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내게로 왔을 때 – 2탄 도리, 쿠키, 도순+노하영

나는 과연 반려동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키울 자격이 있을까? 짐짓 우리가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반려동물이 우릴 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획 1_ 파마+언니야와 오빠야 |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널 사랑해주고 계셔.”
기획 2_ 도리, 쿠키, 도순+노하영 | “혼내는데, 사랑한다는 걸 아는 거야?”
기획 3_ 초코+김혜림 | “혼자 둬서 미안해. 곧 다시 만날 거야.”

“말썽 피우는 게 예쁠 때 비할 바가 아닌 것 같아요. 반려동물의 돌발 행동이나 특성을 이해하고
인내할 줄 알고 사랑하는 자세는 꼭 필요해요.”

첨예하게 다르면서도 버라이어티한 입양기. 두 마리의 강아지와 한 마리의 고양이가 한 지붕 아래 반려인 노하영(서울대학교 철학과, 23세) 씨와 산다.

‘도리’의 초간단 프로필
나이 : 11살
성별 : 남
견종 : 말티즈
입양 : 동물병원 원장 중매
‘쿠키’의 초간단 프로필
나이 : 6살
성별 : 남
견종 : 포메라니안
입양 : 펫샵
‘도순’의 초간단 프로필
나이 : 1살
성별 : 여
견종 : 코리안숏헤어
입양 : 길거리에서 구조

‘도리’의 초간단 프로필
나이 : 11살
성별 : 남
견종 : 말티즈
입양 : 동물병원 원장 중매
‘쿠키’의 초간단 프로필
나이 : 6살
성별 : 남
견종 : 포메라니안
입양 : 펫샵

‘도순’의 초간단 프로필
나이 : 1살
성별 : 여
견종 : 코리안숏헤어
입양 : 길거리에서 구조


몸집이 워낙 작아 종종 미니컵 강아지로 오해받는 도리.

첫째 도리가 집에 온 사연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부모님을 조른 적이 있어요. 당시 부모님과 친분이 있는 동물병원 원장님의 중매를 통해 분양받았죠. 도리는 2008년생인데, 이렇게 작아요. 도리 엄마도 작았던 걸 보면 유전인가 봐요. 노견이라 할 법하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귀엽죠. 그리고 엄청 시끄러워요. 사람과 꼭 붙어 자는 걸 좋아하는데, 혼자 침대에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해요. 자기가 원하는 곳에 놔줄 때까지 짖곤 해요.


혹시 안경을 쓴 거야? 천연 털의 환희, 포메라니안 쿠키.


비현실적으로 귀여운 쿠키는 배가 볼록.

둘째 쿠키를 ‘쟁취’하기까지 제가 중학교 3학년 시절, 포메라니안(이하 포메)이 한창 인기를 얻고 있었어요. 강아지를 더 키우고 싶다고 부모님께 졸랐죠. 이번엔 부모님이 전교 1등을 하라는 조건을 내걸었어요. 승부욕을 발휘해 펫샵에서 지금의 쿠키를 ‘쟁취’했답니다. 보통 포메는 주황색이나 흰색인데, 쿠키는 여러 색이 섞인 파티색이에요. 쿠키를 보면서 입양 방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쿠키 배를 보면 태어났을 때 탯줄을 제대로 안 잘라 배꼽이 볼록해요. 사회성도 좀 결여된 편이었고요. 이후 일부 펫샵이 공장처럼 새끼를 어미 배에서 꺼내는 개 농장과 연계된다는 걸 알고, 잘못된 입양 방법이란 걸 알게 되었죠. 물론 쿠키를 데려온 걸 후회하진 않아요.

그리고 셋째 도순이를 ‘냥줍’ 세 마리 반려동물이 저마다 다른 사연이죠? 셋째 이야기는 대학교 1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동기들과 역 근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대로변에 새끼 고양이가 보였어요. 고양이는 보통 소리에 민감해서 주택단지나 조용한 골목길에 있곤 하는데 의아했죠. 주변 편의점에 들러 참치 캔을 사서 주려고 하는데, 한 아저씨를 만났어요. 알고 보니, 일주일간 도순이에게 먹이를 준 분이었죠. 어미가 없어 보이는데, 본인은 키울 형편이 안된다고 하셨어요. 아저씨의 설득과 더불어 제 마음이 동해 자취방에 데려왔어요. 그때 얼마나 도순이가 울었는지 몰라요. 납치당했다고 생각했겠죠.
집에 오자마자 도순이는 침대 밑으로 들어갔어요.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병원에 데려가려는데, 침대 밑에서 도무지 나오지 않더군요. 결국, 매트리스를 들어 올려 데려가는데 처음으로 제게 ‘하악’댔어요. 그런데 웬걸, 병원에 갔다 오니 아이가 180도로 변했어요. 막 몸을 비비고 애교 부리지 뭐예요. 그 뒤로 제 곁을 떠나려고 하지 않았어요. 화장실 갈 때조차 따라서 왔으니까. 특이하게도 도순이는 집 밖을 나가지 않으려고 해요. 제가 외출할 때도 늘 현관문까지만 나오죠. 길거리보다 집에 사는 게 훨씬 좋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졸지에 자취방 룸메이트가 된 셋째 도순이.


길고양이는 보통 삼색 카오스 무늬거나 고등어태비인데, 도순이는 이 둘의 혼혈이다. 오순도순 살자는 의미의 이름이다

도순이 입양은 반대요 사실 부모님이 도순이를 데려왔을 때부터 반대하셨어요. 도순이를 데려온 다음 날 전화하니, 엄청나게 화내셨죠.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스스로 키울 자신은 있었어요. 한편으론 부모님의 반응도 이해됐죠. 반려동물을 키우는데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으니까요. 제게 입양을 권하는 것을 넘어 입양 보낼 곳도 따로 알아보셨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끝까지 버텼어요. 자취 생활을 접고 본가로 들어간 것도 도순이 때문이었죠. 부모님이 결국 제 말을 들어주시리라 확신했던 것 같아요. 그게 아니었다면, 애초에 도순이를 데려오지 않았어야 맞죠.

도순이가 본가에 입성하다 어머니가 좀 ‘츤데레’ 스타일이에요. 도순이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챙겨 주시죠. 도순이가 사고뭉치라 ‘망할 고양이’를 줄여 ‘망고’라고 부르시더라고요.(하하) 아버지요? 그리 입양을 반대하던 분이 지금은 ‘너무’ 좋아하세요. 도순이가 애교도 많고 털이 부드러워 자주 쓰다듬으시죠. 어찌 보면 도순이를 괴롭히는(?) 것 같기도 해요. 강아지와 놀아주는 것처럼 고양이를 대하니까요. 도순이는 아버지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하하)

너 때문에 내 허리가 휘는 중 길고양이는 보통 질병에 많이 걸려 있어 입양 시 치료비가 많이 드는 거로 알고 있어요. 도순이를 구조할 당시엔 용품을 포함해 30~40만원 정도 들겠다고 예상했죠. 그런데 뜻밖에 도순이는 귀 진드기 같은 잔병만 있어 비용도 적게 들고 치료하기 쉬운 편이었어요. 반전이 있다면, 생각보다 많이 먹고 많이 싼다는 거죠. 사료도, 모래도 많이 사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엄마 몰래 카페 아르바이트도 했어요. 적어도 100만원 정도의 비상금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반려동물 셋이 사는 법 도순이가 두 번째로 ‘하악’댄 게 바로 쿠키를 처음 본 날이에요. 자기보다 덩치가 큰 쿠키가 들이대니 무서움을 느낀 거죠. 그 이후로는 서로 큰 다툼 없이 잘 지내요. 다만, 셋 사이에 은밀한 알력이 느껴져요. 도순이는 강아지들이 높은 곳을 못 올라온다는 걸 알고 더 높이 오르려고 하죠. 쿠키는 그에 대해 질투를 느끼고요. 식탐도 많은 편이라 제가 식탁에 있을 때 도순이가 다가오면 화를 내고 말아요(정작 저는 쿠키에게도, 도순이에게도 음식을 줄 생각이 없지만). 요즘 제가 도순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도리는 친오빠에게 더 친근하게 구는 편이에요. 도리는 자기 살 길을 잘 아는 거죠.


가끔 다투긴 하지만, 잘 지내고 있는 도순이와 쿠키. 도순이는 쿠키보다 높이 있다.


첫째답게, 가장 어른스러운 도리. 장난감을 물고 올 때면 여전히 아기 같지만.

도리와 쿠키에 대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도리는 일단 작은 개라서 산책도 많이 힘들어해요. 실내견으로 주로 생활하죠. 평소 건강관리 외 별다르게 신경 쓰는 건 없어요. 쿠키 같은 포메라니안은 유전병이 있어요. ‘슬개골 탈구’라는 관절이 탈골되는 병이죠. 도리 같은 소형견도 주의해야 해요. 쿠키는 어릴 때 심하게 앓아서 수술한 뒤 지금은 괜찮아요. 다만, 도순이가 집에 출연하면서 또 다른 주의점이 생겼어요. 도순이가 탁자를 누비다 보니, 도리가 그 김에 떨어진 닭 뼈를 집어 먹은 적이 있거든요. 닭 뼈는 늘 강아지에게 경계해야 할 음식이에요.

그리고 우리 도순이에 대하여 말하자면 한마디로 ‘똥꼬발랄’하죠. 자취할 적엔 새벽 4~5시면 일어났어요. 저는 자고 있으니, 화장품을 막 떨어뜨리면서 ‘어그로’를 끌죠. 강아지들은 혼내면 기가 죽는데, 고양이는 ‘얘 뭐라는 거야.’라는 식이에요. 지금도 여전히 새벽에 뛰어다니며 물건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컵 같은 것은 플라스틱으로 대체하거나 깨지기 쉬운 제품은 찬장에 보관해요. 항상 콘센트에서 코드를 뽑아 두기도 해요. 도순이가 발톱이 길어서 자꾸 충전기 선을 긁어서요. 특히 시험 등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노트북 자판에 올라와 방해하고, 전자 피아노를 칠 때 버튼을 다 밟아서 설정을 망가뜨리기도 합니다. 화요? 당연히 나죠. 그런데 그 행동 자체가 정말 귀여워요.


도리가 워낙 극성인 쿠키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외로울 틈 없는 가족.

고양이/강아지에 대한 편견 그리고 생각 보통 강아지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비슷한 것 같아요. 사람을 잘 따르고 정 많고 산책을 좋아하는 것 말이에요. 그런데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있나? 글쎄요.(웃음) 오히려 고양이에 대한 편견은 많은 편이죠. 처음 도순이가 길에서 잘 사는데 괜히 데려온 게 아닌지 저도 조금 의심했었어요. 수의사님이 고양이가 밖에서 사는 게 건강상 좋지 않다며 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보통 거리의 포동포동한 고양이가 잘 지내는 듯 보이지만, 물을 못 마셔서 나트륨 과다로 붓는 거래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전염병까지 도니, 좋을 리 없죠. 혹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면, 유기묘를 구조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어쩔 수 없는 마음 한켠의 불안감 매 순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게 행복해요. 그 와중에 건강을 걱정하죠. 가장 중요한 건 ‘어느 동물병원을 선택할 것인가?’인 듯해요. 믿을 만한 수의사를 찾는 거요. 동물병원은 보험이 안되어 비싸고, 동물은 수술해서 잘못되면 사유재산으로 취급해요. 사람만큼 의료사고의 부담이 수의사에게 없는 거죠. 대부분 카페에서 병원 후기를 가장 많이 찾아보는데, 그마저도 사람마다 평이 달라 혼란스러워요. 동물은 간단한 스케일링을 한다고 해도 전신마취를 하다 보니, 못 깨면 어떨지 불안감을 항상 안고 있죠. 참, 고양이는 ‘고양이라서 다행이야’라는 카페에서 정보를 자주 찾아봤으니 참고하시길.


도리와 쿠키, 도순이가 같이 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이 하영 씨의 가장 큰 행복!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 평소 아이들이 알아듣든 말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편이에요. 아이들도 잘 알아듣는 듯하고요. 특히 도리는 말귀가 밝고, 쿠키는 조금 눈치가 없는 편이지만요.(하하) 도순이는 혼내도 자기한테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듯해요. 교감이 있죠.

누구나 혼자는 외롭다 1인 가구가 한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는 건 지양하는 게 좋을 듯해요.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없다면요. 도리를 키우다가 쿠키를 데려오고 싶어 한 것도 이 외로움 때문이었어요. 고양이는 괜찮다는 의견이 많은데,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자취방에서 도순이를 키울 때, 밤에 늦게 돌아오면 왜 이제 왔냐면서 엄청나게 울었거든요. 1인 가구가 고양이를 키울 때도, 외로움을 달래줄 방법을 강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반려동물 키울까, 말까 확실히 생명을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반대로 어렵게 생각할 일도 아니에요. 일단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만 가지면, 내 삶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고 키우면 되거든요. 막상 키우면 진짜 귀여워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밖에 없고요. 말썽 피우는 게 예쁠 때 비할 바가 아닌 까닭이에요. 가령 처음 자취방 침대 위에서 도순이가 뛸 때, 제 얼굴과 몸 등에 발톱을 찍어 피가 난 적이 있어요. 고양이 동영상만 보면 인형같이 귀여운 아이가 혀를 낼름거리며 핥는 것만 나오잖아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죠. 이런 반려동물의 돌발 행동이나 특성을 이해하고 인내할 줄 알고 사랑하는 자세는 꼭 필요합니다. 전 고민하는 분들께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에 한 표 던져요.


인터뷰를 진행하는 와중 하영 씨의 손을 발톱으로 찍은 도순이. “언니 살을 1g이라도 빼주려고 노력하는구나.”라고 웃어넘겼다.

LG Social Challenger 168274
LG Social Challenger 박수빈 세상을 향한 다리가 되어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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