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통해 본 인도











인도 길거리에서 신문을 구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길거리는 물론이거니와 시장 통으로 조금만 들어가면 거의 백 보에 한 번씩 신문과 잡지를 모아놓고 파는 상인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길바닥에 한 평 남짓 신문과 책들을 널어 놓고 파는 것을 보자면 신문 판매상 보다는 소형 서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신문에서부터 해리포터 최신판까지 웬만한 책들은 다 구할 수 있기 때문. 대신, 건물에 입점해 있는 서점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떤 신문을 살까 들여다보고 있자니 눈이 핑핑 돈다. 족히 스무 가지는 될 만큼 많은 종류의 신문들에다가 언어까지 영어, 힌두어, 마라티어 등 다양하니 역시 인도는 신문까지 버라이어티하다. 영화 강국답게 잡지는 영화 잡지가 대부분. 간혹 패션잡지가 눈에 띄긴 하지만 외국 출판사에서 나온 것들이다. 가격은 신문은 2~5루피, 잡지는 50루피 이상(현재 1루피가 우리나라 돈으로 25원).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스포츠 신문 같은 개념의 신문은 없다. 인도 연예인들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한데 말이다.









신문의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내용까지 다른 건 아니다. 각 신문사마다 지면 구성의 차이는 있지만 그날 일어났던 사건과 쟁점을 말해주는 것은 같다. 하지만 어디 한국의 신문과도 같으랴.


인도에 머물 당시, 두 건의 살인사건을 신문으로 접하였다. 그런 범죄사고야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들여다 보고 있자니 눈이 번쩍 뜨인다. 첫 번째 사건의 관련기사에는 범인의 증명사진이 버젓이 실려있다. 아직 범죄자의 인권이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나 보다 했지만 두 번째 사건을 다루는 행태는 더욱 놀랄 만하다. 신문 지면 1면에 피범벅이 된 범죄자의 얼굴과 바닥에 피를 고이고 누워있는 피해자의 모습이 헤드라인 포토로 떠 있었기 때문이다. 모자이크 처리도 없어 자세히 보면 찔린 자위도 알 법하다. 외국인이 인도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신문을 보는 일은, 가끔 예기치 못한 상황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광고 없는 신문을 찾을 수 있을까. 이미 한국에는 광고 수입으로만 수익을 거두는 무가지가 넘치는데 말이다. 인도 신문도 마찬가지. 핸드폰, 승용차 등 갖가지 광고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신문 광고들 중 눈길을 끄는 곳이 있었다. 수 십 개의 사각 박스가 지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는데, 흡사 우리나라의 ‘사람 찾기’ 광고 같다. 사람 찾는 광고가 맞기는 맞지만 좀 특별하다. 그것은 바로 ‘배우자’ 찾는 광고이다.







점점 서구화되고 있는 인도지만, 계급과 남녀 차별 문화로 인해 결혼만큼은 아직도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대부분 중매로 또는 부모님이 선택한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다. 2000여개나 되는 계급과 여자가 들고 가야 하는 거액의 지참금, 집안의 재력 정도 등을 일일이 다 따지자니 배우자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인도에서 배우자 찾는 광고는 별다른 것이 아니다. 광고에는 외모, 나이, 계급, 수입 등을 열거해놓은 것은 물론 원하는 배우상이 나와 있는데, 남자뿐만이 아니라 여자도 그런 식으로 남편감을 찾는다. 그 광고를 본 나이 찬 자식을 둔 부모가 먼저 연락을 해 협상을 한다. 보통 지참금에 관한 협상이다. 그래서 가끔 센스 있는 남자는 한 가지 옵션을 붙이기도 한다. ‘지참금 필요 없음’






스포츠 면을 보자니 도통 알 수 없는 스포츠에 관한 이야기뿐이다. 바로 크리켓. 우리나라의 야구와 축구 인기를 합쳐 놓았다면 인도에서의 크리켓 인기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야구와 비슷한 룰을 가진 크리켓은 그야말로 인도 스포츠의 전부다. 우리네 스포츠 면에는 간혹 가다 골프, 농구, 테니스 등의 다른 스포츠 얘기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기 신문은 타 스포츠에게 미안할 만큼 크리켓 승패, 크리켓 선수, 해외 크리켓 등 온통 크리켓 이야기뿐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가대표 크리켓 감독이 교체된 일이 신문 1면의 헤드라인에 실리는 것은 당연지사.





발전하는 문명 속에 꿋꿋이 전통을 지키고 있는 나라가 인도라고 생각했는데, 결혼조차 엄격한 이 나라에 미혼 남녀의 섹스 문제는 또 왠 말인가. 도대체 알 수 없는 나라 인도다. 젊은이들의, 특히 여성의 처녀 성을 놓고 신문 한 면을 할애해 놓았다. ‘I’m virgin’ 이라는 문구를 가슴팍에 단 여성의 등에 ‘infect, I’m not virgin’ 라는 문구가 달려있는 카툰은 인도 젊은이들의 성문화가 개방적인 측면이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앞 서 눈에 보이는 우리와의 차이점을 말하였지만, 십 수번 인도 여행을 한 사람들도 인도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하지만 한가지 명확하게 말 할 수 있는 것은 인도는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문에서는 인도 스스로를 평가한 앙케이트를 싣기도 하고 유명 여배우의 인터뷰와 국외 가수들의 소식을 담기도 한다. 인도인들도 연예인들의 스캔들에 울고 웃는다면 느낌이 어떠한가. 참으로 생소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인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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