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섬을 택한 사람들 – 한국 외국어 대학교 독도 연구회








아름다운 캠퍼스로 유명한 한국 외국어 대학교 용인 캠퍼스의 학생회관 3층. 마법의 성을 연상케 하는 건물(실제로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생회관을 마법의 성으로 부른다)의 3층에 들어서자, 복도에 크게 그려진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두 마리의 호랑이와 장산곶 매로 표현된 독도의 그림. 마치 외세의 침략에 지금은 웅크리고 있으나 언젠가 그 날개를 활짝 펴고, 또한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지 않은 채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동아리는 1987년 3월 ‘독도운동모임’이란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당시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독도문제를 연구하는 모임이었고 최초로 만들어졌다. 정기적인 세미나를 하기는 하지만 문서 또는 자료를 통해 연구만 하는 동아리의 모임은 아니다. 독도 연구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는 바로 ‘행동하는 모임’ 일 것이다. 1987년 5월 24일에 독도 1차 탐사 이후 같은 해 5월30일에는 울릉도와 독도간 뗏목탐사(MBC 후원)를 시도, 결과는 실패했지만 그들의 의지는 다음해에까지 이어져 7월 15일에서 18일 동안 울릉도, 독도간 2차 뗏목 탐사(KBS 후원)를 시도, 마침내 성공했다.

‘장철수라는 이름을 들어보셨어요?’ 1998년 1월 일본 근해에서 먼저 떠나간 선배의 이름을 꺼내는 독도 연구회의 회원들. 지금의 고 학번들이 새내기로 이 곳 동아리 방에 들어 왔을 때, 당시의 동아리의 분위기는 상당히 어두웠다고 한다. ‘발해 뗏목 탐사’ 때 목숨을 잃은 사람이 동아리의 선배였다고 생각하니 그 죽음을 느끼는 폭이 남달랐던 모양이다. 과거 선배의 죽음은 현재의 후배들에게는 부담이 되기도 했고, 도전에 대한 자극이 되기도 하였다.





‘이번 학기 저희들의 최대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자료 정리 입니다. 마치 저희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 같죠?’ 오래된 자료에서 시작하여, 과거의 탐사 계획이나 기증 받은 사진들은 올해 안으로 동아리 구성원들의 손을 타고 다시금 정리가 될 것 같다. 또한 이들은 인터넷을 활용하여 독도 수호에 앞장서는 활동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학교와 학과의 특성을 살려 각 국의 사이트에 표기된 독도와 동해에 대한 잘못된 표기들에 대하여 지적하고 바르게 설명하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 인터넷이라는 바다에 그들의 뗏목을 띄우려는 독도 연구회 회원들의 항해가 사뭇 기대된다. 이번에는 2005년 3월 30일, 민간인들의 첫 독도 방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았다. “독도 방문은 당연히 해야 겠죠!” 독도에 관심이 많은 학우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방학을 이용해 다같이 독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독도의 고지도, 스케치 등 현장 탐사를 중심으로 모은 자료를 이용하여 장소 역시도 학교에서 머물지 않고 서울역, 탑골공원, 전쟁기념관, 백화점 등에서 전시하여 대학생뿐 아니라 사회인들의 독도에 관한 관심을 끌어 내려고 애써왔던 독도 연구회.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또한 장소 선정에 머뭇거리지 않는 독도 사랑이야 말로 그들의 순수한 열정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최근 들어 문의 전화가 많은 편이죠. 하지만 실제로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어요” 김도형회장(체코어과 00)은 씁쓸하게 웃었다. 독도 연구회에 들어온 이유를 묻자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그런 학술 동아리를 찾고 싶었거든요”라고 대답하던 새내기 김혜린양(인도어과 05)의 당찬 목소리에서 행동하는 지성의 가능성과 연속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럼, 우리 대학생들은 어떤 활동들을 통해 독도를 찾을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에 백규현(산업정보시스템 공학부00)회원은 곧바로 수정을 요청했다. “독도는 찾는 것이 아닙니다. 독도는 원래 우리의 것이죠!” 대답하는 그들의 어투와 표정은 왠지 독도와 닮아 있는 듯 했다. 외롭지만 버릴 수 없고, 모두가 알아야 하고, 관심 가져야 할 ‘섬’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동해의 거친 파도에 꿈쩍하지 않는 바위의 느낌이랄까…

작은 섬 독도, 그리고 작은 모임 독도문제 연구회, 하지만 섬을 닮은 그들의 모습은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 외로운 섬에 대한 치유는 방문만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애정과 보살핌, 그리고 순수하고 젊은 열정이야 말로 작은 섬을 더 이상 작게 하지 않고, 장산곶 매와 두 마리의 호랑이의 일깨움으로 이어지는 신화창조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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