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 문화, 한철 유행이라 누가 말했나

축구 하면 브라질, 농구 하면 미국, 탁구 하면 중국, 양궁 하면 우리나라가 떠오른다. 브라질 없는 월드컵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 없는 국제대회를 상상할 수 없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비보잉” 대회이다. 한국의 비보이들은 이미 누구나 인정하듯 각종 대회 우승 경력을 자랑하며 세계 최고수준의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비보이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비보이의 시작을 찾아 역사를 더듬어 보면 그 중심에는 1960년대 미국 뉴욕에서 DJ로 명성을 높이던 DJ 쿨 허크(DJ Kool Herc)가 있었다. 그는 주로 가족과 지인의 집에서 파티를 열며 DJ로서의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는데, 레코드에서 비트만 반복되는 곡 중반부의 짧은 부분을 잘라내어 그것을 길게 플레이하려고 했다. 그는 똑같은 두 개의 레코드판을 사 두 개의 턴테이블에 각각 올려놓고 같은 부분을 번갈아 틀었고, 그러면서 비트 위주의 음악을 즐기는 뉴욕의 파티 문화를 점령해 나갔다고 한다. 이른바 힙합(hip-hop)이 그의 손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커지던 파티에서, 언제부턴가 쿨 허크가 “B-boys go down!”을 외치면 브레이크댄서들이 무대로 나와 브레이크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즉, 비보이(b-boy)는 브레이크댄서(breakdancer)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며 그 의미가 점차 확대되어 지금은 일정 난이도 이상의 힙합 춤을 구사하는 춤꾼들까지 b-boy라 칭하게 되었다. 좀 더 정확히는 브레이크댄스를 추는 남자춤꾼이 b-boy, 여자춤꾼은 b-girl인 것.

한국의 비보이가 세계 최고가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투철한 프로정신”이다. 브레이크댄스를 취미로 여기는 외국의 비보이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비보이들은 ‘춤은 곧 내 삶’이라는 프로정신으로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연습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한다. 또 다른 이유는 신체적인 특징이다. 바로 외국인보다 짧은 다리이다. 웃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다리가 짧으면 빠르고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 비보이들의 의견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슬림하고 긴 다리가 대세이지만 비보이에게는 짧은 다리가 장점인 것.

한참 비보이 붐이 일었던 만큼 사실 그 정체기 또한 찾아왔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비보이 열풍도 한차례 그 열기가 식은 것이 사실. 하지만 지난 6월, 국내 유명 비보이 크루인 ‘맥시멈 크루’가 프랑스 상브리옹에서 열린 제5회 운베스티 배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과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비보이 문화를 ‘지나간 유행’이라 치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

또한 지난 7월 3~4일에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비보이 월드컵 격인 ‘R-16 코리아 2010’이 열리기도 했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 스페인 등 세계 16개국 참가팀이 대결을 펼쳐 우승팀을 가린 이번 대회에서 비보이 배틀은 네덜란드 팀, 락킹 부문은 일본팀, 팝핀 배틀은 한국의 팝핀 제이가 우승했다. 특히 비보이 배틀은 결승전에서 네덜란드와 브라질 팀이 결승전을 벌여 월드컵 경기와다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후문.

워낙 실력있고 잘하는 비보이 크루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손꼽히는 실력을 가진 크루를 꼽자면 세계 비보이 월드컵 격인 “2009 배틀 오브 더 이어”에서 이례적으로 2년 연속 우승한 “갬블러크루”가 있다. 비보이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플래닛 비보이’에도 출연한 그들은 올해에도 CYON B Boy Champion에서 우승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이들이 우승한 대회인 CYON B Boy Champion는 2007년 첫 회를 시작으로 올해가 4회째이며, CYON이 주최하고 (사)한국비보이협회가 주관하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비보이 대회다. 전국 3개 도시에서 순회방식으로 예선을 거쳐 최종 8개 팀이 본선을 치르는 관객들과 함께 환호하고 한대 어우러지는 열정의 무대. 올해는 지난 5월 29일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 홀에서 그 뜨거운 열기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8개 팀의 숨막히게 화려한 퍼포먼스와 탄성을 자아내는 댄스 배틀이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웠다는 평. 특히 올해의 CYON B Boy Champion에서는 국내 최정상급 가수들이 모였던 “롤리팝 콘서트”까지 함께했다. 엠블랙, 타이거JK+윤미래, 은지원, 슈프림팀, 에픽하이 등의 가수가 출동하여 화끈한 현장에 더욱 불을 질렀다. 춤에 미치고, 음악에 흥분하고, 온몸으로 전율하는 비보잉. 우리의 눈과 귀를 열리게 할 이런 멋진 기회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있기를 바랄 뿐.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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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럽젠
    오우~ 그건 10대 때 이야기입니다 ^^;;
    절대 기대하지 마시길요 ! ㅋㅋㅋㅋㅋ
  • 야구박사신박사

    이제서야 이런 글을 봤네요...ㅠㅠ
    다들 한 춤 하신다는데 언제 볼 기회가 있겠죠? ^0^
  • 으헣

    @박보람 기자
    보람 기자님, 연습했던 프리즘 꼭 좀 보여주세요 !!!!!! ^^
  • 으헣

    @오성윤 기자
    저도 학교복도에서 원킥, 투킥, 쓰리킥 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웃음).
  • 박보람

    와, 악! R-16 재밌는데 T^T 비보잉보다 릐스펙트16에선 락킹 배틀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ㅎㅎ숨은 묘미랄까요. 사이언 비보이 배틀도 유명해서 댄스 동아리는 단체로 가고 그런답니다. 캬, 한때는 저도 오성윤 기자님처럼 프리즘을 연습했었는데
  • N

    학교복도에서 원킥 좀 하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세계에서 유명한 대한민국 비보이, 우리들의 관심이 너무 줄어든것같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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