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메노포즈>┃아줌마 이전에 여자, 우리의 유쾌한 엄마들

뮤지컬 <메노포즈>는 제목부터가 강렬하다. 갱년기라니! 뮤지컬의 내용을 함축하는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이고 명쾌한 제목이다. 공연도 제목만큼 화끈하고 거리낌 없다. 그리고 말한다. 갱년기는 더는 부끄러워할 문제가 아니라 자연스런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네 여자의 피 튀기는 수다 삼매경
메노포즈
이야기는 백화점의 속옷 할인 코너에서 만난 한물간 연속극 배우, 전문직 여성, 전업주부, 웰빙주부의 속옷 쟁탈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메노포즈>에는 특별히 하나의 서사적인 사건이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아줌마들의 변화무쌍한 수다처럼 이야기의 주제는 수시로 변한다. 이런 수다는 갱년기의 네 사람이 들르는 백화점의 각 층에서, 그리고 미용실, 화장실 등 장소에 구애 없이 모든 장소에서 이뤄진다. 주인공의 시도 때도 없는 수다 삼매경을 보면 우리 엄마와 이웃집 아줌마를 그대로 무대 위로 옮겨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이렇듯 뚜렷한 이야기 하나가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난입하기 때문에 뮤지컬 <메노포즈>는 각 캐릭터만의 개성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캐릭터의 성격이나 말투를 통해 공연에 재미를 더한다.
<메노포즈>의 전반적인 이야기는 갱년기에 나타나는 신체 증상이나 우울증, 남편의 외도, 부부의 성, 살과의 전쟁 등 갱년기의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걱정과 고민에 대해서다. 갱년기의 우울증이나 살과의 전쟁 같은 주제는 다소 우울해 보이지만 네 명의 주인공들이 공연을 끌어가는 방식은 유쾌하다. 그들의 노래 속에는 갱년기와 늙는다는 것에 대한 자신의 심정과 여자로서 당연하게 느낄 수 있는 감정과 욕구가 잘 담겨 있다.
그런 마음을 풍부한 성량으로 주인공들은 시원스럽게 노래를 하면서 발랄한 춤까지 곁들인다. 공연을 보는 수많은 아줌마 관객들 또한 같은 마음으로 짜릿한 대리만족을 느꼈을 것이다.
아줌마와 미시즈, 그리고 관객의 소통

아줌마와 미시즈, 그리고 관객의 소통

아줌마는 세계 어디나 똑.같.다?!

<메노포즈>는 2001년 3월 1일 미국 플로리다 몰란도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은 뮤지컬이다. 여성운동의 일환이었던 90분짜리 쇼가 이렇게 전 세계 40대 이후의 여성들을 뒤흔든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일 것. 그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갱년기 여성의 이야기는 세계의 아줌마와 대한민국의 아줌마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동질감은 무대 위의 갱년기 여성과 관객 사이에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해 배우와 관객 간에 스스럼없는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애드립을 가장한 대사는 웃음을 유발하는 동시에 무대와 관객 사이의 벽을 허물어 이웃집 아줌마처럼 친근하고, 저돌적이면서도 색다른 공연을 보여준다. 채식주의자인 웰빙 주부와 나머지 주인공들이 다이어트 고민을 다투어 말하자 전업주부로 분한 개그우먼 이영자가 말한다. “내 앞에서 살 이야기 하지마요오~ 내가 살로 흥하고 살로 망했잖아요~” 이에 폭소하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웃으실 거면서 그땐 왜 그렇게 욕하고 그랬대?”라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공연 끝? 관객과의 은밀한 춤사위가 시작된다

커튼콜 때는 갱년기 여성의 화려한 재생을 보여주듯 반짝이는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배우들이 나와 인사를 한다. 그들은 비로소 갱년기를 벗어 던지고 여자로 재탄생한 것이다. 커튼콜을 했다고 공연이 끝난 것은 아니다. 관객과의 무대는 이제 시작이다. 음악에 맞춰 배우들이 관객석으로 뛰어들어가 신나게 춤을 추자 손뼉을 치던 모든 관객도 함께 일어나 어깨를 들썩거리며 춤을 춘다. 심지어 무대로 올라와 배우들과 춤추는 아줌마들도 있다.

순식간에 공연장이 고속도로를 달리는 거대한 관광버스 안이 됐다. 이 버스 안에서 뮤지컬 <메노포즈>를 여행한 관객들 모두 그 순간만큼은 걱정과 고민을 싹 잊었을 것이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moticon

스티커 댓글

스티커를 사용해서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달기
  • 감동
  • 부들부들
  • 눈물
  • 두근두근
  • 좋아요
  • 사랑해요
  • 멋짐
  • 하하
  • 신남
  • 행복
  • 멘붕
  • 헉
  • 시무룩
  • 하이파이브
  • 응원
  • 쓰담쓰담
  • 뽀뽀
  • 박수
  • 선물하기
  • 고마워
  • 귀여워
  • 셀카
  • 저요
  • 열공
  • 쓰러짐
  • 씻기
  • 팩
  • 오오 ~ 재밌겠는데요
    뮤지컬 ...
    특히 이영자씨의 뮤지컬이여서 더욱 끌립니다.
    그리고 혜은이씨까지 나오니
    캬~ 진짜 재밌을 것 같아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컬이라니, 다음번에 서울가면
    꼭 체킹해보고 가야겠어요~
    부디 나 올라갈때까지 쭉~ 공연하고 있길 바래봅니당 쿠쿠
  • 홍보하는거 봤었어요! 정말 재미있어보여요~확실히 유머감각이 뛰어난 배우들로 캐스팅된 뮤지컬이라 그런지 인기가 좋네요~ 엄마랑 함께 보러 가고싶은 뮤지컬이에요^.^
  • 잼있는 공연같아요~ 보러가고 싶당..

소챌 스토리 더보기

나의 라임 단골집 2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나의 라임 단골집 1탄 (feat. 동네 맛집 털기)

<카일루아> 윤정욱 작가ㅣ디지털 노마드로 산다는 것

가성비 좋은 푸드트럭 삼만리

서울의 심야식당 3

졸업전시 – 전시 / 공연 / 쇼

집밥 “서선생” – 남은 추석 음식 활용편 –

가을이니까, 소채리가 추천하는 10월 나들이

2012년, 빙의하고 싶은 영화 속 주인공2