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사진 기자

인간의 기억은 유한하기에, 우리는 기록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특히 기록의 가장 보편적인 수단인
사진의 존재는 그 시대를 영원히 박제시키는 역사가 되어왔고,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도 했다. 한 장의 사진으로 수천 명의 목숨을 구하기도 하고, 나라의 전쟁을 멈추게도 했던 역사의 주인공, 바로 보도사진 기자의 이야기다.

사진기자의 24시, 불규칙 속의 규칙

보도사진 기자의 일상은 얼핏 보면 ‘불규칙’ 투성이다. 출근하자마자 그날의 사건과 보도자료를 꼼꼼히 살핀 뒤에야 그날의 일과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사건취재 외 날씨를 담은 풍경이나 인물 인터뷰 사진을 찍거나 여행 사진을 얻기 위해 지방으로 갑자기 출장을 가야할 때도 있다. 이런 업무의 특성상 사진부 사물함 안에는 언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배낭을 비롯한 등산화, 우비, 장화, 잠바, 속옷과 세면도구 등 갖가지 장비들이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이 속에도 나름의 원칙이 존재한다. 야근과 조기출근의 주기와 출장 주기 등은 기자의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분배된다. 보통 사진기자는 매일 밤샘 일이 잦다는 소문이 있지만, 실제로 수습기간을 마치고 나면 드물다.

한 장의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까지

우리나라 주요 신문사에 소속된 사진기자는 10여 명 안팎이다. 이들 대부분은 편집국의 사진부에 소속되어 있고, 일부는 편집부 등 다른 부서에 소속되어 있는 예도 있다. 사진부 내에선 세부적으로 맡는 사건에 따라 팀이 나뉘어 있다. 한겨레 신문사를 예로 들면,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뉴스 사진팀’, 청와대와 국회 등 정해진 출입처를 담당하는 ‘정당팀’, 기획기사에 실릴 사진을 담당하는 ‘기획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취재 아이템은 매일 아침 사진부장과 각 팀장이 회의를 거쳐 기자들에게 배당한다. 기자는 배당된 아이템 종류에 따라 현장으로 가서 찍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기획하고 장소를 물색해서 사진을 얻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그날 오후, 해당 팀장과 사진부장을 거쳐 사용 여부가 결정되고, 최종적으로 사진부장과 편집부장, 편집국장의 회의를 통해야만 신문에 실리게 된다.
또 신문사 소속 기자가 찍지 못한 사진은 연합뉴스, 뉴시스와 같은 통신사의 사진을 가져다 쓴다. 보통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데, 이를 통해 통신사의 사진에 대한 사용권을 얻는다. 통신사에는 신문사보다 훨씬 많은 사진기자가 있으며, 이들은 전국의 사건을 담당한다. 최근 신문사에서는 기자들이 가기 어렵거나,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일반 현장사진은 연합뉴스나 뉴시스와 같은 통신사의 사진을 많이 쓰고, 기획기사와 같은 해당 신문사만의 차별화된 사진에 집중하는 추세다.

포토그래퍼가 아닌 포토 저널리스트

사진기자는 ‘사진’ 기자라기보다는 사진 ’기자’다. 사진을 잘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진만 잘 찍어서는 사진기자가 될 수 없다. 사진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취재기자와 똑같이 ‘언론고시’라 불리는 입사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시험 내용도 1차 서류전형, 2차 필기시험(국어+영어+상식, 작문), 3차 실무능력평가, 4차 심층면접(합숙면접 혹은 임원면접)까지 취재기자와 모든 과정이 동일하다. 다만, 실무능력평가를 ‘남대문시장에서 3시간 동안 10장의 기획사진을 찍어오라.’라는 식의 글이 아닌 사진으로 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최근 급변하는 언론 환경으로 사진기자와 취재기자의 구분이 점차 모호해지면서 사진기자의 저널리스트적인 측면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이제 사진기자도 현장에서 사진만 찍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써야 하며, 취재기자 역시 사진을 찍어야 한다. 또 신문사마다 각 홈페이지에도 신경을 쓰면서 사진기자에게 간단한 동영상 촬영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진기자가 만능 저널리스트로 되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사진기자라는 직업의 역할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1) 어이쿠
2001년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 최종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신세계농구팀의 선수들이 단장을 헹가레 치다 떨어뜨리고선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2) 때려봐
지난 92년 용산 미군기지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들이 미군 헌병의 제지를 받고 있다.
3) 불합격자 부녀의 아픔
지난 96년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운동장에서 합격자발표를 보러 왔다 불합격을 확인하게 된 한 수험생이 아빠의 손에 이끌려 운동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해마다 합격한 사람보다 훨씬 많은 수험생이 불합격한다.
4) 1초라도 더
90년대 초반. 한 여고생이 체력장 시험 ‘오래 매달리기’ 종목에서 1초라도 더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Mini Interview <한겨레> 곽윤섭 기자의 보도 사진기자 탐구
지난 20년간 <한겨레>의 사진기자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 곽윤섭 기자. <한겨레21>의 사진팀장을 거쳐 지금은 스페셜콘텐츠팀에서 기획사진을 찍고, 독자를 대상으로 사진강의를 하는 그를 만났다.

럽젠Q : 사진기자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사진의 가장 큰 힘은 글보다 빠르게 인식 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거에요. 오래된 사건을 떠올릴 때, 기사는 기억하지 못해도, 사진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잖아요. 또, 글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사진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요. 이런 점에서 사진은 커뮤니케이션의 강력한 도구라고 할 수 있죠. 내가 찍은 사진이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다가가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사진기자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죠.

럽젠Q : 사진기자의 장비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카메라부터 말씀드리면, 기자들이 쓰는 카메라는 캐논과 니콘이 비율이 거의 5:5 정도 되는데요. 보디는 대부분 두 회사의 플래그십 모델(최상급 기종)을 써요. 또 렌즈는 대부분의 기자가 16-35mm, 24-70mm, 70-200mm 이렇게 3가지를 들고 다니죠. 또••• 사다리도 필요해요. 시위현장 같은 곳에 나갈 때는 헬멧까지 가져가죠. 예전에는 렌즈 갈이 끼울 시간이 아까워서 2개의 보디와 4개의 렌즈를 한꺼번에 들고 다니기도 했는데요. 이 모든 걸 합치면 무게가 20kg을 훨씬 넘죠.

럽젠Q : 기자생활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난 90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세계 탁구 선수권대회’에 출장을 갔을 때에요. 그때는 저는 기자 초년병 시절이었죠. 현장에는 국내 신문사 기자와 외신기자들이 많이 몰려 있었어요. 그 때 기자들끼리 포토라인을 정하고 그 선 밖에서 찍기로 했는데, 어떤 한 기자가 포토라인을 넘어 뛰어들어간 거에요. 원래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서로 선은 지키자는 약속을 했었는데, 한 사람이 뛰어들자 다른 기자들까지 모두 뛰어들었죠. 제가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지만, 그 사이 상황은 종료되고 결국 저 혼자만 사진을 못 찍게 되었어요. 당연히 신문사에서는 바보 취급당했고요. 사진기자의 이런 면은 고쳐야 할 부분이에요.

럽젠Q : 자신만의 차별화된 사진을 찍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요?

같은 현장에서 찍는 사진은 거의 같은 결과물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찍었는데 다음 날 신문마다 똑같은 사진이 실리는 걸 보면 회의감이 들죠. 그래서 일부러 남들이 잘 찍지 않는 장소를 찾아다녀요. 높게 혹은 반대편에서 찍기도 하고요. 이렇게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것이 사진기자를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럽젠Q :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예가 있다면?

지난 96년인데요. 대입 발표 시즌이라 이화여대로 사진을 찍으러 갔었어요. 그때만 해도 지금처럼
인터넷이 아닌 운동장에 대자보를 붙여서 합격발표를 했죠. 그때 몇 명의 사진기자도 같이 갔는데 다들 합격한 학생의 모습만 찍는 거에요. 사실 합격한 사람보다는 떨어진 사람이 훨씬 많은 데도 말이죠. 그래서 저는 떨어진 학생들의 모습을 찍기로 했어요. 그리고 울고 있는 한 여학생과 그를 데려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발견했죠.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진에 사진부장도 흥미로워했고, 다음 날 독자들의 반응도 좋았어요.(웃음)

럽젠Q : 다른 시각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나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해요. 이것은 대학 다닐 때부터 훈련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어요. 어떤 상황에서 결정적 순간을 잡는 것은 기술이 아니고, 그 순간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거든요. 사진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눈. 이를 위해서는 많이 보고 듣고, 경험을 쌓아야 해요. 신문, 영화는 기본이고 만화책도 섭렵하면 좋죠. 여행도 많이 다니고요. 사진만 잘 찍고, 사진만 많이 봐서는 좋은 사진기자가 될 수 없어요. 그저 시키는 대로 찍을 뿐이죠. 좋은 포토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으면 뉴스를 발견하는 힘이 있어야 하고, 그 힘은 기자의 경험과 생각에서 나옵니다.

럽젠Q : 사진기자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요?

언론사 사진기자의 문이 굉장히 좁아졌어요. 사진기자를 꿈꾸는 이들은 많아지는데, 자리는 점점 줄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진기자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에요. 요즘은 마음만 있다면 언론사에 입사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사진기자가 될 수 있어요. SNS가 발달하고 블로그의 힘이 세지면서 몇몇 파워 블로거들은 현장에서 언론사 사진기자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기도 해요. 자신이 정말 하고 싶다면 지금부터 시작하세요. 카메라나 출입증(언론사 사진기자에게 주어지는 프레스 카드)은 탓하지 말고. 요즘은 신입 공채보다 경력직 특채를 더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자신만의 사진을 찍어나가다 보면 나중에 언론사에서 당신을 찾을 겁니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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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미승
    3번사진. 제가 듣는 보도사진론 교재에도 실렸더라고요. 곽기자님 인터뷰 직후에 발견한거라 왠지 더 반가웠던 사진이죠! (시험엔 나오지 않았지만...)
  • 뿌리다

    아, 흥미로워요. 3번의 사진, 당시에 독자 엽서라도 보내고 싶은 명장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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