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윤기┃빙판 위를 가르는 스타일리스트

– 편집자 주

아마도 이번 달 잡지사와 신문사, 방송사 등의 각종 언론 매체는 연신 밴쿠버 올림픽의 주역 인터뷰를 따느라 골머리를 앓았을 게 분명합니다. 그 사이 럽젠은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으로 차디찬 빙판에서 열정으로 불을 뿜던 5명의 무법 청춘에 집중했습니다. 럽젠은 그들의 뛰는 심장에 주목합니다. 지극히 사적으로.

자꾸만 히죽거리게 된다. 5,000m 쇼트트랙 계주에서 은메달을 딴 뒤 전 세계가 지켜보는 시상대를 무대 삼아 ‘시건방 춤’으로 승리의 기쁨을 통쾌하게 날려버린 그가. 만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미남 주인공의 관상을 지닌 그는 빙상계의 트렌드세터라고 불릴 감각이 충분하나, 아서라! 그는 진득한 천상 쇼트트랙 선수로서의 꿈을 품고 있었다.

(외모 + 개성) x 자신감 = G세대의 진가

선수이기 이전에 개성적인 한 20대로서 헤어 스타일에 잔뜩 힘을 줬다는(!) 곽윤기 선수는 외모로부터 자기만의 독특한 고집이 있음을 눈치채게 한다. 이미 평소 그의 파파라치 컷을 통해 화보 모델 뺨치는 스타일로, 이슈로 모으는 그였다. 외모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말투나 힘 있는 행동에서 느껴지는 당당한 매력은 모두 자신감의 대체된 표현이었다.

“옷 보는 거 좋아해요! 옷이나 이런 패션 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렇다고 따로 쇼핑하러 가는 숍은 없고 대부분 명동이나 압구정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사는 편이에요. 디자이너 브랜드도 좋아하고요.”

왠지 국위선양을 한 쇼트트랙 선수가 아니라 평범한 대학생이어도 캠퍼스 내 유명인사가 되었을 것 같은데, 혹 그는 대학생으로서 가장 꿈꾸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중, 고등학교 때 학교생활을 잘 못했는데 대학교 가면서 학교 친구도 만들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싶었어요. 현재 기회가 안 돼서 못 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어떤 활동이든 꼭 해 보고 싶어요. 특정 주제의 동아리를 하고 싶다기보다 지금 상황으로선 아무 동아리나 다 괜찮을 것 같아요.”

스스로 G세대라 인정하며, 시상대에서 진정한 자신의 애국심을 보여주었다는 그의 당당함에서 G세대의 가능성이 엿보였다.

슬럼프가 있다면 그걸 즐기겠어

곽윤기 선수가 처음 스케이트를 탄 건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허약하고 편식이 심해서였다. 그랬던 그가 이젠 빙판 위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강한 거인이 됐다. 2005년 전국남녀 학생 종별종합선수권대회 남고부 1,500m에서 동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2007년부터 국가대표가 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다. 이후 2008년 2월 월드컵 5차 대회에서는 500m 금메달까지 따 승승장구하던 곽윤기 선수는 아쉽게도 2008, 2009년에는 베이징 월드컵에서 42위를 하는 등 성적이 부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슬럼프 ‘따위’라며, 가늠하기 어려운 좌절로 내성이 생긴 듯 보였다.

“슬럼프요? 쉬면서 극복해요. 바짝 당겼던 고삐를 좀 늦추는 거죠. 안 될 때는 안 되는 거니까. 그래도 훈련은 계속해야 하니까 몰아서 쉬는 편이란 게 맞겠네요. 쉴 때 놀러다니면서 확 풀어요.”

슬럼프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그 위에서 널을 뛰는 듯한 그의 모습. 그런 결과일까. 절대 풀리지 않는 숙제인 듯한 슬럼프를 알아서 극복한 결과, 그는 2009년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종합 4위에 오르며 다시금 실력을 발휘했다.

춤추는 곽윤기보다 쇼트트랙 선수로서 곽윤기로

사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춤 세레모니를 보여준 곽윤기 선수는 그만큼 혹독한(!) 유명세를 치렀지만, 선수로서의 실력이 그에 가려진 것이 사실이다. 올림픽 전 인터뷰에서 계주가 정말 중요하고 마지막에 있는 시합이기 때문에 온갖 노력을 하겠다고 한 만큼 그는 이번 밴쿠버 올림픽 쇼트트랙 계주에서 두 바퀴를 남겨놓고 은메달을 따는 데 가장 결정적인 핵심의 역할을 했다. 운동 말고 자신 있는 게 ‘깝죽거리는’ 거라며 허허실실하던 그가 진중한 눈빛을 보이며 딴 사람이 되었다.

“음, 걱정 없이 살고 싶어요. 항상 우린 선수로서 그런 걱정이 있어요. 앞으로도 세계 선수권 대회나 국가대표 선발전이 있고 이게 끝나도 또 다음 시즌이 있으니까 항상 걱정을 붙들고 살죠. 그런 면에서 박승희 선수가 부러운 게, 어떤 상황에서도 담담한 거예요. 본인 스스로는 둔하다고 하지만 쇼트트랙이 워낙 예민한 경기다 보니 선수로서는 큰 장점이죠.”

앞으로 춤이 아닌 운동선수의 모습으로 인지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그의 확고한 말투에서 곧 그의 실력만으로도 언론의 북새통을 이룰 미래가 머지않아 보였다.

사족 : 기사를 쓴 이후 그가 201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500m와 5,000m 계주에서 2개의 금메달과 더불어 2개의 은메달을 거머쥐었다는 희소식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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