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한 거리에서 피어난 운명적 사랑, 뮤지컬


비정한 거리에서 피어난 운명적 사랑, 뮤지컬 <West Side Story>

장마가 시작되었지만 하늘도 잠시 숨을 고르는 6월 23일. 충무아트홀 앞 광장에서는 이름 모를 악사가 연주하는 색소폰 소리와 함께 시민들이 숨을 고른다. 뮤지컬 <WEST SIDE STORY>가 바쁜 일상 속에 내리는 단비가 되어 줄 것을 기대하며 한가로운 사람들을 지나 충무아트홀로 입장한다.

글,사진_김은별/13기 학생기자/이화여자대학교 생명과학과 05학번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운명적인 사랑은 왜 모두 비극으로 끝나는 걸까. 평소 ‘로미오와 줄리엣’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이유가 있다면 납득할 수 없는 비극 때문이었다. 세간에서 들려오는 <WEST SIDE STORY>의 줄거리도 마찬가지였다.
 
댄스파티에서 만난 남녀, 알고 보니 자신의 오빠를 죽인 원수.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애틋해 단둘이 도망치려는 도중 발생한 사고. 어떤 관객의 입장에선 ‘비극이어야 재미있으니까’ 라는 생각이 들 지도 모르지만,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비극을 억지로 아름다운 사랑이라 감정을 이입하며 보는 것은 약간은 힘들 거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눈과 귀로 느끼는 뮤지컬

조명이 꺼지고, 웅성거리던 사람들도 숨을 죽인다. 힘찬 음악과 함께 춤이 시작됨과 동시에
스토리 구성을 미리 보고서 약간의 편견과 함께 투덜거리는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뮤지컬이 시작되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WEST SIDE STORY>는 댄스 뮤지컬이라고 불러도 이의를 달기 힘들 정도다.
강렬한 춤으로 시작해서 강렬한 춤으로 끝난다. 무대는 역동적인 춤 덕분에
줄곧 힘과 긴장감이 흘러 넘친다.
 
조명은 역동적인 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데 한껏 일조한다.
유명한 ‘댄스파티’ 장면에서 남녀 주인공 토니와 마리아가
한 눈에 반해 서로를 응시할 때 조명은 두 사람에게 강렬한
빛을 비추고, 그 때 다른 이들은 마치 간유리를 씌운 듯
어슴푸레한 조명을 받으며 무대 뒤에서 슬로 모션으로
움직인다. 토니와 마리아가 첫 키스를 나눈다.
이건 조명 예술이다.
 
색(色)과 의상 또한 지지 않는다.
색상은 단촐하다. 네 가지 색이 무대를
지배한다. 파랑은 제트, 빨강은
샤크, 하양은 토니-마리아,
검정은 아니타가 대표한다.
색만 봐도 누가 누군지
쉽게 알 수 있다.
샤크파 두목 베르나르도가 제트파 두목 리프를 결투에서 죽이고, 리프의 친구 토니가 다시 베르나르도를 죽인다. 베르나르도는 사랑하는 마리아의 친오빠다. 비극이다. 베르나르도와 리프의 죽음을 애도하는 군무(群舞)가 펼쳐진다. 이 때 출연자들은 모두 맨 발에 흰 옷을 입는다.
군말이 필요 없다. 색이 모든 것을 말한다.

춤, 노래, 연기, 조명, 의상, 무대장치, 소품이 제 역할을 다해 ‘뮤지컬은 이래야 한다.’고 온몸으로 말해주는 뮤지컬, <WEST SIDE STORY>에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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