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상┃마음의 풍요가 얻은 월척

훌륭한 영화가 있기까지 배우의 몫은 늘 1순위다. 그런 연유로 작품마다 늘 다른 캐릭터로 변화무쌍하며, 극을 돋보이게 하는 입지는 그만큼 의미가 깊다. 이제는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도 모자라 이야기꾼으로서 따뜻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바로 배우 겸 연출가인 박원상의 현재다. 최근 <양덕원 이야기>를 연출한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의 천진난만함을 품고 있었다. 무슨 화제를 던지든 어떤 궁금증을 품든 그는 마치 이 모든 시나리오가 준비되어 있는 것처럼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밝고 부드러운 동시에 자신만의 육중함을 품은 외유내강형 인물이었다.

미련해도, 달려드는 것이 정답이다

중3이었던 것 같아요. 옛날에는 동네 레코드점이 예매처였거든요. 동네 레코드 집의 주인 누나가 우연히 연극의 초대권을 줬어요. 그래서 처음 소극장 연극을 보게 되었죠. 이후 동네 레코드, 동네 카페의 누님들이 스폰서(?)를 해주셔서 닥치는 대로 연극을 보게 되었죠. 정리해보니깐 88편이나 봤더라고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평범한 학생이 되어 숭실대 독어독문과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그. 하지만 연극을 하고 싶어서 입학하기도 전에 연극반에 찾아 들어갔다. 이것저것을 따지기 전에 저돌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뛰어든 것이다.

다행히 숭실대 연극반은 전통이 있었어요. 1년에 4번 정도의 공연 일정도 있고 1년에 3~4편 정도를 계속 연기하고 연출했죠. 연극반을 통해 좋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연극이란 야상을 입고 라면 같은 빈한 안주에 소주를 마시고 있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거든요. 백열등 하나에 어두컴컴하고 추운 연극반에서 늘 지냈지만, 그냥 연극이 좋았기 때문에 함께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미련할 정도로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연극에 매달렸던 것 같아요.

인연이 올 때까지, 자기 자신을 준비하라

단순히 연극반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지금 연기자의 입지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그는 단순히 운이 좋아 자연스럽게 되었다고, 인연을 기가 막히게 만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졸업할 즈음에는 막막하기 시작했어요. 나는 전공자도 아닌데 대학로로 나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들었죠. 동기들이 입사원서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을 볼 때는 흔들릴 때도 잦았어요. 고민하던 중에 극단 연우무대에서 기획 일을 하고 있는 선배가 권유로 함께 카페에서 연극을 해보자고 했어요. 그때도 고민 없이 그 인연을 잡았죠. 거기서 <운명에 관하여>라는 작품을 했는데 1인 7역을 맡게 되었죠. 연극을 하는 중에 차이무 대표인 이상우 선생님께서 저의 연기를 보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비언소(蜚言所)>에 출연할 기회가 생겼죠. 그 때, 극단 차이무에 연착륙하게 되고 송강호, 이대연, 오지혜, 최덕문 선배들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어요.

그는 임순례 감독을 만난 것도 참 좋은 인연 중 하나라고 고백했다. 졸업할 때 즈음 단역을 구한다는 조그만 광고를 보고 문방구에서 이력서를 사서 영화사에 보냈는데 어느 날 덜컥 그에게 배역 하나가 떨어진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첫 작품인 <세 친구>였고, 이후 인연이 되어 <와이키키 브라더스>까지 찍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생에 몇 번 오지 않는 좋은 기회를 잘 잡은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
하지만, 그의 말처럼 이것이 그저 행운이란 말로 표현되기엔 부족한 감이 있다. 만일 그가 연기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몸을 아끼지 않고 뛰어들지 않았다면 그 다가온 기회를 붙잡을 수 있었을까? 언제 어디에서 자신에게 기회가 다가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읽을 수 있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얻어지는 것이라는.
행복한 마음의 풍요를 누려라

그가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공무원이 된 친구가 여전히 밴드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찾아가 “넌 행복하니?”라고 물었던 장면이라고 한다. 그는 하고 싶고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하다고 그의 입도 그리고 표정도 말하고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재미있게 사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해야 하는 일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하지만, 저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행복하게 사는 데도 다른 것에 욕심을 부린다면 그것은 놀부 심보겠죠. 지금처럼 오래, 재미있게, 그리고 철들지 말고 60~70세가 되어도 지치지 않고 연극을 하면서 잘 살았으면 해요.

자신이 연극이 그만둔다면 그날은 아마 더는 연극이 흥이 나지 않을 때라고 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억지로 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지체 없이 그만두겠다고.

요즘 대학생들 보면 취업 때문에 고생하는 것 같아서 참 안 됐어요. 하지만, 미래에 더 나아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머리로 고민하지 말고 그냥 달려들어서 행복하게 살아가세요.

그가 대학생 때 가장 아쉬웠던 점 중의 하나는 여행이라고 했다. 본인의 그 시절엔 배낭여행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며,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독서와 더불어 ‘개미처럼 돈 모아서’ 여행가기를 적극 권장했다. 곧 30대가 되고 언젠가 에너지가 없는 삶이 찾아오는 그때, 이 두 가지가 내면의 에너지를 충전시키기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돈보다는 마음의 풍요가 진정한 행복이라는 모토, 그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이를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젊은이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게 하는 증거물처럼 느껴졌다.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형식적인 행복감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가 ‘행복한 일상’의 문구를 쓴 그에게서 읽고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처럼 내면에 억눌린 자신의 목소리다.

Mini info
양덕원 이야기

일시 5월 7일(금) ~ 7월 4일(일), 평일 오후 8시, 토•일•공휴일 오후 3시, 6시(월요일은 쉼)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트 3관 차이무극장
가격 일반석 1만2천 원 중고생 9천2백 원

울고 웃기는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박원상 이야기꾼의 <양덕원 이야기>를 V:컬처 트위스트에서 한종혁 기자의 시선으로 좀더 가까이 그리고 다르게 접해보세요. 공짜 티켓의 기회 역시 기다립니다. – 편집자 주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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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럽젠기자들이 함께 봤던 양덕원이야기!
    이분이 연출했군요^^
    하고싶은일을 하고산다는 말에 밑줄,
    그리고 행복하다는 말에 돼지꼬리~ㅋ
    행복한 일상을 꿈꾸며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부터말고 오늘부터!
  • 으헣

    @cindy
    네 ㅎㅎ 그 때, 너무 자연스럽게 천진난만하게
    인터뷰를 해주시더라고요 ㅎㅎ
    인터뷰 뒤에 공연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더 밝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 지금보니 아침마당에서 나왔었던 것 같아요 ㅋㅋ 약 3주전쯤에 한참 시험기간때 셔틀에서 봤던것같은데...
    그때 그 모습보다 인터뷰한 최근 모습이 더 활기차보이는걸요!?
    뮤지컬에 더욱 푹 빠져계셔서그런걸까요 ㅋㅋ
    그때 아침마당에서도 뮤지컬이야기로 연기에 대한 열정을 표현하셨죠 ㅎ
  • 으헣

    @미래소년
    저도 젤 처음 이름 들었을 때는 조금 낫설었는데 사진을 보니깐 바로 알겠더라고요 ㅎㅎ
    아직 늦지 않았으니깐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겠죠 !
    화이팅입니다. ^^
  • 얼굴은 알고 있었는데, 이름은 몰랐던 배우.. 박원상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네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중학교 시절에 발견했다는 게 참 부럽고, 행복해 보여요.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자신의 나갈 방향도 모르고, 그저 다른 이가 밟는 과정을 따라 밟아가고,
    또 부모의 바람대로 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저도 좀 그런 편이구요.
    어떤 걸 해야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거든요.. 박원상씨처럼 중학교 시절에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았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부모의 반대도 좀 받아보고 말이죠..ㅠㅠ
    박원상씨의 부모님이 반대했다는 얘기조차 저는 부러우니까요.
    좀 더 넓은.. 그리고 생각의 전환을 위해 여행을 준비하고 있어요.. 여행하면서 점차 나를
    찾아갈 계기로 삼을 거에요.....
    김형진 기자님 수고하셨어용.
  • 으헣

    @cindy
    그렇죠? ㅎㅎ 인터뷰하는 내내 행복해 보이는 박원상 님의 모습에 감동 받았습니다. ^^
    용기를 얻어 간다니 다행이네요 ㅎㅎ
  •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평생 한다는것. 그리고 즐거울수 있다는 것이 행복감을 느낀다는데서
    부러운 공감을 보냅니다.
    취업때문에 고민을 많이 하는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것에 달려들으라는 말!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 맞는 말 같아요.
    하고싶은 일에 달려들어야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잖아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인데 하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도 용기를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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