있는데
예현양의 한마디. “이렇게 올라오고 쉬니깐 얼마나 좋아!” 맺힌 한이 많았다.
    아즈테까 신화의 무대인 떼오띠와깐은 신들이 지은 도시라고 불리운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장엄했다. 이런
규모의 도시를 지으려면 굉장한 수의 사람의 노동력이 필요했을 터인데 그 많았던 사람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는 사실도 떼오띠와깐을
더욱 신비스럽게 만든다. 또한 피라미드를 쌓아 올린 돌들의 정교함은 이루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 건축 모형 만들 때
그 자르기 쉬운 나무나 스티로폴을 가지고도 틈새가 나기 마련인데 다루기 힘든 묵직한 돌들을 특별한 장비도 없이 이렇게
하나의 틈새도 없이 정확하게 잘라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뿐이다. 떼오띠와깐에서 제일 웅장한 태양의 피라미드와 떼오띠와깐이
한눈에 펼쳐지는 달의 피라미드까지 오르고 나니 허기가 진다. 과일을 싸왔다는 실비아가 땅에 발을 디디기가 무섭게 배낭에서
망고, 바나나, 뚜나(선인장 열매)를 꺼내기 시작하는데 과일들에 이어 줄줄이 나오는 양념들에 나자빠진 우리. 살사, 2가지
종류의 후추, 소금, 트로피칼 맛의 양념, 라임… 바나나로 입맛 돌리고 큼직한 망고를 꺼내 잘게 잘라 그릇에 넣고 각종
양념들을 마구 마구 뿌려 댄다. 더 엽기적인 것은 건더기 보다 국물이 더 많은 잘라 놓은 망고를 도구 없이 피라미드를
짚으면서 마구 올라가던 그 손으로 휘저으며 돌려가며 먹기 시작했다는 것! 마지막 국물까지 살사 듬뿍 쳐서 후루룩 쩝쩝
마시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본쵸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은 라임에 살사 덮어 맵다면서도 얼굴 벌개가며 쪽쪽
빨아먹는 깔끔한 마무리까지. 돌아가는 길에 장대비가 쏟아진다. 피라미드 때문에 벼락맞기 쉽상인 이 곳은 비 피할 나무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비 덜 맞기 위해 뛰기 시작하는 우리, 그러나 뒤에서 천연덕스럽게 천천히 걸어오는 저 멕시컨들.
게다가 나가는 큰길은 하나밖에 없는데 길 잃어 버렸다고 뒤에서 앵앵대기까지… (순진한 마사시는 정말인줄 알고 나만 믿고
따라 오라며 앞서 가는 은화에게 Are U sure? 을 백번 외쳤다.) 정말 사랑스럽지 않은가!
   

다음주가 멕시코 최대의 축제 독립 기념일이라며 멕시코 시티에서 독립 기념일을 같이 보내자는 실비아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진다. 파티 좋아하고 먹을 거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우리에게 이 보다 더 달콤한 제안이 어디 있으랴!
독립 기념일까지 남은 4일을 버스를 타고 6시간이 걸리는 와하까에서 보내고 다시 돌아오기로 하고 또다시 우리의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말라리아약이 없어서 곤란해 하는 우리를 위해 병원이랑 약국을 다니며 자신들이
해결해 놓겠다는 든든한 우리의 친구들. 비 쫄딱 맞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버스 터미널까지 우리를 에스코트한
후, 우리를 세워두고는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가장 싼 버스까지 알아봐준다. 우리의 친구들과 다시 만날 멕시코
시티에서의 독립기념일까지 와하까에서 유적답사 기행문이나 실컷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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