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내게로 왔을 때 – 1탄 파마+언니야와 오빠야

나는 과연 반려동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키울 자격이 있을까? 짐짓 우리가 반려동물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반려동물이 우릴 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획 1_ 파마+언니야와 오빠야 | “이렇게 많은 사람이 널 사랑해주고 계셔.”
기획 2_ 도리, 쿠키, 도순+노하영 | “혼내는데, 사랑한다는 걸 아는 거야?”
기획 3_ 초코+김혜림 | “혼자 둬서 미안해. 곧 다시 만날 거야.”

“파마를 만나고 세상이 행복으로 가득 찼어요. 저희가 파마에게 주는 행복보다 파마가 저희에게 주는 행복이 훨씬 크다는 것을 느껴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웃음과 기쁨을 나누는 강아지 파마. 가족과의 첫 만남은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시작되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1MP2JpwpetUYI4wqkx7aTw

‘파마’의 초간단 프로필
나이 : 올해 3살로 추정
성별 : 여
견종 : 토이 푸들
입양 :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왜 ‘꼬불하개 파마’냐고 묻는다면 파마머리를 한 것처럼 꼬불꼬불한 털을 가진 푸들이어서, 파마라고 이름 지었어요. 입양 당시에는 1.7kg였답니다. ‘쪼꼬미’가 이름 후보 중 하나였을 정도로 작은 체구였어요. 입양 후 무럭무럭 성장해서 지금은 5kg에 달하는 토실한 몸을 가진 거대 토이 푸들이에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파마의 가족, 언니야와 오빠야입니다.

파마를 처음 만난 순간 유기견 입양 사이트의 한 사진을 통해서였어요. 입양 공고에 올라온 파마는 4살로 추정되는 꽤 많은 나이였어요. 시기를 놓쳐 뽑지 못한 13개의 유치, 그로 인해 두 줄로 난 이빨과 엄청난 치석, 코와 귀의 탈모, 온몸의 각질, 빵빵한 배 등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죠. 선뜻 데려가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런 파마가 계속 눈에 밟혀 생각이 나더라고요. 처음에는 가족들이 반려견 입양을 반대하기도 했고, 저희 자신도 한 생명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을지 걱정되어 쉽사리 입양을 결심하지 못했죠. 그저 틈틈이 유기견 입양 사이트에 올라오는 강아지의 사진들을 지켜볼 뿐이었어요. 그런데 갈 곳을 잃은 소중한 생명이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한다면,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슴이 너무 아프더군요. 반 막무가내로 가족들을 설득해 입양 동의를 얻었어요. 가족이 늘어난 셈이죠.


파마를 보호소에서 처음 만났을 당시. 언뜻 보아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다.

파마의 첫인상 보호소에서 처음 만난 파마는 한 마디로 꼬질꼬질한 상태였답니다. 목욕한 지 오래되었는지 털도 많이 뭉쳐 있고 눈물 자국도 많이 있었어요. 근심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마저도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날부터 파마에게 콩깍지가 씌었던 것 같아요. 파마를 처음 만났을 때의 영상(https://youtu.be/xemFPu7lT_g)을 보면 ‘뽀시래기’ 같은 파마가 제 품에 얼굴을 쏙 묻는데, 파마도 저희도 처음 만난 그 짧은 순간에 가족이 될 걸 알았나 보다 싶어요.

입양 후 파마가 견뎌야 했던 것 입양 공고에도 적혀 있었듯 파마는 이런저런 건강 문제가 많았어요. 입양 후 한동안은 건강 회복을 위해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약도 먹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특히 입양 직후 받았던 건강검진에서 파마의 신장과 간 수치가 정상이 아닌 것을 확인했을 땐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다행히도 파마가 꿋꿋하게 치료를 견뎌내고 약도 맛있게 먹어준 덕분에 지금은 모든 치료를 무사히 끝내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어요.

너는 순함의 끝판왕인가 다행히 파마는 성격적 트라우마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았어요. 예를 들어 너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든가, 방 한구석에서 나오지 않고 사람을 기피하는 성향을 보인다든가 하는 종류의 성향은 전혀 없었죠. 오히려 파마는 굉장히 심성이 순하고 여렸어요. 강아지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으르렁거리고 이빨을 드러내며 공격적으로 변하는데 파마는 단 한 번도 우리에게 이빨을 드러낸 적이 없어요. 이 점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죠. 자신이 먹고 있는 간식을 다 내어줄 정도로 심성이 착한 파마가 한때 정처 없이 길거리를 떠돌았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구조가 되었을 때 두렵지는 않았을까, 짠한 마음이 들어요.


맛있는 간식을 보고도 가만히 기다리는 파마. 뒤집힌 슬리퍼는 실화다.


서두르지 않아야 한다. 서서히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파마.

똑똑, 네 마음의 문을 열어줘 여느 유기견들이 그렇듯, 파마도 처음에 낯을 가리며 마음의 문을 좀처럼 열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움츠린 상태로 뒷다리를 반쯤 접고 꼬리도 쏙 말고 엉거주춤 잘 움직이지도 않아서 다리나 꼬리가 부러진 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했죠. 간식을 줘도 겁이 나서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경계하느라 잘 먹지도 못했어요. 겁을 내며 뒷다리 안쪽으로 꼬리를 숨기고 있어서 꼬리가 있기는 한 건가 싶을 정도였죠. 하지만 저희와 함께 한 시간이 점점 늘어날수록 꼬리가 15도에서 30도, 45도로 점점 올라오더니 금세 하늘로 치솟더라고요. 파마가 변화해 왔던 과정을 다시 생각하면 지금도 울컥해요. 저희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열며 다가왔던 나날들은 정말 하늘의 선물 같은 시간이었어요.

‘한계’를 ‘기회’로 바꾼 유기견 입양 저희는 연애 시절부터 유기견에 관심이 많아서 유기견 센터에 봉사활동을 가거나 작은 후원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어느 날 세상의 수많은 유기견을 모두 도와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느꼈죠. 그래서 간접적인 도움에서 더 나아가 직접 한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하는 게 세상을 바꿀 순 없어도, 그 유기견의 세상은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이 말이 그때의 제 심정과 똑같은 것 같아요.


수채화를 그린 듯한 느낌의 보슬보슬한 털. 분홍색 하트 혓바닥은 어쩔꼬.

유기견 입양 전과 후, 편견은 저 멀리 기본적으로 유기견에 대한 편견과 걱정이 있는 것 같아요. ‘유기견은 버려진 강아지다.’, ‘많이 짖거나 분리 불안과 같은 성격 결함이 많다.’, ‘그저 불쌍한 강아지다.’ 등이 그것이죠. 파마를 입양하기 전, 유기견 입양이 처음이었기에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이 컸던 것도 사실이에요. 하지만 유기견도 마찬가지로 꾸준한 관심과 돌봄을 받으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마음을 곧 회복하리란 생각 아래 파마에게 사랑을 내어주었죠. 그랬더니 사람을 경계하며 겁내던 파마가 이젠 활기차게 꼬리를 흔들며 사랑을 내뿜는 강아지가 되었어요. 파마는 편견을 보란듯이 깨버리듯 허투루 짖거나 분리 불안과 같은 성격 결함도 전혀 없고요.


유튜브 채널 ‘꼬불하개파마Curly Perma’에선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에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다.

돌보기도 바쁠 텐데, 영상 제작까지 하게 된 이유 막상 유기견 입양을 결심하고 보니 비용은 많이 들지 않을까,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은 없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유기견 입양과 관련해 여러 검색을 해보았는데 실제 입양 후기에 대해선 많이 찾아볼 수 없었어요. 이런 정보의 부재가 파마의 이야기를 유튜브에 영상(‘꼬불하개파마Curly Perma)’으로 올린 계기였어요. 유기견의 입양 과정부터 입양 후 겪는 어려움, 유기견이어서 좋은 점, 좌충우돌 생활 등을 보여드리고 싶어 직접 파마의 이야기를 만든 거죠. 파마와 생활할수록 저희가 파마에게 주는 행복보다 파마가 저희에게 주는 행복이 훨씬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어요. 또한 유기견은 문제가 있어서 버려진 강아지라는 편견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싶기도 했고요. 유기견도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견생역전! 지금은 장난감을 놓아주지 않고 깨발랄한 파마.

파마야, 넌 무엇을 하며 하루를 보내니 반려동물과 함께하며 사랑을 주는 것도 좋지만, 더 나아가 반려동물이 행복하고 외롭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중요한 것 같아요. 사람의 경우를 한번 보세요. 책, 스마트폰, TV 등 하루를 채워주는 것들로 가득하잖아요. 저희는 그 점을 배려해 파마의 시간을 즐거움으로 채워주기 위해 늘 노력해요. 파마는 엄청난 장난감 홀릭이랍니다. 특히 한입에 물 수 있는 작은 소리가 나는 장난감을 좋아해요. 그래서 파마가 그 장난감을 실컷 갖고 놀 수 있도록 자루 속에 장난감을 다 담아두어서 방 한 켠에 두어요. 파마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자루를 뒤져서 원하는 장난감을 꺼내 올 수 있게요. 하지만 파마가 혼자 집에 있는 경우 필연적으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이땐 반려동물과 놀아주는 로봇이나 자동 급식기, 잠시나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노즈워크(nose work) 놀이*’ 등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 주려고 하죠. 특히 노즈워크는 강아지들의 지루함을 달래 주고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요. 저희가 외출할 경우가 아니더라도, 평소 자주 해주고 있어요.

* ‘노즈워크(nose work) 놀이’란? 한마디로 숨은 먹이/간식 찾기다. 반려인은 개가 코를 이용해 먹이/간식을 찾도록 소파 밑이나 장난감 사이 등에 숨겨 놓는다. 파마의 반려인은 파마에게 주스병을 활용해 노즈워크 코나무를 만들어준 바가 있다.


노즈워크 놀이 중인 파마는 제목처럼 천재견이었을까? 아니면?

파마를 입양한 후 변한 것 파마와 함께하며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더 늘어났어요. 침대에 눕는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달려와 안긴다든가, 목욕처럼 파마가 조금 싫어하는 케어를 견뎌낸 후 바로 품에 쏙 들어온다든가. 저절로 사랑한다는 말이 나올 때가 참 많아요. 특히 유튜브 채널의 댓글로나 주변에서 파마가 정말 유기견이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뿌듯합니다. 파마가 저희의 사랑을 온전히 받으며 자라고 있는 것 같아서요. 파마를 보고 유기견을 실제로 입양하신 분들이나 앞으로 유기견 입양을 계획하고 있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참 기쁘답니다.

유기견 입양을 준비하고 있다면 일단 응원부터 할게요!(짝짝) 유기견 입양은 일종의 심리적인 진입장벽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더 ‘가능한’ 일이더라고요. 샵에서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큰 행복을 주기도 해요. 과거를 알지 못한다고 그게 문제가 있다는 걸 의미하진 않잖아요. 나이가 많더라도 그게 귀엽지 않다는 걸 의미하지 않는 것처럼요.
물론 경우에 따라 건강과 관련한 지출이 발생할 수 있어요. 입양 전 이를 확인하고 본인이 책임을 질 수 있는지 현실적인 판단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병원비 지출은 샵에서 어린 강아지를 데려오는 경우에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에, 개집사로서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할 몫이겠죠?
강아지가 사람보다 수명이 짧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행운이라고 하더라고요. 주인이 먼저 세상을 뜨고 강아지가 홀로 남겨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슬프잖아요. 반대로, 강아지를 가족처럼 생각하고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까지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파마와 말이 통한다면 “파마야, 이렇게 많은 분이 너를 사랑해주고 계셔.”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버려졌는지 주인을 잃은 건지 알 수 없지만, 한때 주인을 잃고 길을 떠돌던 파마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유튜브나 틱톡 등 온라인 영상을 통해 파마를 지켜봐 주시는 분들이 많지만, 정작 파마는 실제로 체감할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파마가 자신이 많은 사랑을 받는 강아지라고 느낄 수 있도록 꼭 말해주고 싶어요. “파마야, 넌 혼자가 아니야!”

LG Social Challenger 168276
LG Social Challenger 오륜경 세상에 둥근 원을 그리다. 작성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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