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게이 코드┃미숙한 문화를 향한 한술의 희망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일약 스타가 된 이민호가 차기작 <개인의 취향>을 비롯해 시청률 보증 수표인 <인생은 아름다워>에 이르기까지, 이번 상반기 드라마계는 게이 풍년이다. 흥밋거리일 뿐이란 질타를 받고 있지만, 이제 막 인권을 향한 아장걸음을 뗀 희망은 있다.

드라마 속 게이 코드

게이(Gay)는 없고 가이(Guy)는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를 기점으로, 최근 몇 년 사이에 <왕의 남자>, <앤티크>, <후회하지 않아> 등 게이를 소재로 해 관심이 컸던 작품은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점에서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드라마의 소재로 게이가 다뤄진 것은 꽤 주목할 만한 일이다. 본디 드라마는 영화보다 불특정 다수가 시청한다는 점에서 일상적 소재를 다루며 대중매체의 중심이자 심의제약도 많은 TV의 영역이 아니던가. 물론 이런 장벽을 뚫고 넘어온 드라마 속 게이란 소재를 두고 제작자는 흥행을 보장하기 위한 안정한 길을 택했다. 즉, 시청자가 전반적으로 여성이 많아서 작품에 게이로 등장하는 남자 역시 여성이 환호할 만한 성격의 캐릭터(여성을 위하며 부드럽고 섬세한, 무엇보다 잘생긴!)로 포장되기 마련이다. 게이(Gay)라기보다는 매력적인 가이(Guy)에 가깝다고 할까. 이런 풍토 아래 흥행 코드로 동성애가 떠오르고, 성적 소수자로서 사회의 테두리로 치부되는 자신의 이야기가 대중 사이에서 흥밋거리로 다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아, 당사자인 게이에겐 얼마나 불쾌한 일인가.

<Queer As Folk>가 정답은 아니다

분명히 게이 코드를 다루는데 인권이 목적이 되지 못하고 수단이 되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동성애를 정면에서 다룬다고 해도 영화 <후회하지 않아>와 같은 식이라면 곤란하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게이였고 결론이 이성애로 끝나지도 않지만, 인권에 대해서라기보다 흔히 이성 간에 있을 법한 통속적인 신파를 보여준 것에 그쳤다. 그렇다면 정면으로 동성애를 파헤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대안은 없을까.
불똥이 튀지 않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라면, 흥미를 위해서든 진정한 인권을 위해서든 대중문화 속에 동성애 코드가 자주 나타나야 하는 거다. 대중문화에 게이 코드와 동성애에 관한 소재가 나타나는 것은 성적 소수자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이의 입장에서는 그들의 성적인 부분부터 정치 문제까지 끌어들여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수호하는 미국 드라마 <Queer As Folk>가 모범 예시겠지만 당장 동성연애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던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거부감이나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Queer As Folk>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강압적으로 내세우는 면이 있다. 이렇게 강요하기보다 미약하게나마 동성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인식시키면서 편견을 지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동성애가 화두는 물론 언급조차 조심스러웠던 예전의 드라마에 비하면 얼마나 비약적인 발전인가!

드라마 속 게이 코드

인권은 없어도 희망은 있다

편해진다는 것과 익숙해지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이건 그만큼 스스로 인식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운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처음 스키니 진이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라. 이 찰싹 붙는 민망한 바지가 대한민국 80퍼센트의 젊은이들이 애용하는 바지가 될 거라 예상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많은 사람이 스키니 진을 입지 않고 익숙해 지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동성애 코드를 다룬 작품도 마찬가지다. 내 눈이 편해지고 익숙해질 때 편견은 사라진다. 분명한 건 대다수 사람이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의 빌리(빌리는 자신의 친구가 게이임을 알았을 때 아무렇지 않게 친구를 대하며 이해하고 용기를 줬다.)처럼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드라마 속 동성애 소재가 인권적이지 못하다고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보다 조금씩 성적 소수자에 대해 다루다 보면 결국 모두가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게이의 진정한 인권을 보장하기엔 아직 우리의 문화가 미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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