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 향과 추억내음 가득한 이곳은, ‘와플하우스’입니다















간식이라는 개념 자체가 어색했던 17년 전, 숙대 앞 한 소박한 가게에서는 고소한 향의 ‘와플’이 구워져 나온다. 조그만 테이블에 앉은 여대생들은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며 와플을 반으로 잘라 나눠먹는다. 이것이 ‘와플하우스’ 초창기 시절의 모습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풍경 그대로가 지금까지도 남아있다는 것. 이것이 와플하우스의 첫 번째 매력이다.
화려한 장식 하나 없는 하얀 벽에 네모난 테이블, 각 테이블 별 와플 값도 손님이 직접 노트에 적어 표기하는 이 곳. 현대적인 인테리어에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68년 생 와플하우스 사장님은 여전히 ‘맛있는 음식, 진실한 가격’만을 고집하고 있다. 물론 현대적인 분위기에 물든 최근 신입생들의 발걸음은 그리 잦지 않다는 안타까운 소리도 들리지만, 맛뿐만 아니라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마저 아끼고 있는 단골손님과 학생들로 인해 오늘도 와플하우스는 계산대 위의 볼펜과 다닥다닥 붙은 테이블이 손님들을 반긴다.



와플하우스의 주요 메뉴는 ‘와플’과 ‘딸기 빙수’. 쉐이크, 햄버거 등의 다른 메뉴도 있지만 두 테이블 건너 한 테이블은 이 두 메뉴가 자리잡고 있을 만큼 계절을 가리지 않는 인기메뉴다. 빙수라고 하면 여름에만 즐겨먹는 메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곳에서만큼은 예외다. 빙수 위에 소복이 쌓인 생딸기, 그리고 그 위에 쓰러질 듯 담긴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이 딸기빙수의 묘미다. 이 둘을 함께 먹는 방식도 가지 각색이다.
와플 위에 잘 섞은 빙수를 올려 먹기도 하고 빙수와 와플을 따로 먹기도 하니 먹는 사람 마음인 것이다. 이제는 와플 혼자만 덩그러니 있으면 외로워 보인다는 이은규 학생(숙명여대 인문 05)의 생생한 증언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딸기는 청과시장에서 그날 바로 올라온 것으로 언제나 싱싱한 딸기를 만날 수 있다. 비밀리에 양념되어(알바생들도 그 현장을 보기란 불가능할 정도) 더 달콤하게 재탄생한 딸기만이 이 빙수 위에 올라갈 자격이 주어진다. 지금처럼 딸기가 사계절 내내 존재하지 않았을 적에는 딸기 빙수를 대체하기 위해 복숭아, 포도 빙수들이 그 자리를 꿰차기도 했지만 딸기 빙수의 압승은 당연지사. 하우스 딸기가 일반화되면서 겨울에도 딸기빙수의 인기는 여전했다. 매년 12월 10일 정도 비닐하우스 딸기가 들어오기 시작하면 가게 앞에 딸기 상자를 쌓아놔 딸기빙수가 시작됐음을 알렸고, 그 사인을 알아챈 단골손님들은 결코 지나치지 않았다는 사장님의 그 시절 뒷 이야기가 그 인기를 입증해준다.





17년 전통인 만큼 음식 속에 깃든 노하우도 상당하다. 예전에는 버터만 섞어 반죽을 했는데 이제는 고급스러워진 손님들의 취향에 맞춰 그 맛을 변화시켰다고. (하지만 그 맛의 비결은 아쉽게도 공개할 수 없단다). 사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반죽을 붓고 일정 시간 동안 구워내 만드는 일이 간단해 보이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와플을 만드는 기계도 웬만큼 나이가 들어 기계마다 구워지는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연륜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와플의 온도도 매장용과 포장용이 다르다. 포장용 와플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버터가 빨리 녹아 쉽게 눅눅해지기 때문에 약간 식혀 내보낸다고. 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이 말, 와플하우스의 와플에도 마침맞은 속담인 듯 하다.




한 곳에서 오래 자리잡고 있었던 만큼 오래된 단골손님들의 수도 꽤 많다. 학생시절부터 꾸준히 찾고 있는 숙대 교수들도 상당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누가 일러주기 전에는 교수인지 학생인지 분간이 안 될 때가 많다고 한다. ‘숙대 여자친구를 한번이라고 사귀어 본 남자는 와플하우스에 꼭 한번은 와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커플들도 이 곳의 주 손님 층이다. 마침 자리하고 있던 커플 역시 메뉴를 시키는 모양새가 한 두 번 찾은 솜씨가 아니다. “여자친구가 기숙사에 살고 있어서 데려다 주면서 자주 와서 먹어요. 이건 비밀인데 돌아갈 때 다시 들려 포장해가기도 합니다.”(건대 체육학부 05)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숙대생들만 찾는다는 생각은 성급한 판단의 오류다. 동네 주민들에게도 이 곳은 정겨운 휴식 장소. 엄마와 함께 인라인을 타다가 잠시 쉬러 들렸다는 꼬마 손님은 요즘 커피쉐이크에 맛이 들렸다며 깜찍한 포즈까지 취해준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일부러 내려 먹고 가는 손님들도 있다는 것이 이 곳 알바생의 귀띔이다. 이렇게 와플의 깊은 맛뿐만 아니라 정겨운 추억의 맛, 와플하우스만의 분위기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도 와플하우스의 하루는 시끌벅적하다.

글,사진_이지현 / 12기 학생기자
숙명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04학번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소챌 스토리 더보기

대학생 집콕러를 위한 월간 소비

편지가게 글월,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게 언제예요?

비전공자를 위한 교양서

비전공자를 위한 전공자의 교양서 큐레이션

일본어 번역가 강민하 | 마음까지 전하는 번역

VEGAN ESSAY 의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입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식생활 실전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먹고 있습니다

VEGAN ESSAY 입문편ㅣ스물 한 살의 비건인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