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향해 쏴라











“제품은 쉽게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지만 성공적인 브랜드는 영원하다”. 세계 3대 광고 대행사 중 하나인 WPP Group의 스테판 킹(Stephan King) 전 회장의 말이다. 단순히 좋은 물건을 값싸게 만든다고 해서 그 물건이 잘 팔리는 시대는 갔다. 좋은 브랜드 하나가 죽어가던 기업을 살리기도 하고, 잘 나가던 기업을 사지로 몰아넣기도 한다. 브랜드가 기업의 생사를 좌지우지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싸이언은 싸다?’ LG CYON의 초창기 브랜드명은 CION이었다. ‘싸다’와 발음이 비슷해서 일까. 소비자들 사이에서 CION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품질과 서비스에서 삼성의 애니콜에 뒤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CION은 애니콜을 살 수 없을 때 선택하는 차선책의 이미지로 굳어져 있었다. 당시 LG는 브랜드 철수까지 고민할 만큼 상황은 심각했다. 이런 ‘꿩 대신 닭’의 신세를 모면해보고자 LG가 취한 행동은 CION에서 I를 Y로 바꾼 것.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CYON을 보고 ‘싸다’ 대신에 ‘사이버’라는 단어를 연상하기 시작했고, 떨어졌던 시장점유율도 치솟게 된다.


‘몽쉘통통’이 ‘업그레이드 몽쉘’이 된 사연도 기막히다. 사실 몽쉘통통은 통통 튄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다. 하지만 다이어트에 목숨 걸고 있는 여성 소비자들에겐 통통의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아마 ‘나보고 이거 먹고 통통해지라고?’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을지 모른다. 결국 몽쉘통통은 통통대신에 업그레이드라는 수식어를 붙였고, 초코파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다. 바꾼 이름 그대로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CYON과 업그레이드 몽쉘, 두 가지 사례 모두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의 중요성을 말해주고 있다.







요즘 브랜드 마케팅 추세는 단순히 어떻게 좋은 이름을 짓는가 하는 브랜드 네이밍(Brand Naming)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브랜드 경영(Brand Management)이라는 총체적인 브랜드 관리가 대세다.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유기선 교수는 “브랜드는 모방이 불가능한 무정형의 가치 중 하나”라며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 오랜 기간 동안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적 브랜드 조사기관인 인터브랜드(www.interbrand.com)는 비즈니스 위크지와 함께 매년 세계 100대 브랜드를 발표한다. 지난 2004년 ‘가장 비싼’ 브랜드는 코카콜라였다. ‘코.카.콜.라’ 이 네 글자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673억 9000달러. 지난 해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그 뒤를 마이크로소프트가 613억 7000달러로 바짝 뒤쫓았다. 고작 음료수 회사가 요즘 한창 잘 나가는 IT기업들을 누르고 브랜드 가치 1위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빨간 옷과 흰 수염 그리고 인자한 웃음의 산타 클로스. 크리스마스만 되면 아이들을 설레게 하는 산타 클로스는 과연 어디서 유래했을까?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 클로스는 1931년 코카콜라 광고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산타 클로스 전설은 나라마다 다양했고 기념방식과 기념일도 달랐다. 이름조차 생트 헤르, 페레노엘, 크리스 크링글 등과 같이 제각기 다르게 불려졌다. 이렇게 각기 다른 산타 클로스를 코카콜라가 현재 우리에게 알려진 이미지대로 산타 클로스를 창조해낸 것이다. 산타 클로스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옷과 흰 수염은 바로 코카콜라의 로고색과 콜라 거품을 상징한다.

이 밖에도 허리가 잘록한 컨투어 병. 1893년 상표등록 된 이래 변함없는 코카콜라 특유의 스펜서체. 코카콜라에 친근한 이미지를 부여했던 북극곰 CF 등등.

1세기 전에 시작된 음료수 브랜드가 요즘 한창 잘 나가는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앞선다. 비결은 코카콜라 초기의 전통을 유지하는 철저한 브랜드 경영이었다.









코카콜라의 브랜드 경영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1985년 출시한 ‘뉴 코크’가 화근이었다. 당시에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의 젊음과 생명력을 브랜드 이미지로 내건 팹시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1984년에는 코카콜라와 팹시의 시장점유율 격차가 2.9%까지 줄어들기에 이른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코카콜라가 젊은 세대를 겨냥한 뉴 코크를 출시하는데…

문제는 뉴 코크를 출시하면서 기존 코크의 생산을 중지해버린 것. 소비자들은 코카콜라가 100년 가까운 전통의 맛을 저버렸다며 분노했고, 뉴 코크 보이콧 운동까지 일어날 지경이었다. 결국 코카콜라 중역들이 공개 사과하고, 코카콜라의 맛을 본래대로 되돌리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사건은 겨우 일단락 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1980년대 마케팅 역사상 최고의 실수라고 평가한다. 가장 큰 원인은 코카콜라의 브랜드 이미지 ‘변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었다. 큰 대가를 치렀지만, 코카콜라는 이 사건을 계기로 브랜드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지난 3월 22일 LG는 LG 브랜드 출범 10주년을 맞아 LG WAY를 선포했다. LG WAY는 세계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달성하기 위한 그룹차원의 총체적인 브랜드 경영 프로그램이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은 이날 기념식에서 영상편지를 통해 “LG가 Gold Star 브랜드를 LG브랜드로 훌륭하게 변화시킨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내가 어렸을 때 본 것은 반 접힌 불가사리도 왕관모양도 아니었다. 빌 게이츠의 말대로 LG의 전신인 금성전자의 심볼마크였다. 불가사리와 금성전자. 비록 조금(?) 빗나가긴 했지만, 어린 아이에게 이렇게 확고한 인상을 남긴 금성의 브랜드 경영은 성공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마케팅 전문가가 지적하는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제공하는 브랜드라고 한다. LG WAY의 주된 내용은 LG의 경영이념인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통한 LG의 브랜드 이미지 강화다. 아무쪼록 LG WAY가 성공해, LG가 고객들이 언제나 변함 없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기대해본다. 언젠가 LG가 코카콜라를 밀어내고 브랜드 가치 1위에 오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