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속 향의 예술가|LG생활건강
<센베리 퍼퓸 하우스> 황은혜 선임퍼퓨머

‘향(Scent)으로 결실(Berry)을 이룬다.’는 뜻이 아로새겨진 LG생활건강 <센베리 퍼퓸하우스>

100m 전부터 실험복을 입은 향의 예술가, 황은혜 선임퍼퓨머가 코끝을 기분 좋게 자극하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마자 온몸을 감싸는 기분 좋은 향이다. <센베리 퍼퓸 하우스>의 조향사들은 향수뿐만 아니라 샴푸나 치약, 세제 등 각종 생활용품에 향으로 감성을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다. 황은혜 선임퍼퓨머는 퍼스널 케어 중 샴푸와 컨디셔너 향료를 담당하는 조향 연구원이다. 한방 브랜드인 ‘리엔’과 탈모 전용 샴푸인 ‘닥터 그루트’는 그녀의 감각으로부터 탄생한 대표적인 향이다.

Q. 조향 연구원으로서 전공이 궁금해지는데요.

화학 전공이에요. 연구원이 되기 위해 분석화학을 세부 전공으로 하여 대학원에 진학했죠. LG생활건강에 제형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연구 이동 지원을 해서 여기 <센베리 퍼퓸 하우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입사 당시 제형에 대한 기초를 쌓은 것이 상당히 도움 됐어요. 조향을 할 때 제형에서 향이 잘 발산되고, 퍼포먼스를 잘 내야 하거든요. 결국, 제형을 몰랐다면 초반에 일하기 좀 어려웠을 듯해요.


LG생활건강 한방 브랜드 ‘리엔’의 서향, 백단향 샴푸. 패키지로부터 향이 느껴진다.

Q. 부서 이동 시 다른 평가가 있다고 들었는데, 소개해 주실래요?

조향 연구원이 되기 위한 ‘관능 평가*’입니다.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을 보고, 마지막으로 인•적성 검사까지 ‘오케이’를 받은 뒤에도 관능 평가가 기다리죠. 이 평가에서 합격하기 위해 향을 맡았을 때 풍부하게 묘사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예를 들어 볼까요? 조향사라면 향수를 맡았을 때, ‘과일 향이 나요.’라고 할 수 없죠. 그보다 좀 더 감성적인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해요. 뻔하지 않은 나만의 단어들을 많이 생각했어요. 향이 왜 좋은지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했죠.

*관능 평가란? 지원자가 기본적인 향의 인지 수준을 파악하는 평가 중 하나. 유사한 계열의 향을 구별해낼 수 있는지, 미량의 향을 인지할 수 있는지 민감도 평가가 이뤄진다. 예상 밖으로, 후각뿐 아니라 미각 평가도 함께 진행된다.

Q.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도전했던 일은 뭐죠?

집에 있는 향수와 방향제는 물론 드럭스토어 매장의 다양한 향수를 맡아봤어요. 일일이 향을 맡고, 어떤 성분 때문에 이런 향이 나는지 공부한 게 도움이 되었죠. 사실 조향 스쿨에서 성분 공부를 하는 분도 있기에, 제 방법이 100% 정답일 순 없어요. 전 제가 좋아하는 향들을 공부하고, 그 향을 표현하는 것에 집중했던 거죠.


관능 평가에 사용되는 블로터 스트립(테스터지). 레몬이나 타임 등 흔한 향이지만 향을 구별하기 쉽지 않은 평가가 이어진다.

알다시피 조향에는 피라미드의 향기 구성이 있다.

처음 맡았을 때 느껴지는 향인 ‘탑’,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느껴지는 ‘미들’, 그리고 잔향인 ‘베이스’다. 30분 지나서 향을 맡았을 때 ‘탑’과 ‘미들’은 날아가고 ‘베이스’만 있다.
향수로 익숙한 이 3단계의 향기가 모두 필요한 건 아니다. 제품군에 따라 각 향이 실력을 발휘하는 게 다른 연유다.

Q. 제품군에 따라 이 향이 다르게 쓰이는 거군요!

예를 들어 볼게요. ‘탑’만 있는 향은 주방세제에 쓰여요. 이 제품은 음식의 향과 섞이면 안되기 때문에, 잔향을 없애는 거죠. 샴푸 같은 경우엔 ‘탑’과 ‘베이스’에 집중해서 만들어요. 씻을 때 ‘탑’에서 발산되는 향과 드라이를 한 후에 남는 ‘베이스’ 모두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Q. 시대에 따라 향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을 듯한데요?

그렇죠. 예전에는 샴푸의 잔향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지금은 다르죠. 한국 소비자들이 잔향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거든요. 과거엔 샴푸가 단순히 씻는 용도로만 썼다면, 지금은 향수의 효능까지 기대하죠. 섬유유연제도 마찬가지예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탑’과 ‘미들’, ‘베이스’를 모두 중시하 는 향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죠.

Q. 이곳의 조향은 기존의 향만 조합하는 작업인가요?

모두 자체 개발한 향으로 진행돼요. 향료 보관실의 향들도 우리가 개발한 향이죠. 필요하다면 이 향에 화학 재료(chemical ingredients)를 추가하는 ‘모디(modification)’ 작업*을 하기도 해요. 연구원 개인의 조향대에서 다양한 실험을 통해 완성한 베이스들을 평가하는 거죠. 향료들을 섞기도 하고, 화학물질을 다루는 등 방법은 여러 가지예요. 화학물질을 조합해서 너무 괜찮은 향이 완성되면, 그 향을 또 하나의 병에 담을 수 있게 향을 다시 개발하기도 해요. 그런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거죠.

*’모디(modification)’ 작업이란? 제품의 타깃 향이 완성되더라도 제형 내에서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향 발산 강도와 지속력을 보완하기 위한 추가 실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기능적인 재료의 배합 작업은 필수. 이 작업을 통해 최적의 향의 공식(Fragrance formula)을 완성하게 된다.


퍼스널 케어 중 샴푸의 향을 테스트하는 장소. 소비자 평가 또한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Q. 향료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물론 화학반응도 일어나겠죠?

그럼요. 완성된 향 안에 있는 수십 가지의 화학물질 중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성분들이 분명히 그 안에 있어요. 예를 들어 페놀류와 그를 산화시킬 수 있는 염기성 물질이 만나는 경우에는 변색이 일어날 수 있어요. 이때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도 제한을 하죠. 여러 가지 조건에서의 안정성*도 봅니다. 사실 변색 요인이 있는 향은 대체로 쓰지 않지만, 바닐라나 베이비파우더 같은 향은 제품에 쓸 수밖에 없어요. 이때는 해당 성분을 변색시키지 않는 다른 유사 계열의 화학물질로 대체하는 작업을 합니다.

* 안정성이란? 온도(저온, 상온, 고온), 광 노출 등과 같은 외부 요인에 의한 pH, 점도, 비중, 변색/변취 변화 등을 파악하여 유통 중 완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필수적인 실험이다.
조향 연구원은 이렇듯 향을 재개발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해결사다.

조향사이자 연구원인 까닭이다. 제형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이나 향료끼리 부딪쳐서 생기는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개발 과정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연에 방지한다. <센베리 퍼퓸하우스>는 제품과 밀접하게 관련된 조향을 하기에, 제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면 좋은 향을 개발하기가 어렵다.

Q. <센베리 퍼퓸하우스>의 조향에서 이공 계열의 전공을 살려야 하기도 하고, 감각적인 부분 역시 중요할 텐데요. 비율로 따진다면 어떤가요?

전 5:5라고 생각해요. 내가 아무리 좋은 감각과 좋은 향기를 알고 있어도 제품에 적용했을 때 그런 향이 안 난다면 소용없죠. 더불어 과정에서 비롯된 문제해결 능력이 없다면 연구원으로서 일을 수행할 수 없어요. 이공 계열을 전공했다면 일반화학이나 유기화학을 공부하면서 대부분 지식을 갖추는데, 그 베이스를 잊지 않고 잘 활용해야 하죠. 조향사가 예술적인 감각만 중요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전공지식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해요.


감각과 지식, 이 2가지 모두 조향 연구원이 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좀 더 나은 제품을 위해 향을 추가하는 개발 과정. 이를 위해 출근 시 헤어 에센스조차 무향 제품만 사용한다.

Q. 조향 연구원을 꿈꾸는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실패하는 과정을 겪는 것과 실패의 경험을 쌓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더 늦기 전에 원하는 걸 주저하지 않고 시도해봐야 해요. 조향사라는 직업은 제게도 굉장히 막연하고 어려웠어요. 연구원으로 입사해서 <센베리 퍼퓸 하우스>에서 일하게 된 것도 특이한 케이스였죠. 운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제 선택이자 동시에 그 모든 순간이 기회였어요. 저에게 주어진 선택의 갈림길에서 길을 잘 찾은 거죠. 선택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오는 법이에요. 그때 주저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걸 꼭 해보세요.

Q. 인생 선배로서 한 마디도 부탁드릴게요.

힘들더라도 꿈이 있다면 꼭 도전하세요. 시간이 흐른 뒤에 정말 후회할 수 있거든요. 그때 그걸 해야 했는데, 그걸 좀 더 해볼 걸, 하는 후회는 쉽게 바꿀 수 없어요. 그리고 20대는 실수해도 괜찮은 시기예요. 지금 제 나이가 32세인데, 저는 아직 뭔가 해 볼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저것 두려워하지 말고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여행도 많이 다니고요. (웃음)

LG Social Challenger 168272
LG Social Challenger 김영우 순간을 조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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