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의 감성을 그리다, 캘리그라퍼



2004년 국립국어원의 신조어 중 하나로 선정된 캘리그래피는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 좁게는 ‘서 예’를 이르고 넓게는 활자 이외의 모든 ‘서체’를 의미한다. 캘리그래피의 어원을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어인 kalloa(‘아름답다’의 의미)와 Graphy(‘필적’을 의미)가 더해진 것이다. 서양의 경우 화려한 꽃으로 장식한 문자를 가리키며, 동양의 경우 디자인의 요소가 담겨 서예 와는 차별적인 문자를 가리키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용어가 없어 영문의 캘리그래 피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이르렀다. 서양에 서는 이미 중세 때부터 손 글씨가 보편화돼 하나의 문화 양식으로 자리 잡은 반면,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초반에 이르러서야 캘리그래 피의 개념이 발생했다. 때문에 역사라고 하기에는 그 기간이 매우 짧다. 하지만 캘리그래피의 뿌리를 살펴보면 서예의 역사 와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양 서예의 예술성과 현대 디자 인의 실용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캘리그래피다.

정보화 사회가 끝나면, 꿈과 감성을 파는 ‘Dream Society’라는 새로운 사회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성 보 다는 감성이, 딱딱한 질서보다는 유려한 조화로움이 중시되는 감성 사회가 바로 그것. 디자인 분야 에서도 이러한 시대의 분위기에 맞추어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 입력된 스타일에서 변화를 주는 것이 힘든, 창조적인 표현이 현실적으로 제약되어있는 컴퓨 터 글씨체들은 수많은 이미지가 쏟아져 나오고, 광고가 범람하는 시대에서 더 이상 주목의 대상 이 되지 못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 제약을 극복한 아날로그의 감성이 묻어나 는 글씨가 바로 캘리그래피다. 흔히 ‘손 글씨’ 혹은 ‘붓 글씨’로 알려진 캘리그래 피는 서예나 붓글씨와는 조금 다르다. 문 방 사우를 이용하여 서예 본래의 순수 한 필법을 바탕으로 ‘수양’과 ‘사상’ 을 중 시하는 붓글씨와는 달리, 현대의 캘리그래피 는 특별한 도구 없이 필기구만으로도 용지 류에 다양한 기법의 형태로 표현된다.

디자인의 한 분야로 디지털화되어 대중적인 보급이 이루어지는 캘리그래피는 기존과는 다른 변화가 상당수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캘리그래피는 서예와 디지털의 만남에서 비롯된 전형적인 이지로그의 표현 형태로 급부상하고 있다. 캘리그래피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데 특히 기업의 CI (Corporate Identity)나 BI (Brand Identity), 영화 포스터, 패키지, 상품 디자인, 광고 디자인 등의 분야 에서 각광받기 시작하였다.

현재 캘리그라퍼들은 크게 디자인 전문 회사나 캘리그래피 전문 회사 등의 단체에 소속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두 가지로 나뉜다. 자신의 가진 역량과 성향 따라 어떤 식으로 활동할지는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캘리그라퍼들 가운데는 디자인이나 서예, 동양화 등을 전공한 이들도 많지만, 전공과 관련 없이 개인적인 흥미로 시작하여 전문성을 살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별도의 교육을 받아 캘리그라퍼로 활동하기도 한다. 현재 캘리그래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디자인 회사(캘리디자인, 필묵 등)와 지역의 캘리그라피협회(부산캘리그라피협회)에서 전문 캘리그래피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붓을 많이 다루는 직업인만큼 이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이 하는데, 단순히 서예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캘리그라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을 표현하고 나타내는 디자인 감각 역시 캘리그라퍼에게 필수적인 자질. 여기에 편집 프로그램을 능숙하게 다루는 컴퓨터 실력도 필요하다. 캘리그래피 작업의 시작이 붓으로 글을 쓰는 것이었다면, 끝은 컴퓨터를 통한 디자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캘리그라피의 적용범위는 그 분야를 구분 짓기 어려울 정도로 무궁무진하다. 또 각 분야에서 적용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소비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데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 캘리그래피는 광고와 상품 위주였으나 지난 2006년 디자이너 이상봉에 의해 의상 디자인의 영역으로 확장된 바 있다. 이처럼 캘리그래피는 디자인 영역의 다양한 콘텐츠에 적용될 것이다. 한글을 살아 숨쉬게 하는 캘리그래피,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는 캘리그라퍼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점점 증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그 역할 또한 중요하게 자리잡을 것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