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책

때론 한 권의 책이 뜻하지 않는 위로가 된다. 여기 3명의 인생 선배가 입을 모아 말했다.

작가 서윤후의 책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많은 용기를 준 작품이 있어요. 바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이라는 시집이에요. 이 시집은 ‘쓰는 나’와 ‘살아가는 나’를 동시에 생각하게 했던 작품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깨닫게 하는 책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사유의 조력자로서 역할을 하는 셈이죠. 이 시집은 책을 덮은 이후의 저를 기대하게 만든 책인 것 같아요. 자꾸 생각나고, 제 안에서 맴돌면서 끊임없이 말을 거는 작품입니다. 오래 전에 읽었음에도 어제 읽은 것 같아요. 제 생활 곁에서 매일 의미를 갱신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여전히 이 책을 좋아합니다.
이 책을 ‘견고한 의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외롭거나 지친, 헤매거나 정신 없는 내가 이 책을 통해 견고한 의자에 앉게 될 수 있는 것. 그리고 생각하는 것. 마침내 생각한 대로 이동하는 것. 제게 그런 것을 알려준 책이에요.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이 시집에 실린 시 ‘두 번은 없다’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구절이 오랫동안 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로 평가받고 싶어 했던 제게, 어떤 결함이나 부족한 것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용기를 준 책이에요. 그것을 어떤 설명이 아니라 시로 깨달을 수 있어 더 기뻤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작가가 될 수 있습니다. 양치하다가도, 아르바이트하다가도, 관광지에서 사진을 찍다가도 말이에요. 작가는 자기 자신을 가장 깊은 곳에서 시추해 관찰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서로 다른 형태로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죠. ‘다 아는 이야기’를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로 주인공이 되고 싶다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해요. 근사하게 생각하는 유명한 책들도 모두 책상 앞의 ‘자기 자신’에서 시작되었으니까 주저하지 말고 자기 앞의 거울을 직시하면 좋겠어요.

아나운서 편소정의 책

오프라 윈프리의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자존감, 그 중요성을 깨닫게 해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특히 방송 관련 직종은 자존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책은 읽을 때마다 제 가치와 방향을 다시금 돌아보게 해주죠. 분위기에 휩쓸려 궁극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바를 잊지 않도록요. 길을 잃지 않고 생각을 다잡도록 도와줘요. 더불어 험난한 길을 헤쳐나간 인생 선배로서 오프라 윈프리가 친한 언니처럼 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꿈의 교두보’라고 할까요? 이 책은 우리가 왜 탁월해져야 하는지, 왜 행복을 추구하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려운 말이나 포장 없이 도란도란 이야기하거든요. 작은 일들에 연연해왔던 때의 나에게 진짜 바라던 삶을 향한 길을 보여줍니다.

“탁월함은 인종차별을 막는 가장 강력한 억제책입니다.
그러므로, 탁월해지십시오.”
나는 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날 저녁 집에 갔을 때 나는 마분지를 찾아내서 그가 말한 문구를 적어서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 포스터는 그때부터 대학 시절까지 내내 거울 위에 머물렀다. 시간이 흐르며 나는 포스터에 나의 글귀들을 덧붙여나갔다. “성공하고자 한다면 탁월해져라.” “이 세상이 제공하는 가장 최상의 것을 원한다면 너 또한 세상에 최상의 너를 제공하라.”
그러한 구절들은 내가 수많은 장애물을 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명백했을 때조차 그랬다.
제시 잭슨 목사의 강연을 들었던 오프라의 고교 시절 일화가 기억에 남아요. 이 구절은 꼭 인종차별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마다 품고 있는 고민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성공이란 무엇일까? 무엇을, 왜 성취해야 할까? 여러 고민하는 과정마다 언제나 명쾌하게, 탁월함에 관한 이 책의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이 구절들은 스승처럼 저를 이끌어주기도, 다그치기도 했습니다.

직업을 고민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마세요. 고민된다는 말 자체가 해보고 싶다는 거고, 해보고 싶다면 일단 하세요. 아니면 빨리 다른 길을 찾고, 맞으면 계속하면 되죠. 저는 사실 직업보다 어떤 사람이냐는 ‘수식어’가 삶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생각해요. ‘돈을 많이 버는’, ‘인기가 많은’, ‘신뢰받는’, ‘독보적인’ 등 어떤 수식어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같은 직업을 가져도 저마다 삶의 모습이 정말 달라질 테니까요. 당신은 이미 충분히 멋집니다, 어떤 직업도 당신에겐 아까울 만큼. 그러니 더 큰 그림을 그리면서, 뜨겁게 살아가길 바랄게요.

일러스트레이터 무궁화(이민주)의 책

데이비드 베일즈와 테드 올랜드의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

두려움에 가득 차 있던 제 마음을 관통해 말끔히 씻어준 책이에요. 지난 하루하루 행복했어요.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던 그림이 많은 분의 사랑을 받게 된 이후에요. 꿈꾸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일까. 부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무엇을 그려야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해 허송세월하기도 했죠. 선 하나를 긋는 데에도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연필을 내려놓곤 했습니다. 우연히 멍하니 바라보던 책장 속에서 이 책에 제게 말을 걸어오더군요. 중학생 때 한 번 읽고 꺼내보지 않았던 책이었어요. 뭐가 두려우냐고, 두려움을 이겨내는 힘을 주었습니다. 이 책은 창작하는 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에 관해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훌륭한 작품을 완벽한 작품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예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실수하거나 빈틈이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던 제 마음에 여유를 심어준 문장이에요.

몹시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설집.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정의인 것 같아요. 제가 고민하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았던 책이니까요.

두려움을 껴안고 살아야 하는 사람이 일러스트레이터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낼 만큼의 열정과 자신감이 있다면 시작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열정과 자신감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건 아니겠죠. 이를 바탕으로 나만의 ‘어떤 것’을 담아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힘이 많은 이들의 마음에 닿아야겠죠. 자신이 가진 힘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주세요.

LG Social Challenger 15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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