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하의 젊은 논리] 토론 공화국을 바라며…

   
 
평소에 토론과 논쟁을 즐겨한다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청문회에서 탁월한 논리로 대중에게
인정을 받았고, 평소에도 주위 사람들과 토론하고 논쟁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분이라니, 이틈에 우리 대한민국의 논리
  지수가 좀 향상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고, 악다구니나 공갈, 협박은
사라지고 토론 공화국으로 거듭나면 좋겠다는 바람도 가져 본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사회도 바뀌는데,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가고, 개 버릇 남 못 주듯 사람이 순식간에 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근한 기대를 가져보는
것이 인지상정 아닌가?
   
  사실 우리가 이미 껍질을 깨고 속살로 침투해 들어가기 시작한 정보
사회는 합리적 토론 없이는 버틸 수 없는 사회이다. 하버드대 교수인 외팅거(A. Oettinger) 선생은 정보 사회의
중요한 특징을 ‘컴퓨니케이션(compunication)’이라는 말로 요약한 적이 있다. 이 말은 ‘Computation(정보처리)’과
‘communication(의사소통)’을 합친 말이다. 즉, 정보 처리 도구인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한 것이 바로 정보
사회의 본질적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 말 속에 들어 있는 중요한 함축 중 하나는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주가 되는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의사소통의 양과 중요성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소통이 증가한다는 것은 곧 언어 활동이 증가하고 언어 활동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현재까지 나타나듯이 우선은 의사소통의 도구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다. 세계화 시대에 영어가
필수 과목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이런 맥락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단계에서는 의사소통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근거를 들어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사람의
주장을 논리적 관점에서 제대로 평가하여 토론하고 논쟁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의사소통의 양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공허한 의사소통에 이를 뿐이며,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토론 능력이 경쟁력이 되는 시점이 이 때부터이다. 토론과 논쟁 능력을
즐겨하는 대통령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해석하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여러분도 이제 책에 줄 긋고 인터넷에서
정보를 프린팅하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닌 듯 싶다. 이 기회에 토론 능력을 기르기 위해 본격적으로 한 번 나서보는 것이
어떨지…
물론 왕도는 없다. 아마도 야전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무조건
경험만 많이 쌓는다고 좋은 것은 아닐 터이니, 몇 가지 요령이나 태도가 필요하긴 할 것이다. 기억해야 할 것은 토론 자체는
이성적 활동이지만, 품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마음의 자세가 더 중요하며, 도를 닦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태도나 요령만이라도 기억하자.

첫째, 스스로에게는 가혹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생각을 가혹하게 스스로 비판해볼
수 있어야 한다.
일종의 이성적 분열증을 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의 주장을 비판적 관점에서 점검해본 사람만
토론에서 주인공으로 나설 수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훌륭한 관객으로 토론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성공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자신에게 가장 인색한 사람임을 기억하라.

둘째, 마찬가지 맥락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마음을 열어야 한다.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 때에만 가능하다. 토론을 잘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당신의 주장에서 **한 점은 타당합니다. 그러나…”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하게 수사법의
문제가 아니다. 상대방의 타당한 점을 인정해 줌으로써 우선 객관적인 입장을 확보하고, 그런 객관적 입장에서 자기주장을
제시하면 그만큼 설득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인정하라.

셋째, 하고 싶은 주장을 좀 더 섬세하게 가다듬어야 한다. 두루뭉실한 것은 토론에서는
자살이다.
찬반 논의를 하더라도 어느 정도 강하게 찬성할 지, 어느 정도 강하게 반대할 지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강한 찬성과 조건부 찬성은 때로는 사생결단의 적이 될 수도 있다. 나중에 뒷북을 치거나 중간에 우왕좌왕하지 말고
미리 자신의 입장을 섬세하게 가다듬어 명료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토론 결과 입장이 바뀔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넷째, 자신이 어떤 사안에 입장을 밝힐 때, 원칙적인 차원과 현실적 차원을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원칙적으로는 부당한 것을 현실적 이유 때문에 찬성할 수도 있고, 원칙적으로는 정당한
것을 역시 현실적 이유 때문에 반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등학생들 중에는 체벌을 원칙적으로는 반대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상 찬성하는 친구들이 꽤 있을 것이다. 또는 거꾸로 안락사가 원칙적으로는 정당할 수 있지만 현실적 여건상 반대한다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폭 넓게 접근해야 깊이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다섯째, 내가 할 말의 전체 구도를 미리 밝혀주는 안내 멘트를 즐겨 붙이도록 하라.
내가 문제점을 몇 가지 지적할 것인지, 혹은 몇 가지 이유에서 반대를 하는지 등 내가 제시할 논의의 덩어리 수라도 미리
밝혀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상대방은 내 얘기를 기다리면서 끝까지 듣게 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게 되어 건설적인 토론이
진행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자, 듣고 보니 어떤가? 별 것 아니지? 진리는 평범하다는 말로 빠져나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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