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보다 수집하기, 덕후들이 사는 법 2탄 – 패션 ‘생활한복’ 덕후 이혜연

“이걸 보면, 네가 생각나.” ‘버리기’를 강조하는 시대, 수집하는 즐거움을 뻐기는 3명의 덕후들. 덕질은 덕질로만 끝나지 않는다. 나란 존재를 대변하기도, 세상과 소통하기도 한다.
 
1_ 캐릭터 ‘브라운’ 덕후 정은서 | “이제 나만의 ‘색깔’인 것 같아요.”
2_ 패션 ‘생활한복’ 덕후 이혜연 | “여러 경험을 하려고 해요. 한복도 그 선상에 있죠.”
3_ 감자칩 ‘프링글스’ 덕후 박유술 | “덕후와 소통하는 전시회, 어떨까요?”

한옥마을이나 궁 나들이에서 한복을 입고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풍경들. 여전히 한복은 일상적이기보다 ‘특별함’과 한 발짝 밀접해 있다. 생활한복 덕후 이혜연의 특별함은 때깔이 좀 다르다. 모으고, 입고, 만들고, 행하면서 그녀의 일상은 특별해졌다.

START. 100m 밖에서도 너인 줄 알겠다

먼발치에서도 대학생 ‘이혜연’을 알아채기, 바로 생활한복 덕이다. 그녀는 한복을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케이스는 아니다. 덕질은 단순한 관심에서 고민을 거치면서 점점 빠져들어 간 결과였다.

“어렸을 때부터 한복과 국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관련 활동을 찾다가 풍물패를 알게 되었죠. 2년간 활동하면서, 연습할 때 외에도 학교에서 풍물패 공연 의상을 자주 입게 되었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예쁘게 입을까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었죠.”

이렇게 시작한 그녀의 고민은 공연 의상을 넘어 전통한복과 생활한복으로 이어졌다. 특별한 옷으로 여겨지기보다 우리 일상에 녹아든 한복을 꿈꾸었던 것. 종종 생활한복을 입고 거리를 나선 그녀에게 ‘100m 밖에서도 너인 줄 알겠다.”라는 친구의 애정 섞인 핀잔은 이미 익숙했다. 모교인 연세대학교에선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유명인!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평소 제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어요. 모두 편안하게 즐기는 한복이 되었으면 하거든요.”


인스타그램(hyenniii_hanbokmaniac)에 공유된 그녀의 보통 날.


생활한복이 오히려 기성복보다 어디에나 어울릴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일상 컷.

최근 생활한복에 대한 늘어난 관심을 반추하듯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련 정보를 묻는 사례도 많아졌다. 안면도 없는 사람과 연결되는 코드, 바로 ‘한복’이었다.

MAKE. 모으고 입는 것을 넘어서 만들기


이너 스타일링에 따라 섹시한 느낌마저 주는 철릭 원피스 스타일. 사진 : 다담 황길체.

그녀가 소유한 38벌에 달하는 한복 중 가장 아끼는 아이템은 무엇일까? 바로 여러 가지 스타일로 활용할 수 있는 철릭 원피스다.

“철릭 원피스란 과거 관복으로 쓰였던 ‘철릭’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여성의 원피스로 만들어진 생활한복의 일종이에요. 제 애장품은 검은색 바탕에 차분하면서도 화려한 듯한 패턴이 있어 활용 범위가 상당히 넓죠. 덕분에 애용하게 돼요. 단품으로 입어도 좋지만, 아우터로 활용하면 더욱 감각적인 느낌을 연출할 수 있죠. 단색의 허리 스커트를 이너에 매치해 입으면 차분한 느낌도 난답니다.”


한복은 어떤 기성복보다 관리가 중요한 법. 이혜연 생활한복 덕후의 방.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한(!) 스타일링을 위한 액세서리.


본인 스타일에 맞게 직접 제작한 소품.

그녀가 추천하는 스타일링법은 한복과 기성복의 믹스앤매치다. 생활한복을 처음 입어보는 사람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데다가 쉽게 멋을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채도가 낮은 생활한복과 기성복을 믹스앤매치해보세요. 만일 채도가 높거나 패턴이 있는 생활한복이라면, 다른 검은색 생활한복 혹은 기성복과 스타일링하면 좋죠.”

스타일은 관심이 있으면 있을수록 욕심나는 법. 이런저런 방법으로 생활한복 스타일링을 연구하는 것에 이어 그녀는 직접 액세서리를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저것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서 댕기, 귀주머니, 노리개, 전통매듭 팔찌 등을 만들어보았어요. 평소 액세서리 제작을 배울 기회가 생기면 빠지지 않았죠. 드라마나 영화에서 예쁜 아이템을 보거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탐나는 액세서리가 있으면, 배운 것을 토대로 만들어보곤 했답니다. 한두 번 제작하다 보니, 손에 익어서 점점 다양한 것을 만들 수 있었어요.”

ENJOY. 나만이 아닌 모두와 함께 한복

현재 그녀는 연세대학교의 한국 문화 홍보동아리 ‘하랑’의 회장이란 감투도 쓰고 있다. 매달 ‘연세대학교 한복 입는 날’을 기획해 더 많은 학생에게 한복을 알리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나만의 한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한복이 되기 위해 달리는 그녀는 지난 2016년 11월 6일 ‘하랑’과 함께 <신촌, 한복을 품다> 행사의 기획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작년 연세로에서 진행한 제1회 <신촌, 한국을 품다>는 ‘하랑’이 만들어진 2015년 6월 이후 진행해온 <홍대 한복데이>와 <서울 한복데이>의 연장선에 있는 행사예요. 단순히 한복과 전통문화를 소소하게 즐기는 것을 넘어 ‘하랑’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행사로 기획했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와 공연으로 이목을 잡고, 여러 한국문화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선보이는 부스를 마련해 참여자의 만족도가 높았어요. 무엇보다 여러분이 한복을 입고 신촌을 배회하며, 한 벌 장만하고 싶었다고 말한 것에 의의를 둡니다.”

이 행사에선 5여 가지 한복 브랜드가 참가해 한복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할 기회를 제공했다. 한국문화 체험 교육 센터 ‘아리랑 스쿨’과의 연계로, 해금 연주를 들려주며 신촌 지역의 학생과 여러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비단 행사 기획 뿐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책자를 제작하기도 했던 그녀. 어떤 계획을 더 숨기고 있을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려고요. 한복 관련 활동 역시 이런 노력의 연장선에 있죠. 오래전부터 예술경영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지금까지 했던 활동 외 색다른 한복 관련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그녀의 덕질은 점점 진화한다. ‘나를 가장 매력적으로 만들어주는 옷’으로부터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한 것처럼. 생활한복을 모으고 입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행사를 기획해 하나의 문화로 공유하려는 그녀의 도약. 이혜연의 내일? 보지 않아도 밝을 것이다.

LG Social Challenger 150930
LG Social Challenger 곡숙진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화학쟁이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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