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요┃경계란 넘기 위해 존재한다

광활한 대륙, 중국도 그녀에겐 우물이다. 우리에겐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로 익숙한 손요. 당당함과 패기로 뭉친 그녀는 늘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화수분 같다.

우물 속에서 하늘 바라보다

스스로 역마살이 있다고 말하는 그녀는 중국의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녔다. 집에서 유치원까지는 고작 100미터, 게다가 유치원 바로 뒤에 초등학교가 있었으니 그녀에게 그곳은 아주 작은 세상이었던 셈이다. 어린 날 자신이 갇혀 살고 있다고 느낀 순간부터 그녀는 우물 안 개구리이면서도 하늘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부모님과 중국 ‘위해’라는 지방에 갔는데, 거기도 사실 작은 지역이라서 썩 좋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북방 사람인데, 그곳은 ‘산둥’ 지역이었기 때문에 지역감정이라는 것도 있었고요. 산둥 교육이 저와 맞지 않아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서 할머니 집으로 가서 지내다가 고등학교 때는 또 다른 도시로 가고 계속 움직였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더라고요. 중국도 저한텐 작게 느껴졌어요.

이곳을 벗어나리라 굳게 다짐한 그녀가 택한 나라는 당시 중국에서 한창 열풍이었던 일본. 일본을 가기 위해 일어 공부를 하던 그녀는 우연히 한국어를 듣게 됐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인이 많아지면서 생긴 한국인 유치원에서였다. 그런데 그 언어에 미치도록 반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던 일. 까다롭다는 한국의 문법마저도 사랑스럽게 느껴졌다니, 그녀가 얼마나 ‘콩깍지’가 씌었는지는 알 만하다.

한국인 유치원을 지나다가 작은 꼬마들이 ‘야, 너 오디가’, ‘가티 가아.’ 이러면서 한국말을 하는데 저는 그 말을 듣고 놀랐어요. ‘이게 대체 무슨 언어냐.’하고 친구한테 물었더니 한국말이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일본 가려던 것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오게 됐어요.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메인 MC 되는 일이란

손요의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깔끔함이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그녀에게 한국인 친구를 사귀는 동기를 부여했다. 학교 도서관에서 친구를 물색하기도 했던(!) 그녀는 이젠 그 과거가 까마득할 정도로, 현재 MBN의 ‘웰컴투웰촌’에서 메인 MC로 활동하고 있다. 짬짬이 풍부한 표현을 위해 단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데다가 TV 리포터의 말솜씨를 주의 깊게 보면서 학습한다.

고소하다는 것 이상으로 ‘감칠맛 나다.’ 같은 표현을 배워요. 제가 메인 MC이다 보니 함께 다니는 다른 외국인 게스트를 이끌면서 질문도 하고 대답도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죠. 강호동 씨나 유재석 씨 방송을 보면 어쩌면 저렇게 말을 잘하는지 놀라울 뿐이죠. 순간적으로 재치있게 말하는 거 있잖아요. 그 유머 감각이 너무 부러워요.(웃음)

워낙 이곳저곳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그녀의 적성에 방송생활은 안성맞춤이었다. 그녀는 한국의 지방을 돌아다니면서 각기 특색있는 사람 사는 모습과 경치가 흥미롭기만 했다.

제가 좋아하는 곳이 통영과 전주였는데요. 전통 한옥에서 사는 모습도 정말 보기 좋았고, 전통 한국 음식도 무척 맛있었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전통을 그대로 이으면서 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녀는 타고난 여행가이기도 하다. 인도나 아프리카의 길을 무작정 걷는 것을 좋아하고, 인도, 태국, 필리핀 등 가리는 음식 없이 다 잘 먹는다. 한국 음식 역시 즐기는 그녀는 시골을 다니며 느꼈던 즐거운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이야기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했더니, 어떤 할아버지께서 대답을 ‘야, 야’ 하시는 거예요. 제가 ‘할아버지, 인사하는 거예요.’하니까 또 ‘야, 야.’ 이러셔서 ‘와, 할아버지 영어 잘하시나 봐요. 와썹~’ 이랬어요(웃음). 그분들의 순수하고 아이 같은 모습이 정말 좋았어요.

중국과 한국, 동시에 보기

중국과 한국은 근접해 있는 만큼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는 것 같지만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중국은 한국보다 여성 인권이 높다. 그런 사회에서 살던 그녀에게 한국은 남성 우월주의적인 나라라는 인식이 강했다. 또 그녀가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건 한국의 선후배 관계. 중국은 나이 차가 나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할머니가 잘못해도 손녀로서 잘못을 지적할 수 있다며, 한국만의 예의 문화가 조금 당황스러웠던 모양이다.

사소한 예로, 식당에 가도 전골을 먹을 때 앞 접시나 젓가락, 숟가락을 여자들 앞에 놔줘요. 여자가 하라는 거죠. 그런데 기분이 더 안 좋은 건 여자가 여자에게 이걸 강요한다는 거죠. 급료의 차별도 그렇고요. 여자들이 참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도 치한이 있으면 피하는데, 소리 지르거나 때려야 돼요(웃음)! 반면, 중국은 여자가 남자를 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도 보기 좋은 건 아니죠. 뭐든 적당한 게 좋아요.

중국에선 여자가 남자를 때린다고? 그녀는 종종 이를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중국은 여자의 지위가 남자보다 아래인 것이 아니라면서 덧붙였다.

한국은 어른 앞에서 술 마시거나 담배 피우는 것에 제재를 받는데, 중국은 그런 게 없어요. 그리고 중국은 담배를 줄 때 던져요. ‘펴!’ 이러면서. 그래서 사업할 때 한국인이 이 때문에 많이 당황스러워해요. 자신을 무시한다고 오해하시는데, 그게 아니라 그건 ‘친하게 지내자.’라는 뜻으로 주는 거거든요.

한국과 중국의 문화 비교에 빠질 수 없는 건 단연 대학 문화다. 그녀는 한국의 대학 문화에서 인상적인 것은 ‘노는’ 문화였으며 나아가 한국인의 열성에 대해 말했다. 특히 대학교 입학 후 OT. MT를 갈 때, 멀리 가서 관광까지 하는 줄 알았더니, 큰 방에서만 노는 것이 신기했다며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중국은 대학이 많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소수만 입학하기 때문에 잘 놀 줄 모른다는 그녀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 손뼉을 쳤다.

한국인은 노래를 무척 잘해요. 저도 중국인치고는 잘하는 편인데, 한국인에 비하면 보통인 거죠(웃음). 그리고 뭐든 열심히 해요.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일하는 것도요. 새벽까지 술 마시고 다음날이면 또 아무렇지 않게 출근하는 걸 보고 놀랐어요.

나이가 들면서 외로움을 느낀다는 그녀는 향수병에 빠져 있다. 대가족의 시끄러움이 그립다는 것. 동시에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인기를 얻기는 쉽지만, 외국인으로서 방송활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지속될 지 불안감을 안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만 해도 설레는 꿈을 이야기했다. 사람의 소리가 들리고 정이 느껴지는 카페나 중국찻집을 열고, 한쪽에는 작은 갤러리 공간도 만드는 것. 그녀는 대화할수록 규정 없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이는 본인에게 처한 우물 같은 한계를 과감히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손요의 애장품
비취색의 호신 목걸이는 손요가 늘 착용하고 다니는 것. 용의 아홉 번째 아들인 ‘피슈’의 형상을 하고 있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호신인 ‘피슈’는 모든 복을 먹고 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살아있다고 믿기 때문에 일이 잘 풀릴 때는 만져주고, 일이 잘되지 않을 때는 엉덩이를 때려줘야 한다고(웃음).
손요 선생님이 말하는 중국어 학습법
중국에서는 한국인의 경쟁의식이라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거라며, 그녀는 중국어를 배울 때한 단어와 연관된 어휘를 외우는 노하우를 말했다. 중한사전을 통해 가령 ‘애’라는 한자가 있으면 그 아래부터 이어진 단어들, ‘애인, 애정’ 등을 쭉 외우는 식이다. 서로 단어도 비슷해 배우기 쉽다고 하니, 이번 기회에 문화의 폭도 넓힐 겸 도전해 보는 것이 좋을 듯.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aoqhd

    기사 잘 읽었어요. 기사를 재미나게 쓰시는 것 같아요 ㅋㅋ 이쪽으로 소질이 있으신 것 같아요 앞으로 좋은 기사 써주시구요! 나중에 꼭 좋은 기자가 되시길 바래여 ㅋㅋ 날씨 쌀쌀하니깐 감기 조심하세요!! ㅋㅋ
  • 백승은

    문화 차이에 대한 글이 재미있네요 ,
    중국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중국어 학습 팁도 유용할 것 같습니다 :D
  • 루비튜스데이

    우리나라와 중국 문화의 차이에 대한 외지인을 통한 얘기는 언제나 흥미를 이끌어내게 하죠.
    비슷한 문화권에서 이렇게 다른 문화가 생겨난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구요.
    그나저나 적절히 예쁘네요.
    기사 잘 읽었습니다.
  • 훔치개

    손요의 판단력을 보니 메인MC의 숨겨진 자질이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ㅋㅋ 저도 해외유학을 준비중인데 뭔가 와 닿는것도 많네요! 한국의 선후배 문화와 가부장적인 사상은 뭔가 유교사상적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유교는 중국으로 부터 온것이 아니었나요? ^^;; 여튼 우리나라가 많이 보수적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에!!! 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

소챌 스토리 더보기

네 방에 누가 찾아온다. 공포게임 Top 5

더위 먹은 얼굴 살리는 뷰티템

알면 알수록 자랑스러운 역사 TMI

MT 공감유형

지친 마음 여기서 쉬어 가세요, 경남 하동 힐링 포인트 5

방콕러를 위한 가심비 아이템

쉿, 페이크 바캉스 핫플6

LG글로벌챌린저 얼빡자소서 #03 슬기로운 대학생활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