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세기를 뛰어넘는 극한 예술의 증거

가스통 르루의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이 2001년 초연공연 이후 8년 만에 돌아왔다. “너의 영혼과 나의 소리 하나가 되려 하네. 오페라의 유령은 존재한다네, 당신의 마음속에. 그대 환상 속에서는 항상 그 남자와 미스터리 모두 그대 안에 있음을.”(The Phantom of the Opera, 오페라의 유령 타이틀곡)

글, 사진_김희수/제15기 학생 기자(고려대학교 언론학부 07학번)

드디어 좌석에 모든 불이 꺼졌다. 그와 함께 잔뜩 기대에 찬 사람들의 웅성거림도 잦아들었다. “낙찰되었습니다. 몇 번이시죠? 감사합니다.” 하는 배우의 첫 대사와 함께 무대는 오페라의 유령이 무대를 지배하던 그 당시 물건들의 경매장을 보여준다. 깨어졌던 샹들리에는 화려하게 복원되어 불을 밝히고, “화려한 조명에 그 시절의 유령도 도망가지 않을까요?”라는 경매 진행자의 설명과 함께 시간은 뜨거운 사랑의 기억을 남긴 화려했던 그 시절의 무대로 돌아간다.

괴신사의 가면 속에 가려진 마법 속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파리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가스통 르루의 원작소설을 세계적인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Andrew Lloyd Webber)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Cameron Mackintosh), 무대 연출의 거장 해롤드 프린스(Harold Prince) 등 쟁쟁한 제작자들이 참여해 탄생시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로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역사상 최장기 공연 1위를 기록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전세계 25개국 124개 도시에서 1억 명이 넘는 사람들의 매료시킨 마법은 괴신사의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린 가면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파리 오페라 극장의 5번 박스석의 오페라의 유령. 살인과 위협을 일삼으며 무대를 좌지우지하려고 드는 괴신사로 유명한 그는, 음악의 천사라고 불릴 만큼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채 파리 하수구 밑 음침한 지하세계인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산다. 어느 날, 프리마돈나의 빈자리를 대신해 성공적인 공연을 마친 크리스틴은 대기실 거울 뒤 하얀 가면을 쓰고 나타난 오페라의 유령에 의해 마치 마법이라도 걸린 듯 미로처럼 얽힌 파리의 지하 하수구로 사라진다. 낮과 밤의 구분조차 모호한 지하세계의 어둠 속에서 유령은 크리스틴에게 자신의 노래를 가르치고, 유령을 피해 도망친 라울과 크리스틴의 관계를 알게 된 유령은 질투에 휩싸여 복수를 결심한다. 결국, 라울의 목숨을 걸고 자신과 사랑을 강요하는 유령 앞에서 크리스틴은 그의 순수한 영혼을 이해하고 키스를 한다. 그녀에게 감동을 한 그는 결국 그들의 사랑 앞에 무릎 꿇고 그들을 돌려보낸다. 그의 지하세계에는 그가 쓰던 하얀 가면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직접 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감동, 그 무엇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줄거리를 다 말해 버리면 어떡하느냐고? 우리는 이미 이 스토리를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무대는 관객들이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붙잡는 강력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 바로 무대 그 자체다. 매 공연 1300여 명에 이르는 배우와 스태프, 오케스트라가 투입되며, 230여 벌의 화려한 의상이 쉴 새 없이 무대를 장식한다. 또한, 실제 오페라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세트부터 파리 하수구 밑의 음침한 지하세계에 이르기까지, 무대는 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관객의 상상력에 힘을 더한다. 이 외에도 20만 개 이상의 유리구슬로 치장한 1톤 무게의 샹들리에가 13m 높이의 천장에서 떨어지며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281개의 촛불 사이로 나룻배가 안개를 뚫고 나오는 등 뮤지컬에 동원된 각종 특수효과는 무대에 섬세함을 더하며 완성도를 높인다.
막이 내리고 배우들이 인사를 하고 관객들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내는 순간, 그제야 오페라 유령의 환상에서 깨어난다. 마치 “눈을 감고 어둠 속 꿈에 빠지면 잊으리, 지난 모든 기억을. 눈을 감고 영혼을 날게 해. 새로운 세상 갖게 될 테니. (The Music of the Night, 1막 제5장 삽입곡)” 라고 노래하던 오페라의 유령의 마법에 빠져버린 것처럼 아직 몽롱하다. 오늘 저녁 그의 흰 마스크를 보았다면 오페라의 유령은 존재한다, 당신의 마음속에.

독자후기

정혜림(서울교대 09학번) / 박세인(고려대 06학번)

“라울과 크리스틴,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 세 주인공의 아름다운 화음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마치 내가 오페라 극장의 관객이 된 듯한 기분을 주는 무대 장치도 감명 깊었죠. 본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루어지지 않은 유령의 사랑이 가슴 아프게 다가왔답니다.”

이 글은 (구) 미래의 얼굴에 실린 기사로, 럽젠 편집실의 수정이 있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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