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을 판매하는 전략적인 지휘자 쇼핑호스트














방송 시작 1시간 30분전, 북적거리는 스튜디오를 지나 분장실로 들어섰더니 여기 또한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마침 취재를 간 날이 국내 최초로 런칭하는 상품을 방송하는 날이라 회사 관계자까지 총출동, 이미 스튜디오는 포화상태. 사람들 틈을 비집고 의상을 갈아입고 꼼꼼히 멘트를 체크하는 유지은 쇼핑호스트와 겨우 조우, 스텝들에게 취재를 위한 확인 절차를 마친 후에야 홈쇼핑 방송의 모든 것을 구석구석 살펴볼 수 있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죠? 2시간 전에 메이크업을 마치고 1시간 전에 직전회의, 그리고 30분 전에 스탠바이 해야 해요. 생방송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놓치지 않도록 집중해야 한답니다.” 스튜디오를 오가며 PD, FD는 물론 게스트와 모델까지 일일이 챙기면서 파트너와 멘트를 맞추고, 또 소개할 제품 체크까지 방송의 모든 것을 꼼꼼히 체크하는 모습에서 쇼핑호스트란 직업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스트가 주인이란 뜻이잖아요. 말 그대로 스튜디오 내에서 상품기획, 방송연출, 방송진행까지 모든 걸 체크해요. 게다가 대본이 없기 때문에 쇼핑호스트의 방송 능력과 창의성이 방송을 하는 데 매우 중요하죠.”

현재 국내에 홈쇼핑 채널은 총 5개, 200여명의 쇼핑호스트들이 활동하고 있으니 그 수는 적은 편이다.

쇼핑호스트는 아나운서와 마찬가지로 기업에 소속되어서 직원으로서 활동하게 되는데, 몇 안 되는 공채선발에 경쟁률이 몇 백대 일이 될 정도로 엄청난 경쟁률이다. 그러므로 쇼핑호스트가 되기 위해선 자신이 가진 방송에 적합한 끼를 찾고, 그 끼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방송은 여러 사람들이 다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이에요. 기본 포맷은 있지만 순간적인 융통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척 중요하죠.” 입사와 동시에 스튜디오 모니터, 화법, 마케팅 교육 등 빡빡한 스케줄의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치고 나서야 방송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경쟁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개인적인 수련은 필수 항목인 것이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고 물었더니 너무 많아서 손으로 꼽을 수가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그녀. ‘실버 목걸이&귀걸이 세트’를 판매하는 데 은빛깔을 갈치처럼 반짝반짝 빛난다고 말했다가 한동안 ‘갈치’로 불렸다면서 크게 웃는다. “처음엔 정말 방송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적응하기까지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스스로 ‘쇼핑호스트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구나’라고 느끼고 있어요.”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대처능력은 필수인데, 스튜디오에는 쇼핑호스트 정면으로 여러 대의 TV를 통해서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 모니터를 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커다란 스튜디오 안에 크게 제품시연, 제품설명, 제품소개를 할 수 있도록 세트가 준비되어 있고 쇼핑호스트는 그 공간을 적절하게 오가며 상품을 판매하는 것. 스튜디오 밖의 음향 및 화면 조정실과 PD 조정실까지 방송 내내 스텝들의 긴장감이 스튜디오 전체를 감싼다. 이날의 게스트는 배우 황인영. 게스트가 등장하면 방송 컨셉부터 멘트 조정까지 모두 쇼핑호스트의 몫이다. 게다가 홈쇼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심의. 단정적인 표현을 쓰면 안되기 때문에 항상 멘트 사용에 조심해야 한다. 최근 드라마를 통해서 홈쇼핑 현장이 많이 비춰지긴 했지만 실제로 확인한 현장은 훨씬 더 치열하고 긴장감이 넘쳤다.




쇼핑호스트는 대부분 방송경력을 갖춘 사람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주 고객층이 30~40대인 이유도 있지만, 그만큼 노련한 방송 기술을 요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유지은 쇼핑호스트는 방송을 하고 싶긴 했지만, 처음부터 쇼핑호스트가 될 생각은 아니었다고. 그래서 이 직업을 선택하면서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제가 만약 유명인이 되고 싶었다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사실 홈쇼핑하면 가지고 있는 안 좋은 편견들이 있거든요. 하지만 10년이란 역사가 흐르면서 갖춰진 체계와 세계업계와 나란히 하는 기업의 비전이 저에게 쇼핑호스트로서의 자부심을 이끌어준 것 같아요.”
스튜디오 촬영을 마치고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더니 화이트보드 가득 빼곡히 적힌 스케줄이 눈에 띈다. 상품 분석에서 판매는 물론 각종 교육 일정이 가득 적힌 공지를 수시로 체크하고 개인 PC를 통해서 방금 촬영한 동영상을 확인하고 나서야 숨을 돌리는 그녀. 쇼핑호스트가 되기 위해선 학생 시절에 방송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실한 정체성을 갖는 게 중요해요. 하나의 커다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에게 인정 받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세요.” 인터뷰 하러 온 기자와 현장 체험을 위해 온 독자를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는 그녀의 모습에서, 홈쇼핑의 주인인 ‘쇼핑호스트’의 진정한 자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활발한 성격은 물론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뛰어드는 최고의 ‘쇼핑호스트’ 유지은, 반나절 동안 그녀의 게스트가 되어 홈쇼핑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 유쾌하고 즐거운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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