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도종환┃누구나 흔들리고, 누구나 방황한다

<아름다운 지혜>라는 강의를 통해 감성적으로 충족된 사람이야말로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동시에 이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이라고 말하는 시인 도종환. 일찍이 플라톤은 감정을 취하게 해 이성적인 판단을 유보한다는 이유로 ‘시인 추방’을 제기한 바 있는데, 이 강의를 듣고 그는 혹 다른 주장을 펼칠지도 모르겠다. ‘이 시대의 방황하는 젊은이여, 감성을 키워야 하노라.’라고.

시인 도종환

강의명 아름다운 지혜
강의 일시 2010년 3월 10일 수요일 오후 3시
강의 장소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참고 매주 수요일 3시마다 이뤄지는 <리더십 함양> 강의 중 하나
감수성 충만한,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인

강의는 눈에 관한 얘기로 시작되었다. ‘오늘 저녁엔 눈이 온다니 아직 봄이 오려면 멀었나 보다.’라고. 강의 내내 그는 계절이나 꽃, 자연과 동물 얘기를 참 많이 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번은 비 오는 길에서 프리지어를 바라본 일이 있는데, 그 세찬 빗속에서도 향기나 색 어느 것 하나 잃지를 않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일 속에서 너무나도 많이 우리 자신을 잃고 있는 데 말이죠. 우리는 꽃 한 송이보다 더 잘살고 있을까요?” 다른 일행과 함께 바삐 걷고 있다가 혼자 뒤처져 프리지어를 구경하고 있던 경험을 회상하며, 그가 진정으로 나누고 싶던 것은 잠시 여유를 갖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배나 복숭아꽃이 피는 것을 여러분은 공부하느라 잘 못 봤을 겁니다. 하지만, 그 평범한 나무들에서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인가?’,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하는 것을 말이죠.”

오리, 부드러운 직선 그리고 담쟁이넝쿨

그는 ‘왜 아직도 오리들이 살아남아 있을까.’하고 물었다. 적자생존 법칙에 의하면 매에 비해 약한 오리가 이미 다 죽었어야 할 텐데, 왜 매보다 더 많이 남아있는지. 협력과 공생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려던 것이었다. 개개인의 능력 쌓기에만 매달리는 한국사회에 이보다 더 좋은 비유가 있을까. 그래서 그는 ‘부드러운 직선’을 새로운 리더십의 자질로 꼽았다. ‘감성 리더십’이란 말로도 대치되는 이것은 남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소통한다면 조직이 나빠질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경쟁만을 강조하고, 낙오자를 한 명씩 걸러내고 있지 않던가.

“우리는 사회 여러 부분에서 인지적 지능보다 감성적 지능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은 성공을 이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비약적 발전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척박한 정신세계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는 도종환 시인. 그는 계속해서 ‘모두가 넘을 수 없다고 하는 담을, 수백 개의 담쟁이의 손을 잡고 넘는 담쟁이’가 이끄는 대한민국을 꿈꿨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시인 도종환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다들 똑바로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는데 왜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방황할까?’.라고. 도종환 시인은 이런 방황하는 청춘을 응원했다. 우린 앞으로도 너무나 힘들고 지치게 살 텐데, 누구나 흔들리고 방황하는데,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어린 시절 상처와 시련이야말로 더 예쁜 꽃이 피게 하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그의 시 한 구절처럼.

예상했다시피 도종환 시인의 강의는 ‘시간관리’라거나 ‘자기 경영’같은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 청춘의 방황을 이토록 응원해주는 이가 있었던가? ‘다들 앞만 똑바로 걸어가고자 하는 세상에 나처럼 길에 서서 시를 쓰는 사람 한둘 있어도 괜찮지 않느냐’는 도종환 시인의 말처럼, 넘쳐나는 각종 지식 특강 속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고 싶은 이들의 밀회’같은 특강 하나쯤, 괜찮지 않을까?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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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가 넘을 수 없다고 하는 담을, 수백 개의 담쟁이의 손을 잡고 넘는 담쟁이가 이끄는 대한민국을
    꿈꿨다는 점이 정말 가슴깊이 와닿습니다.
    중고등학교 국어책에서도 여러번 접해왔던 시들이 많아서 친숙해요^^
    인지적 지능보다 감성적 지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겠단 생각이들어요!
  • 전 도종환님의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를 가장 좋아한답니다.
    그 시를 접할때 느끼는 감동은 매일 매일 새롭고 가슴 저리게 다가오는군요.
    특히, 접시꽃 당신을 영화로 봤을때의 감동이란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습니다.
    멋진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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