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11화 술바람~ 춤바람~ 바람과 함께 여행하다!

 
     
   
 
 
 
  시장 안의 한 과일가게에 들려서 kg으로 파는 라임을 한 개만 산다고 하니까 자연스레 그냥 가져가란 얘기가 나온다.(이
방법은 나중에도 여러 번 써먹었다.–;;) 잔머리 굴려가는 우리는 그 새 한 개 더 집어 들고 스페인 어를 못 알아듣는
척하며 공짜로 라임 2개 손에 넣으니 술 마실 만반의 준비가 다 갖추어졌다. 술 마시기 시작, 라임 즙 몇 방울이 어울린
끝내주는 맛과 소금 조금 찍어 먹는 재미에 금새 한 병이 비워졌다. 오랜만에 강한 술을 만난 까닭인지, 고원 지대라 술이
빨리 흡수되는 까닭인지, 본고장에서 마시는 데낄라 한 병에 세 명의 보라쵸, 보라차(에스파뇰로 술꾼)는 기분이 알딸딸~
이 것이 시작이었던가! 다음날 저녁, 마리아치 광장에서 어제 데낄라를
 

과하게 마셨다는 점을 고려해 테이블에는 앉지 않고 다른 테이블을 둘러싸고 부르는 마리아치라도 들을 거라며 주위를
서성이고 있는데동양인 아주머니 3명이 앉아 있는 테이블이 보인다. 여행하다가 만나는 동양인의 국적을 거의 알아
맞추는 우리의 실력에 은근히 놀라워하던 마사시가 어느 나라 사람일 것 같냐고 묻는다.
  아니~저 분들은 한국분~ 친근한 한국말로 우리를 부르시는 아주머니들, 각각 십 몇 년 전에 이곳으로 와서 지금은
이 곳에 자리 잡으신 분들이다. 아주머니들께서 사주신 치킨과 맥주에 감동하고, 우리만큼 감동한 마사시에게 한국인임을 약간
으스대며 밤 늦은 시간까지 마리아치와 함께 배부르고 시원하게 멕시코 맥주를 마셨다.
다음날 맛있는 맥주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고 우리는 진짜 멕시코 마을이라는 빠스꽈로로 향했다. 그러나 안토니오의 적극추천과는
달리 온 마을 자체가 장터인 조그만 마을은 활기찬 시장 주위를 빼고는 약간 심심하다는 느낌이 든다. 빠스꽈로에서 일찍
떠나자는 의견이 나오기가 무섭게 저녁 먹으러 나간 마사시가 무언가를 기분 좋게 들고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데낄라+살사+라임의
환상조합으로 빚어진 색다른 술! 어쩐지 2시간이 넘도록 안들어온다 했더니… 맥주를 사려고 시장 주위에서 코로나 시세 조사에
나선 마사시가 한 과일가게 아저씨로부터 술 초대를 받은 것이 아닌가! 그렇게 우리는 밤 늦은 시간 멕시코 현지인의 집에
간다는 설레는 마음으로, 또한 코로나가 몇 박스 있다는 소리에 기쁜 마음으로 과일가게 아저씨네 집을 방문했다. 전혀 영어를
말하지 못하기에 거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맥주+살사+라임의 환상조합이 이루어낸 술(매운 살사를
넣어서 한 잔만 마셔도 간다.), 맛있는 멕시코식 안주, 단 한마디의 말 없이도 통하는 바디랭귀지와 함께 새벽 1시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셨다. 이것이 우리 술바람의 끝이냐? 당연히 아니다. 애석하게도 문제는 뱃 속에서 더 이상 술마시길
거부한다는 것–;; 오랜만의 지속되는 음주의 영향인지, 아니면 생전 처음 먹어보는 각종 술의 특별한 맛 때문인지 아무튼
우리의 뱃속은 빵꾸가 난 것처럼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려야만 했다. 자 이제 그만~
 
 
   
 
버스터미널에서 1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센뜨로로 나가 메일수신을 확인해보니 메일을 읽지 않은 것이다. 우리도
토요일에 도착할 것이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안토니오와 만나지도 못하고 이미 하늘은 깜깜해져 있고 관광지라 비싼 숙박비에
난감해하고 있는데 또 인터넷 카페에서 우연히 만난 한국인 교환학생 둘~ 저렴한 숙소를 물어보니 자신들의 하숙집의 옆방이
비었다며 그 방에서 잘 수 있을 거라는 것이 아닌가! 그 하숙집 빈방에 몰래 들어가서 짐을 풀은 후, 밖으로 나가자는
제안에 이미 밤도 늦어서 갈만한 곳은 ‘바’밖에 없다고 한다. 구멍난 배를 부여잡고 있지만 그래도 빼는 우리가 아니기에
좋다고 따라나섰다. 과나후아또는 멕시코 각 지역과 다른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많은 도시라서 그런지 밤에도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분위기가 좋다. 그 속에 섞여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며 멕시코 학생들의 문화에 대해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나누고 나니 왠지
내일은 안토니오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여전히 안토니오는 메일을 읽지 않았고 어떻게 만나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안토니오를 만나기로
한 까떼드랄 앞에 풀이 죽어서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일요일마다 퍼레이드를 하는 멕시코 전통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무리를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행렬의 이동에 시선이 자동적으로 따라가는데 앗!! 저 멀리 그 행렬을 바라보며
오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안토니오와 아미가 아닌가! 우리는 정말 너무나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악’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또 한번 ‘꿀레로’를 외치며 안토니오에게 뛰어갔다. 안토니오와 아미도 얼마나 놀라던지… 정말 마술처럼 다시 만난 우리는
안토니오가 살았었던(지금은 안토니오의 친구가 살고 있다.) 아파트로 가서 또 한번 벌어지는 맥주파티에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끄레엘 근처에 있는 아라레꼬 호수는 알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많이 벌어져서 여행책자에도 그 근처는
조심하라고 쓰여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를 만나기 전, 그 사실을 몰랐던 실비아, 본쵸, 아미, 안토니오는 용감하게도
아라레꼬 호수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다. 밤은 찾아오고 텐트 안에서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호수 건너편에 인디오들이 살고
있고 캠핑하는 장소 주위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데 텐트 주위를 맴도는 분명한 발자국 소리가 계속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일순 조용해진 무리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고 서로 무기(냄비, 후라이팬 기타 등등 ) 하나씩을 챙겨 들고 텐트 밖으로
나와 비 오는 호수 주변을 근 2시간 동안 수색하고 진이 빠져서 텐트로 돌아왔다고 한다. 그런데 소름 끼치는 것은 그
후 여러 사람들로부터 아까레꼬 호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밤에 호수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밤 동안 사라졌다가 아침에 나타나서는 그 동안 자신이 무얼 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호수에 빠져 죽었는지 없어진 사람들도 많고 호수 주변에 사는 인디오들의
무당이 힘을 얻기 위해 사람을 제물로 쓰는 의식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한다. 어두컴컴한 날씨에 누군가 텐트
주위를 맴도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는 안토니오의 이야기가 더욱 효과적으로무섭게 들렸고 은화는 순간 자신의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알고 보니 밖에 내 놨던 샌들 훔쳐서 달아나려고 시도하던 어떤 사람이었다.
은화의 비명 소리에 놀랐는지 샌들 팽개치고 도망침) 마치 한국에서 친구들과 비오는 음침한 날이면 무섭다고 난리를
피우면서도 무서운 얘기하던 때와 같다는 생각에 긴장된 이 분위기가 편안하기도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하기야
서로 못 볼꼴 다 본 사이이니 그만큼 모두 친해져서 허물이 없어진 것 아닐까?
 
 
  과나후아또에 오면 같이 살사바에 가자고 끄레엘에서 한 안토니오의 말에 춤 좋아하는 우리는 손가락을 세며 기대했다는
것! 드디어 처음으로 살사라는 춤을 춰보던 날, 화려한 스텝에 돌리고 제끼고 돌리는 쌍쌍의 남녀들을 보니 어떻게 추는
지 모르는 우리는 정신이 없다. 안토니오가 춤을 가르쳐주는데 이렇게 돌렸다가 저렇게 돌리고… 어느 방향으로 돌라는 거야~
흥겨운 리듬의 이국적인 살사 음악들(몇몇 노래들은 어찌나 많이 들었던지 나중에 저절로 흥얼거릴 정도), 여기저기에서 멋들어진
춤을 구사하는 커플들을 구경하고만 있어도 정말 흥미진진하고 그 열기가 전해져 온다. 과연 월요일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북적북적
대는 이곳, 이 사람들이 얼마나 살사를 좋아하는 지, 열정적이고 마음껏 즐기는 그들의 성격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질세라 우리 식대로 살사를 추는 우리는 아마도 살사를 사랑할 것만 같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제대로 한번 배워보리라!

도시자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특색있는 과나후아또, 그러나 처음 안토니오를 만나기 전 전혀 흥미롭지
않았던 이 곳이 전문 가이드 빰치는 안토니오의 세세한 설명에 너무나도 다르게 보인다. 마치 중세의 성벽 같은 지하 수로
길, 색색깔로 오밀조밀 치장된 작은 집들, 세밀한 조각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고전 건물들, 거리마다 무리를 이루고 있는
히피 같은 옷차림의 학생들도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멕시코 시티에서 연극을 좀 더 공부하기 위해 과나후아또를
떠나는 안토니오는 3년 동안 이 곳에 든 정에 많이 아쉬워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안토니오의 엄마가 살고 있다는 꾸에르나바까로
향하는 사실이 즐겁다. 마음 내키는 대로 얼마든지 머물면서 멕시코 시티를 왔다갔다 하라는 안토니오의 말에 주머니
 
가벼운 우리는 숙박비 절약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더욱 즐겁다는 것! 또 한번 실비아, 본쵸와 뭉쳐
멕시코시티에서 막가파의 전성시대를 누려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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