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의 <반 실라핀(Baansilapin)> | 200년 된 수상 가옥 속 전통 탈

물길을 중심으로 빼곡하게 들어찬 낮은 수상마을. 매주 태국의 탈 공연이 조용한 이곳의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사진 _ 박찬희(LG소셜챌린저 24기)

과거의 방콕은 물길이 많아 ‘물의 도시’라고 불리었다. 현재도 다른 도심에 비해 관광이 아닌 대중 교통수단으로 배가 보편화한 것이 그 증거다. 방콕 도심 외곽지역인 톤부리 지역은 그 물의 도시의 명맥을 잇고 있다. 차오프라야강에서 운영하는 수상택시와 보트가 지나는 경로이긴 하나 정거장이 되진 않는다. 마을의 이름인 방루앙(Bangluang)은 그래서 소외되었고, 덕분에 한적하다.


방루앙의 수로. 정작 차오프라야강보다 더 맑다. 메깃과의 물고기가 팔딱팔딱 살아있음을 알린다.


<반 실라핀> 입성을 환영합니다. 마을의 시그니처인 ‘빨간 아저씨’ 조각상.

<반 실라핀>은 방루앙의 끝자락에 위치한다. ‘반’은 집, ‘실라핀’은 예술가라는 뜻이다. 태국에서는 아이돌 스타는 물론 거의 모든 분야의 예술인들을 ‘실라핀’이라고 부른다. 200년은 족히 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 수상 가옥은 마을의 수로를 따라 이어진다. 방루앙의 전체 가옥은 실제 현지인이 거주하는 집만이 아니다. 저렴한 커피와 맛있는 음식을 팔거나 아기자기한 기념품 상점이 즐비하다. 방루앙을 찾는 대부분 여행자는 수로 근처에 앉아 여유를 즐기다가 오후 2시를 기다린다. 바로 마을의 메인 이벤트인 인형극 공연이 열리는 까닭이다.


공연극은 앞자리로 가서 관람할수록 공연자와의 교감이 증폭된다. 오후 2시 전에 자리 차지할 것.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공연의 중심지가 바로 <반 실라핀>. 수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2시에 태국 전통 인형극 공연이 펼쳐진다(내부 사정에 따라 운영이 달라질 수 있으니, 전화문의 후 방문 추천). 도심에서조차 이 같은 태국 전통 인형극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다지 많지 않은데, 놀라운 수준의 공연을 선보이는 데다가 여행자 입장에선 무료란 점이 더욱더 달갑다. 태국 전통 인형극은 태국어로 훈 라콘 렉(Hun lakhon lek)이라 한다. 약 20분가량 관람객과의 소통이 함께 이뤄진다.


3명의 퍼펫티어가 원숭이 신 하누만 인형을 조종하고 있다.

탈을 쓴 인형을 조종하는 퍼펫티어(puppeteer)가 함께 하기에, 꼭두각시 인형극이라고도 한다. 각 인형은 일반적으로 1m 이하이며, 목과 사지 등의 관절 움직임이 자유롭고 로프와 도르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3명의 퍼펫티어가 하나의 꼭두각시 인형을 조종하는데, 숙련된 조작 능력을 갖춘 터라 인형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퍼펫티어는 어린 나이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공연할 땐 한 명이 인형의 머리와 왼팔을, 다른 한 명이 오른팔을, 그리고 남은 한 명이 꼭두각시 인형의 발을 제어한다. 이들은 관객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검정의 옷과 가면을 착용한다.


유쾌하게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진행자. 태국의 문학작품인 <라마끼안(Ramakian)>을 토대로 새로운 창작공연을 만든 제작자이기도 하다.

꼭두각시 인형과 탈은 모두 수작업으로 제작된다. 이는 표면의 색칠부터 디자인, 금박 등의 세부적인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형극은 보통 배경음악과 진행자가 함께하며, 진행자는 관객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극의 이해를 돕는 해설을 제공한다. 대부분 인형극은 태국의 대표 문학작품인 <라마끼안>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반 실라핀>에서는 이 중 한 장면을 20분 남짓 재연한다. 방문할 당시엔 원숭이 신 하누만의 이야기를 짧은 인형극으로 만나 볼 수 있었다.

라마끼안(Ramakian)이란?
<라마끼안>은 인도의 <라마야나(Ramayana)>의 태국판이다. 현 태국 왕조의 개창자인 라마1세가 1800년대 초반 태국식으로 개작했다. 주인공 라마의 영웅적인 활동을 묘사한 서사시로 태국의 정신적인 정통성을 대표하며 태국 최대, 최고의 문학 걸작품으로 불린다.
138개의 에피소드 속에는 태국의 전통, 관습, 신앙, 예술 등 태국의 옛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주인공 라마는 라마 1세를 가리킨다. 궁극적으로는 권선징악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절대 신 시바(shiva)의 오른팔 격인 전사 나라야나가 환생하여 주인공 라마가 되고, 악마로 비유되는 거인의 왕인 톳사칸(Toisakan)과 싸우는 대하드라마다. 이 싸움에서 라마가 승리하여 태국 왕조를 열게 된다.
연극과 인형극의 스토리로 많이 인용되며, 주인공 라마와 그를 돕는 바람신의 아들 하누만(hanuman)이 악마 톳사칸과 싸우는 장면이 가장 유명하다.

<반 실라핀>의 1층에는 인형극 무대뿐만 아니라 카페와 기념품 샵이 있다. 기념품 샵에서 색칠할 수 있는 컬러링 시트나 흰색 종이탈을 구매하면 물감을 제공해주는데, 원하는 곳에 앉아서 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탈 색칠 체험 중. 물감과 붓은 색칠을 마친 뒤 반납하면 된다.


2층에 자리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시원한 바람과 물소리가 힐링 그 자체.


<반 실라핀>을 걸을 때마다 삐걱 하는 소리가 200년의 세월을 알린다.

수준 높은 꼭두각시 인형극을 제외한다면, 방루앙이 훌륭한 볼거리 여행지가 아닐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태국 현지인들이 수상마을에서 살아가는 삶을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다면, 방콕 여행이 한 번 이상이라 좀 더 한적한 여유를 찾고 싶다면 추천한다. 오토바이나 차 소리, 극심한 교통체증에서 벗어나 조곤조곤 태국의 일상에 물들어봐도 좋겠다.

LG Social Challenger 168272
LG Social Challenger 김영우 순간을 조명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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