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종단기]제10화 멕시코에서 최고의 국제적 막가파팀 결성! 다 덤벼<2>

 
 
   
어제의 몇배나 되는 경사에 제대로 된 길도 아니고 바위 위를 넘나들며 잔돌들 때문에 악 소리와
함께 다들 엉덩방아를 열심히 찧어가며 결국에 보인 핫 스프링의 모습에 허리에 손을 대고 잠시 할말을 잃고 서 있었다.
동네 강가에 하나 있을만한 조그만 사각형 두개에 동그란 수도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는 풀장에 서로 들어갈거냐고 물으며
가까이에 다가서는데 가관이다. 다만 다르다는 것은 쭉쭉빵빵의 유럽피안들이 비키니를 입고 곳곳에 늘어져 있다는 것! 젠장,
아무도 없어도 들어갈까말까 한데 이것들이 왔다갔다 하면서 기를 죽인다. 어여 집에 가~ 하면서 그늘에 앉아 들어갈까 말까
고민 30초 하다가 수영도 못하면서 매일 수영하고 싶다고 징징대던 우리기에 저쪽 구석 큰 돌 옆에서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민망해 하며 핫 스프링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는데 역시 아미와 실비아는 속옷 차림으로 놀고 있다. 들어가 보니 이건 ‘Hot’
스프링이 아니라 ‘Warm’ 스프링이다. 미적지근한 물에 발 밑에는 물풀들이 미끈 거리는게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수영을
못한다는 우리를 믿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정말 못한다는 걸 몸소 보여 주면서 놀고 있는데 쭉쭉빵빵 유럽피안들이 집에 간다.
아싸~ 아무도 없기가 무섭게 실비아가 수영복을 벗자고 소리 친다. 말 하자마자 훌러덩 벗는 우리의 막가파들!! 그 옆에서
눈이 동그래져서 구석에 쪼그리고 있는 우리. 계속 머뭇거리는 우리를 보고 오 필승 코리아~(월드컵의 영향으로 젊은 층에서
이 응원가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꼬마애들이 우리를 보고 이 노래를 부르며 길을 지나갈 정도니…)와 대~한민국을 외쳐가며
재촉한다. 안토니오는 이렇게 물이 모였다가 나가는 곳의 정기를 제대로 받기에는 최고라는 이상한 철학을 내비치질 않나,
마사시가 동양 남자들은 괜찮은데 여자들은 부끄럼이 많아서 못 벗는 다질 않나, 이 사람들이 성질을 돋군다. 결국 마사시의
말에 발끈해서 우리도 벗었다.한국의 대중 여탕도 아니고 집안 샤워실도 아니고 벌건 대낮에 멀리 멕시칸들이 황당해 하며
관람하고 있는 노천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벗었다. 민망해 하며 구석에서 역시 쪼그리고 있는데
마치 수영복이라도 입은 것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우리의 친구들(본쵸는 뒷전신을
다 내놓고 사진을 찍고 실비아는 배영을 하고 있고 아미와 안토니오는 구석에서 애로 비디오를 찍고 있고, 마사시는
물구나무 서서 물로 들어가는 싱크로 나이즈의 화려한 기술을 펼친다.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을 보면서 이들의 오픈 마인드에 또 한번 놀랐다.사람의
몸이라는 게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닌데 벗는 다는 생각에 먼저 움츠러드는 우리, 동양에서 여자로 21년 살아오면서
몸에 배인 사고 방식이 참으로 무서우면서 아쉽다. 우리도 우리가 벗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나름대로 일탈의
자유를 맘껏 즐겼다~(나중에 수영복을 다시 입을 때 예현이는 쉽게 입은 반면 은화는 수영복 입기에 땀 좀 뺐다.
왜 끈이 X자로 이상하게 꼬였냐고요! 비키니 사고 만다.)
 
 
 
 
아직도 동굴에서 살고 있다는 따우라마라 인디오를 보러 가는 길에서 만난 파란 하늘과 들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떼들을 보며 비록 덜컹거리는 트럭 뒤라지만 너무나 마음이 여유롭다. 실제로 바위산들이 들판에 펼쳐져 있고 드문드문 뚫린
동굴에 불을 사용한 검은 흔적이 보인다. 동굴안에 들어가보니 여자 인디오들이 자신들이 직접 만든 천이나 인형 같은 것들을
팔고 있다. 이제껏 남자 인디오를 본들 적이 없기에 이곳에서는 볼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무너져 조금 아쉬웠지만 생전 물건
하나 안사던 우리도 예쁜 색실로 짜여진 팔찌도 하나 사서 만족해 하며 팔 흔들고 다녔다. 이 인디오들이 과연 멕시코인일까
아닐까를 두고 마사시랑 열띤 토론을 펼치는데 흔히 외국인을 보면 묻는 Where are you from? 을 이 사람들에게
물으면 멕시코라고 할까 산이나 동굴이라고 할까가 정말 애매모호하다. 이렇게 시작된 인디오들의 생활에 관한 의문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결국 트럭 뒤에서의 토론은 스페인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서 직접 물어보자는 결론을 내고 말았다. –; 인디오
마을 근처의 망토를 뒤집어 쓴 수도사를 닮았다고 하여 모헤라고 불리우는 기괴한 암석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안토니오가 또
일을 꾸민다. 안토니오의 제안에 마사시 옷 벗기기에 몰입한 우리! 물이 아닌 들판에서 다시 한번 자유인이 되자고 마사시에게
말하고 really?를 외치는 마사시를 보고 우리도 벗는 척을 하는데 결국 마사시 벗기기가 남자 셋 자유인을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나란히 같이 옷을 벗어버린 본쵸, 안토니오, 마사시가 모헤상과 함께 멋진 포즈를 취하고 웃겨서

나자빠지는 여자 멤버는 뒤에서 예술 누드사진 찍기에 여념 없고… 이 친구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 하나에 모든
일들이 이렇게 코미디와 포르노가 되어 버리니, 정말 막가파 아닌가? 아침 저녁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사랑하는
마가리타에 돌아와서 그 근처를 한 밤중에 술 취한 무리처럼 헤집고 다니는데 이 지루한 동네가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태권도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태권도 관련 한국말을 깨고 있는 본쵸 VS 한때 쿵후좀 배웠다는 안토니오
VS 대학교때 럭비 선수 였고 레스링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마사시가 서로서로 대전을 한다. 결국 막가파식 레스링과 유도
짬뽕 기술을 선보인 마사시에게 모두 지고 말았다. 로스 모치스로 향하는 태평양 횡단 열차를 타서도 학생 할인 기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단체로 밀어붙여서 280페소 기차표를 200페소로 깍았다.(대학교를 졸업해서 학생이 아닌 마사시의 아이디는?
일본어로 된 운전면허증~ 어찌나 웃었던지.. 알게 뭐야~) 마가리따에서 만난 인상 좋은 독일인 아저씨들과 함께 기차 한량을
마가리타팀으로 점령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구리 협곡의 장엄한 광경을 뒷전으로 하고 놀기 바빴다. 자정 쯤에 로스모치스에
도착하면 기차역에서 다같이 노숙을 하자고 했건만 기차역에서 노숙이 불가능해지자 이제는 호텔 방 하나에서 다같이 자자는
엽기의견이 나오고…결국 우리팀에 질려 버린 독일인 아저씨들은 다른 방에서 자겠다고 물러 나버렸다. 기차 안에서 만난 일본인
한 사람 더해서 8명이 된 우리, 호텔 주인에게 6명이라고 뻥치고 두 명은 숨어있다가 방으로 들어오는 발랄한 행동까지
펼쳐 보였다. 새벽 3시에 간신히 자리 잡은 호텔에서 과연 우리가 잠을 제대로 잤느냐! 40도를 웃도는 날씨에 고장난
에어컨과 무수한 벌레들까지 어찌나 친한 척을 하던지.. (아침에 일어나 온 몸에 퍼져있는 붉은 반점에 말라리아 면역이
없는 은화는 그 후로 가려울 때 마다 말라리아 걱정을 했다는..) 그렇지만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에
이 허접한 모든 배경들에도 불구하고 새벽 늦게 떠들다가 잠이 들었다.
돈이 떨어져서 멕시코 시티로 돌아간다는 실비아와 본쵸, 마사뜰란부터 시작해서 해변가 순회를 하겠다는 안토니오와 아미,
같이 가자고 붙잡는 안토니오에게 안토니오가 살고 있는 과나후아또에서 보자며 실비아와 본쵸와 함께 과달라하라로 길을 떠났다.(
과달라하라로 가겠다는 우리말에 은근히 표정 밝아지며 기뻐하는 아미를 보면서 우리의 눈치 있음에 어찌나 흐뭇해 했던지!
ㅋㅋ) 그렇게 도착한 과달라하라에서 다시 멕시코 시티에서 만나자며 실비아, 본쵸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이 작별이 영원한
작별이 아니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다행스럽게 여기며 이제 마사시로 인해 둘이 아닌 셋이 된
우리는 일주일간의 막가파팀에서의 외도를 맘껏 즐기기로 했다. 우리에겐 그간 배운 스페인어와 엄마 같은 실비아가 음식부터
시작해서 물가까지 이것저것 적어준 노트가 있기에 마음이 든든하다. 스페인어로 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우리, 과테말라에서
2주간 서바이벌 스페인어를 배우러 가기전인 멕시코에서의 생활을 걱정한게 엊그제 일인데.. 너무나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
어느새 너무나도 좋아져버린 멕시코에서의 생활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막가파팀 재결성 하는 그날까지 또 다른 느낌의 멕시코를
즐겨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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